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한 도서관기본적인 스펙인 토익 점수를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매달린다.
이나영
"끼워 맞춰야지 어떻게 하나... 씁쓸하다."
오는 2월말 졸업을 앞둔 김미진(가명·24)씨는 걱정이 많다. 올해 상반기나 하반기 공채 인원이 전년도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사실 김씨는 지난해 1년 동안 졸업을 연기하고 취업 준비를 했다.
교양과 전공과목을 포함해서 졸업에 필요한 총 134학점을 다 이수했지만 일부러 미뤄왔던 것이다. 졸업논문까지 다 썼지만 담당 교수님께 미제출 처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씨의 학교는 논문 미제출의 경우 한 학기당 10만원 정도만 내면 졸업 연기가 가능하다.
김씨는 9학기와 10학기를 다니면서 기본적인 토익·한자·컴퓨터뿐만 아니라 유통 분야의 취업 준비를 위해 유통관리사와 물류관리사 자격증을 공부했다. 김씨는 "요즘은 자격증을 중시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자신이 지원하는 분야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인 자격증들을 준비해두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졸업을 미뤄왔던 것이 후회가 된다, 나아질 것이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경제상황이 더 나빠졌다, 희망하던 기업의 공채도 줄인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을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작은 기업부터 시작해 경력으로 기업을 이직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었어야 했는데, 너무 눈만 높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4년제 대학의 경우 8학기까지 다니면 정규 학기가 끝난다. 하지만 요즘 김씨처럼 9학기 이상의 대학 5학년생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1~2학년 때 학점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추가 학기를 들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스스로 대학 5학년이 되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
졸업을 연기하기 위해서 한 과목 정도는 미리 졸업 이수 학점을 계산해서 다음 학기를 위해 빼놓는다. 그렇지 못한 경우, 일부러 결석을 많이 하거나 시험을 안 봐서 F학점을 받는다. A+를 F로 바꿔달라고 교수님께 부탁하기도 한다. 총 이수해야 할 학점을 다 채웠더라도 김씨처럼 졸업 논문을 미제출 처리하거나 졸업 시험을 보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대학생들이 학교에 남아 있으려는 이유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