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과 방향 달라 부담" 현직 판사 사표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 "용산참사 보면서 큰 괴로움"

등록 2009.02.02 10:06수정 2009.02.0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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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촛불집회 재판 중 야간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던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41.사시37회)가 사직서를 냈다.

 

박 판사는 2일 연합뉴스와 만나 "평소 가진 생각이 지금 정권의 방향과 달라 판사로서 큰 부담을 느껴왔고 정기 인사를 앞두고 법원을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촛불'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안진걸 씨 재판을 맡은 박 판사는 작년 10월 "헌법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국가의 허가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야간집회를 금지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만 허용하는 집시법은 헌법에 배치되는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바 있다.

 

작년 7월 박 판사는 안 씨의 첫 공판에서 "개인적으로 법복을 입고 있지 않다면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라고 말문을 흐리며 고심을 내비치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일부 보수 성향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한편 그는 최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구속된 것을 보고 사법부의 한 구성원으로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지인들에게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정리한 `범죄사실'로는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 등 구속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판사는 "최근 검찰권이 계속 강화돼 법원이 큰 위기를 맞았다고 생각하는데 혼자만 도망친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하지만 법원에 훌륭한 법관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를 잘 극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법관으로서 남아 소신껏 판결을 하는 일도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번 촛불집회 재판 등을 해오면서 사건 하나하나에서 정의를 구하는 것 못지않게 사회 전체적인 큰 틀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판사는 "공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최근 용산 참사를 지켜보면서 큰 괴로움을 느꼈다"고도 말했다.

 

그는 오는 23일께 날 예정인 법관 정기 인사 때 옷을 벗고 로펌(법무법인)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etuzi@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2.02 10:06 ⓒ 2009 OhmyNews
#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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