"아, 선조들은 이런 탄압을 받으며 나라를 지켰구나"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 다녀와서

등록 2009.02.01 11:14수정 2009.02.0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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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국독립을 위해 일제의 침략에 맞서 싸운 선조들의 넋이 깃든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조국독립을 위해 일제의 침략에 맞서 싸운 선조들의 넋이 깃든 서대문형무소역사관 ⓒ 김가람

조국독립을 위해 일제의 침략에 맞서 싸운 선조들의 넋이 깃든 서대문형무소역사관 ⓒ 김가람

명절 연휴 마지막 날 의미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을 찾았다. 중학교 때까지는 박물관이나 전시회에 갈 여유가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고부터는 좀처럼 체험활동을 할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연휴를 이용해 체험활동을 하려고 했다. 지난 추석에는 큰댁에 가는 길에 마을 전체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는 안동하회마을에 들렀다.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 가기 전에는 단순한 감옥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곳은 조국독립을 위해 일제의 침략에 맞서 싸우다 투옥된 독립투사들이 고문과 탄압을 받던 곳이었다. 고문하는 과정이 생생히 재현되고 있었다. 일본군이 독립투사에게 권총을 들이대며 “어서 말하란 말이야”라고 고문하고 있었다. 나는 궁금해서 같이 간 엄마에게 “엄마, 도대체 무얼 말하라는 거지?”라고 했더니 엄마는 “독립운동에 가담한 사람들은 누구이며, 왜 했는지 등과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며 심문하는 것”일 거라고 하셨다.

 

a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위치한 서대문 형무소 전시관 입구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위치한 서대문 형무소 전시관 입구 ⓒ 김가람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위치한 서대문 형무소 전시관 입구 ⓒ 김가람

9천여평의 넓은 형무소에서 얼마나 많은 선조들이 고통을 겪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역사관 한 곳 한 곳을 돌아보았다. 추모의 장에는 일제의 침략에 저항하다 투옥되었던 서대문 형무소의 설립배경과 역사의 변천과정을 입체영상으로 보여주는 영상실, 선열들을 추모하기 위한 기획전과 이 형무소와 관련된 여러 자료 전시실, 독립운동사와 관련된 자료가 비치된 자료실이 민족의 아픈 역사를 알려주고 있었다.

 

역사의 장에는 우리 민족의 항일 저항사가 시대별 시간별로 전시되어 있었다. 이름이 생소했던 강우규 의사가 남대문역에서 사이토 일본 총독에게 폭탄을 투척한 의거 장면을 매직비전으로 보여준 민족저항실, 서대문 형무소의 변천과정과 전국형무소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었던 형무소 역사실, 일제의 고문과 탄압에 관한 옥중 생활을 볼 수 있는 옥중생활실이 있었다.

 

당시 65세의 강우규 의사는 1920년 이곳 서대문 형무소 교수대에서 순국했다고 한다. 3.1운동 직후, 사이토 총독에게 폭탄을 던졌던 강 의사, 자신의 목숨이 달아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진 의사의 모습이 나를 돌아보게 한다. 나라면 관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지하 체험의 장에는 끔찍한 장면들이 많았다. 임시구금실과 고문실에는 일제가 저지른 잔혹한 각종 고문 모습들이 재현되고 있었다. 코와 입에 고춧가루 물 붓기, 관속에 넣고 못 박기, 생매장해 위협하기, 손톱 밑 살 찌르기, 전기고문, 물 고문 등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당한 선열들의 모습을 보니 소름이 돋았다.

 

이외에 옥사, 조국독립의 한을 품은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선열들의 넋이 서려 있는 사형장, 사형을 집행한 시신을 몰래 버리기 위해 일제가 뚫어놓은 비밀통로인 시구문, 여성만을 투옥시키기 위해 지은 여성옥사가 있었다. 이 곳은 유관순 열사가 일제의 모진 고문 끝에 순국한 곳이라 ‘유관순 굴’이라 불렸다.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된 오바마는 세계평화와 화합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펴고 있다. 그 중 수용소와 관련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테러용의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중앙정보국이 해외에 설치한 ‘비밀감옥’을 폐쇄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한다.

 

또 중앙정보국 수사관들이 물고문과 같은 육체적 학대를 통해 피의자를 고문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금지했다며 오바마정부에서는 고문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고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용의자에게도 이런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데 조국 독립을 위해 만세를 부른 애국지사들이 왜 감옥에 갇혀 그런 고통을 겪어야 했는지 묻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김가람은 고등학생 시민기자입니다.

2009.02.01 11:14ⓒ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김가람은 고등학생 시민기자입니다.
#서대문형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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