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공 통합 논란 ①] 15년 논쟁 이번엔 될까?

'방만경영'과 34개 분야의 업무 중복 등 이유... 통합기구 10월 출범 예정

등록 2009.02.04 17:34수정 2009.02.0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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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 통합시 총자산 84조, 부채 67조 등 재무위험 증가

통합 반대 법안만 3개... 상반기 국회통과 회의적... 영·호남 지역갈등 조짐

 

[최정희 기자] 15년동안 끌어오던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 문제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소위 '공기업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본격적인 통합 추진의 시동을 걸었지만 이번에도 제대로 될지 현재로선 쉽게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속 세 번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주공·토공 통합이 이슈화되는 것은 양 기관의 기능이 중복된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양 기관은 택지개발사업, 국가균형개발사업 등 34개 분야에서 업무가 중복돼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 기관을 통합하는 법안이 현재 국토해양위원회에 상정돼 논의 중이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국회 통과를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정부 때도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특히 이번에는 갈등의 강도가 더 심해졌다. 전에는 주공·토공 양 기관 및 여야간의 갈등이 쟁점이었으나, 현재는 망국병으로 불리는 영남과 호남이라는 지역갈등으로까지 번져 풀어야할 숙제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미 주공·토공의 통합된 기구를 올해 10월에 출범한다는 방침을 정해놨다. 최소한 올 상반기 내에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구조조정 등을 거쳐 통합 기구를 10월에 출범시킬 수 있지만, 여야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어 상반기내 국회 통과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그래서 이전과 마찬가지로 국회 논의만 계속하다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통합 법안이 폐기되는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어려운 문제를 이명박 정부는 왜 들고 나왔을까? 그리고 과연 왜 통합을 해야하는지 또 이번에는 가능할 것인지를 짚어봤다.

 

[주·토공 통합 법안 1개... 통합 반대 법안은 3개] 현재 국회에서는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주공·토공 통합 법안인 '토지주택공사법'과 이에 맞서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통합 반대 법안이 국토해양위원회에 상정돼있다.

 

토지주택공사법은 사실상의 정부 법안으로 자본금을 30조원으로 하고, 자본금 및 적립금 합계액의 10배 범위 내에서 공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설립하는 것이 골자다.

 

통합을 진행하기 위해 국토부 제1차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 공사설립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지난해 통합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몇 차례에 걸쳐 통합 로드맵에 대해 논의했지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이상 주공·토공 통합 추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공·토공 통합 법안에 맞서 민주당 의원들이 제출한 통합 반대 법안도 넘어야 할 산이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과 같은 당 김세웅 의원은 주공은 주택공급만 하고, 토공은 토지개발에만 전념하는 내용으로 현재처럼 별도 공사로 유지하는 법안을 제출해놓은 상태다.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주공과 토공을 자회사로 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런 가운데 주공과 토공은 최근 통합조직을 위한 조직 개편 및 인사에 들어갔다. 특히 통합에 긍정적인 주공은 토공과의 통합에 대비하고 보금자리주택 관련 대외업무 등을 위해 임시조직으로 편성했던 전략기획단을 정규조직으로 편성했다.

 

[주·토공 통합문제 왜 나왔나?... '중복기능'이 문제] 주공·토공의 통합 문제는 15년 넘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추진돼왔지만, 번번이 실패한 대표적인 공공기관 구조조정 법안이다. 그렇다면 왜 계속해서 제기되는 것일까?

 

주공·토공 통합 문제가 계속해서 거론되는 것은 양 기관의 기능이 중복됐다는 이유에서다. 중복된 기능을 두 기관에서 할 바에는 한 기관으로 합쳐 기능 및 경영 효율화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

 

예컨대 양 공사는 지난 정부 때 기능조정을 통해 100만m²(약 30만평) 이하는 주공이, 토공은 그 이상에 대해서 택지개발을 하도록 했으나, 주공은 100만m²이상으로 파주운정지구 등 23개 지구를, 토공은 100만m²이하로 사천용현지구 등 4개지구를 택지개발하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양 공사는 동일하게 미래 전략 사업으로 도시재생사업 확대를 핵심사항으로 밝히고, 혁신도시사업, 택지 및 신도시개발 등을 지속 추진한다고 밝혀 앞으로도 중복된 사업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양 공사의 직원과 자산이 대폭 늘어나기도 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정원기준으로 2001년 주공은 3076명, 토공은 1820명이던 직원이 2007년말에는 각각 4385명, 2982명으로 증가했다. 자산 역시 1999년 주공은 14조원, 토공은 15조원 수준이었으나, 2007년 51조원, 33조원 수준으로 각각 늘어났다.

 

양 공사가 1990년대 중반까지는 주거안정과 지가안정에 역할을 해왔으나, 주택·토지분야에서 민간부문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정부의 시장개입정책이 제한을 받는 대내외적인 환경변화로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도 있다.

 

또한 공공기관 전반에 깔려있는 방만 경영은 주공·토공의 통합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공은 기존 사옥의 6배~14배 큰 규모로 지역본부를 지었고, 토공은 총 793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과도하게 지역본부 사옥을 설립해 둘 다 절반은 임대해주는 것으로 나타나 작년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주공·여당·진주 VS 토공·야당·전주] 주공·토공 통합과 관련 주공과 한나라당은 통합에 찬성하고 있지만, 토공과 민주당은 적극 반대하고 있다. 특히 토공은 통합에 대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위를 비롯해 사장실 점거 농성을 이어가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합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주공과 토공의 중복기능을 통합하면, 효율성이 높아져 재정부담을 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반대하는 쪽에서는 약 100조원의 부채에 달하는 거대한 부실 공사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토공은 두 기관을 통합하면 올해 자산 126조원, 부채 100조원으로 매년 평균 3조6000억원의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수준으로 가면 2011년부터는 정상적인 기업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양 공사가 통합할 경우 총자산 84조원, 부채 67조원의 거대 공사가 탄생돼 재무위험이 증가하고, 정부지원 없이 정상적인 경영활동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주공·토공 통합의 갈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영호남 지역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5년 지방혁신도시 이전계획으로 주공을 경남 진주로, 토공을 전북 전주로 이전하기로 했던 것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 갈등으로까지 번진 이상 넘어야 할 산이 높다.

 

특히 전북에서는 통합 반대에 대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도지사가 나서서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등 반대 목소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남 진주 역시 공공기관 유치에 실패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이용해 토공이 전북의 통합 반대 목소리에 합심하자, 주공이 통합공사가 진주에 들어선다고 진주 민심 잡기에 나서 주공·토공 통합 갈등은 '주공·한나라당·진주 VS 토공·민주당·전주'로 나눠져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결과적으로 주공·토공 통합에 대한 필요성 및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 보다 '찬성이냐, 반대냐'에 따라 양분돼 갈등만 커지는 모습이다. 주공·토공 통합에 대한 공청회도 작년 토론회로 대체되고, 토론회 결과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등 충분한 논의 없이 양 공사의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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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4 17:34ⓒ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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