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0대 선사들의 참선에 얽힌 얘기들_1

뜰 앞의 잣나무

등록 2009.02.04 14:27수정 2009.02.0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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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표지 정찬주씨가 쓰고 미들하우스에서 발간한 중국 10대 선사들의 유적을 순례하며 쓴 선기행문이다.

책표지 정찬주씨가 쓰고 미들하우스에서 발간한 중국 10대 선사들의 유적을 순례하며 쓴 선기행문이다. ⓒ 정부흥

▲ 책표지 정찬주씨가 쓰고 미들하우스에서 발간한 중국 10대 선사들의 유적을 순례하며 쓴 선기행문이다. ⓒ 정부흥

나의 짧은 알음알이에 의한 선(禪)의 본질은 공(空)이요. 공이란 우주만물이 연기(緣起)의 법칙인 인연(因緣)에 따라 생멸(生滅)을 거듭하므로 스스로 존재하는 실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나의 존재는 물론, 볼펜 한 자루, 밥 한 그릇, 신발 한 켤레도 우리가 사용하기까지 많은 사람들과 관련되어 있어 상호의존에 의한 존재 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얽힌 인연들을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우주 전체가 인연으로 짜인 하나의 거대한 망(網)이란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우리가 그렇게 갈망하는 돈, 명예, 권력은 물론 목숨까지도 연기(緣起)의 개념에서 본다면 순간순간 생멸하는 것으로 영속하는 실체가 없는 공이다. 그러므로 공의 가르침은 실체가 없는 순간의 상에 집착한다는 것은 부질없어 영원한 마음의 안식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空)을 무(無)로 해석하여 허무나 무위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에 얽매이지 않는 차 한 잔 마시는 일이나 농사를 짓는 일을 통해 나의 본질을 찾고 부처가 되는 가르침이다.

 

정찬주씨가 쓰고 미들하우스에서 발행한 중국 10대 선사 선기행(禪紀行)에 관한 책인  <뜰 앞의 잣나무> 읽었다. 10대 조사들의 얘기는 단편적으로 여러 차례 들어본 얘기들이지만 신화적인 요소 때문에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같이 듣고 볼 때마다 새롭고 감회로 와 여운이 오래 남는다.

 

선불교(禪佛敎)의 근원지인 중국을 방문하여 달마로부터 혜능까지 6대 조사와 마조, 조주, 운문, 임제 4분의 선승을 포함하여 열 분 선사들의 유적을 찾아 순례하는 내용을 담은 산문 형태의 기행문이다.

 

남천국 국왕의 셋째 왕자였던 달마대사는 중국에 선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서기 520-525년 사이 해로를 통하여 중국의 광동성으로 입국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교는 이미 달마 이전 400~600여 년 전에 육로를 통해 중국에 전파 되었으며 달마의 입국 당시에는 기복신앙 형태의 불교가 번성하여 유가, 도가와 함께 중국인들의 삶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책은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는 29대 조사이신 달마대사가 새롭게 중국에 전파한 공(空)사상을 종지로 하는 선불교의 전파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중 우리나라 불교의 대표적 종파인 조계종(曹溪宗)이 혜능대사의 제자인 도의국사에 의해 우리나라에 전래된다. 

 

아인슈타인의 얘기를 빈다면 “내가 아는 한 허공을 본 사람은 석가모니 부처님밖에 없다”라고 했다. 공의 실체를 본다는 의미를 극히 제한하여 표현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으나 중국 선종의 6 조사와 4 선사들의 공을 보기 위한 수행의 과정을 읽고 있노라면 이 분들이 왜, 어떻게 자기 내면의 벽과 맞서 싸웠는지 그 원인과 방법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중국 10대 조사들의 행적을 통해 간화선(看話禪)의 원류를 확인하고 그 맥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여(如如)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수시로 정독하기에는 그 량이 많다고 생각되어 10분 정도 시간을 할애하여 그 분들의 가르침을 상기하고 청정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메모 형태로 정리해 봤다.

 

안심법문(安心法問) 초조 달마

 

명나라 시대 대신들은 조회에 들어갈 때 학의 머리에 들어있는 극독중의 극독인 학정홍이라는 독이 묻힌 길고 좁은 나무형태의 흘판을 들고 참석하였다가 황제의 노여움을 사 극형이 내려지면 흘판에 묻힌 학정홍을 핥아 그 자리에서 거꾸러져 죽어야 했다.

 

달마가 만난 황제가 절실한 불교신자인 양무제일지라도 황제의 권위는 두려움 그 자체이다. 양 나라 황제 무제와 달마 간에 묻고, 답하는 내용을 읽다 보면 달마의 생사를 초월한 의연한 모습이 생생히 부각된다.

 

“짐이 왕위에 오른 이래 많은 절을 짓고, 경을 소개하고, 스님들에게 도첩을 내린 것이 셀 수 없는데, 그 공덕이 얼마나 되겠소?”

“아무런 공덕이 없습니다.”

“어찌하여 공덕이 없소”

“그러한 공덕들은 윤회 속에 흩어지고 말 그림자같이 형태가 없는 공덕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이 진실한 공덕이요”

“청정한 지혜는 미묘하고 온전해서 그 자체는 공적 합니다. 이 같은 공덕은 세간에서 구해도 구할 수 없습니다.”

“무엇이 근본이 되는 진리라는 것이요?”

“텅 비어 있으니 성스럽다고 할 것도 없습니다.”

“짐을 대하고 있는 이는 누구요?”

“모릅니다.”

 

황제를 자극한 달마는 천주산에 은거해야 했으며 뤄양을 거쳐 소림사로 숨어들어 9년간 면벽수행을 한다. 이러한 대사도 수행하다 졸리면 눈썹을 뽑아 던졌고 눈썹이 던져진 자리에는 차나무가 자라났단다. 추후 중국 선종의 상징이 되는 차(茶)와 선(禪)이 인연을 맺는 사연이다.

 

후에 공(空)과 무아(無我)를 일러준 달마대사의 법을 깨달은 무제는 달마대사를 다시 만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추모하는 심정을 달랜다.

 

보아도 보지 못하고, 만나도 만나지 못하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후회스럽고 한스럽구나.

 

견지불견 見之不見

봉지불봉 逢之不逢

고지금지 古之今之

회지근지 悔之根之

 

참회법문(懺悔法問) 이조 혜가(487-593)

 

소림사 경내에는 입설정(立雪亭)으로 명명된 건물이 있다. 초조 달마와 이조 혜가가 처음 만난 인연을 기리기 위해 세운 건물이다.

 

석승가라고 불리는 혜가는 출가 전에 유학에 정통하고 특히 시경과 역경에 정통한 대학자였다. 이러한 지식들은 삶의 지혜와 처세를 위한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인생의 궁극적인 문제인 생사윤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을 알고 구도의 길을 찾아 30세에 향산사로 출가한다.

 

달마에 의한 선불교가 전파되기 이전 이미 중국에는 유교, 도교와 더불어 불교도 기복 신앙의 형태로 중국인들 삶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호국과 기복신앙 형태의 불교에 출가한 혜가는 궁극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수행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고뇌와 번민을 계속하던 중 꿈에 현몽을 받아 숭산 소림사의 달마를 찾아 나선다.

 

스승인 보정선사의 허가를 얻어 향산사에서 단숨에 숭산의 달마동굴 앞에 섰지만 달마는 이러한 혜가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동굴 앞을 지킨 지 3일이 지났다. 그사이 눈이 내려 눈이 발목을 덮고 다음날 새벽이 되자 눈은 어느덧 무릎을 덮고 있었다.

 

“눈 속에 서서 그대는 무엇을 구하고자 하는 가?”

“여러 중생을 널리 제도할 수 있는 도를 향해 나아갈 참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부처님의 위 없는 도는 여러 겁을 부지런히 닦았더라도 행하기 어려운 일을 행해야 하고 참기 어려운 일을 참아야 하거늘, 어찌 작은 공덕과 얇은 지혜를 소지한자가 경솔한 행동과 교만한 마음으로 참 법을 바라는가? 헛수고만 할 뿐이니 돌아가라”

 

이미 되돌아 갈 수 없는 아라한 경지에 이른 혜가는

 

“부처님도 도를 구할 때 뼈를 깨뜨려서 골수를 빼내고 피를 뽑아서 주린 이를 구하고 벼랑에서 떨어진 호랑이에게 자신을 먹이로 던져주었다. 부처님이 이러하거늘 나는 어떠한가!”

 

하면서 혜가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팔 한쪽을 잘랐다.

 

이에 달마는 “부처님도 처음 도를 구하실 때는 몸을 던지셨다. 그대가 팔 하나를 끊으면서 법을 구하니 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구나”

 

“부처님의 심인(心印)은 남에게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법의 진수인 이입사행(二入四行)수행방법을 전수한다. 이입(二入)이란 도와 실천을 통해 법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며 사행(四行)이란 원망을 지었으니 억울함을 참고, 무슨 일이든 인연으로 받아드리며, 사물을 탐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진리대로 살라는 것이다. 언뜻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골수와 같은 진리의 말씀에 머리가 숙여진다.

 

혜가는 달마를 스승으로 모시고 달마동굴 가까이 토굴을 짓고 수행하면서 많은 선문답을 통해 달마의 도를 얻으려고 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아 자기의 심정을 고백한다.

 

“스승이시어 마음이 불안합니다. 부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십시오.”

“그대의 마음을 가지고 오라. 편안하게 해주리라.”

“마음을 찾아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미 나는 그대의 마음을 편안케 하였다.”

 

안심법문(安心法問)으로 인해 혜가는 무심(無心)을 얻었으며 달마로부터 의발과 전법계를 전수받고 선종의 이조가 된다.

 

훗날 혜가는 문둥병이 걸려 찾아온 40대 거사의 법그릇을 알아본다. 머리를 깎아주고 보물 찬(璨)자를 써 승찬(僧璨)으로 이름 지어주고 제자를 삼아 6동안 수행케 한다.

 

때가 이르자 승찬에게 전법계와 의발을 전수하여 곧 닥칠 국난을 피하도록 더 깊은 산골로 피난시키고 자신은 저잣거리로 나와 무애(無礙)의 법을 편다. 기복 불교를 믿는 무리들의 시기와 모함으로 극형을 받아 107세로 생을 마감한다. 이를 혜가는 자신이 전생에 지은 묵은 허물을 벗기 위한 인과로 받아드린다.

 

신심법문(信心法問) 삼조 승찬(527-626)

 

이조 혜가에게서 달마의 안심법문과 비슷한 형태의 참회법문으로 깨달음을 얻고 의발과 법을 전수받은 승찬은 환공산과 사공산을 오가며 산곡사에서 매일 걸식하며 법을 펼 때를 기다린다. 외진 곳에 위치하는 산곡사에 약탈 온 불한당을 무술로 제압하고 그 인연으로 산곡사에 머물며 법을 편다.

 

삼조 승찬 역시 달마, 혜가와 같이 동굴에 기거하면서 의식주의 탐욕을 끊어버린 상태에서 심신을 닦는 철저한 두타행을 실천하면서 제자들에게 신심명(信心銘)을 법문하였다.

 

신심명(信心銘)은 삼조 승찬대사가 저술한 146사언절구 584자로 되어있는 글이다. 도를 향해 나아가는 길을 40대대(四十對對)로 갖추어 설명한다. 대대(對對)란 곧 미워함과 사랑함(憎愛). 거스름과 따름(逆順), 옳고 그름[是非] 등등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상대 개념이다.

간단한 법문이지만 대대(對對)의 양변을 여윈 중도법으로 선(禪)이나 교(敎)를 통합한 불교의 근본 사상이다. 팔만대장경의 심오한 불법도리와 1천7백 공안의 격외도리(格外道理)를 포함하는 유일무이한 글이라는 평을 받는다.

 

삼조 승찬은 수 나라 문제 양견의 숭불정책에 힘입어 삼조사에서 활발한 교화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이 즈음 훗날 사조가 될 도신이 14세의 사미승으로 승찬을 찾아와 나눈 대화가 ‘해탈법문’이다.

 

“무엇이 부처 입니까?”

“그대는 지금 무슨 마음인가?”

“무심(無心)입니다.”

“그대가 무심이라면 부처님께서는 무슨 마음이었겠느냐?

“자비로우신 스님이시어, 저에게 해탈법문을 들려주십시오.”

“누가 그대를 속박 했다는 말인가?”

“아무도 속박한 이가 없습니다.”

“아무도 속박한 이가 없다면 그대는 이미 해탈한 사람이다. 어찌 다시 해탈을 구하려 하는가.”

 

이에 도신은 깨달음을 얻고 승찬의 제자가 되어 9년 동안 모시며 법기를 키운다. 때가 이르자 승찬은 도신에게 의발을 전수하고 전법계를 내려 도신을 사조로 삼고 자신은 서서 입적하는 도력을 보인다. 삼조 승찬대사가 서서 입적한 자리에는 입화보탑이 자리하고 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2009.02.04 14:27ⓒ 2009 OhmyNews

뜰 앞에 잣나무 - 도우 스님의 禪이야기

도우(道雨) 지음, 방남수 엮음,
화남출판사, 2007


#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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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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