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2시에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의 삼성X파일 사건 선거공판이 예정된 가운데, 노 대표는 "오늘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모르겠지만 역사의 법정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민주노동당 의원이던 지난 2005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앞서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들의 명단을 공개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노 대표는 9일 오전 법정에 나서기 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당시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 특검법안 등을 내는 등 삼성X파일 내용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며 "테이프에 담긴 내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표는 "이런 내용을 공개한 것이 죄가 되지 않는다고 국회 다수가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국민들 사에서도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을 마땅히 했다'는 평가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대한민국 법정이 거대권력의 문제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남아 있을 뿐이다. 이 사건으로 훼손된 명예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과 국민의 명예다."
이어 노 대표는 예상되는 선고공판 결과와 관련 "같은 건으로 재판을 받은 이상호 MBC 기자가 1심 무죄, 2심 유죄를 선고받은 뒤 현재 3년째 대법원에 계류중"이라며 "대법원이 3년째 고민하고 있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문제라 1심 재판부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이라는 검찰 구형으로만 보면 사면복권이 되지 않는 한 5년 더 피선거권이 제약된다"며 "그렇다면 내가 한 행위가 몇 년씩이나 피선거권을 묶어둘 정도로 중죄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 심시어 검찰도 수사하지 않았다. 자기들끼리는 X파일 내용을 알려주면서 불법으로 수집된 증거라며 수사를 못한다고 검찰은 버텼다. 그런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아니면 누가 할 수 있느냐?"
노 대표는 "(검찰의 구형은 3년 뒤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까지 나가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재판부의 판단은 향후 유사한 상황에 부딪칠 때 국회의원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범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권력과의 싸움은 계속되어야 한다"
또한 노 대표는 "당시 법무부장관조차 삼성X파일 사건은 검-경-언 거대권력 부정부패의 총결정체라고 얘기했고 한나라당조차 특검법안을 내놓았는데 (진실은) 덮고 갔다"며 "삼성이 초헌법적 지위를 갖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삼성이 연결되지 않았더라면 이게 법정에까지 왔겠는가? 거대권력의 잘못을 찾아내 법원의 심판대로 보내려고 하기보다 '도둑이야'라고 외친 사람만 수사하고 있다. '도둑이 부인하고 있는데 네가 무슨 증거가 있느냐'는 것이다. 백주 대낮에 남의 집에서 내려오면 '도둑이야'라고 소리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담을 넘어온 사람은 부르지 않고 '도둑이야' 소리친 사람만 재판에 세우는 게 공정한가?"
노 대표는 "그런 속에서 거대권력과의 싸움은 싸우지 끝나지 않았다"며 "이번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똑같은 상황이 다시 온다고 해도 똑같이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력이 시장에 넘어갔다'는 말처럼 거대권력이 오만하고 도도하게 나가고 있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처음에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가 지난번 김용철 특검에서는 '테이프가 조작됐다'고 진술하며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반성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노 대표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는 거대권력에 대한 굴종을 자초했다"며 "거대권력의 잘못을 시정하기가 힘들더라도 거대권력과의 싸움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거듭 비장한 결의를 내보였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불법도청된 내용을 공개하면 법에 어긋난나는 사실을 알면서도 X파일에 거론된 사람의 실명을 공개해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노 대표에게 구형한 바 있다.
노 대표에게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될 경우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에 본인의 정치적 진로는 물론이고 진보신당의 내년 지방선거 전략에도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노회찬 구하기' 운동... 203명 문화예술인들도 나섰다
노 대표의 선고공판이 다가오면서 각계 인사와 누리꾼들의 탄원운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권영길 의원 등 정치권 인사 65명과 최장집 전 고려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효림 스님 등 사회각계 인사 264명이 탄원서를 제출한 데 이어 8일 문화예술인들도 '노회찬 구하기'에 합류했다.
시인 신경림·도종환, 소설가 조세희·문순태·공선옥, 영화감독 정지영·변영주·정윤철, 영화배우 문소리, 화가 임옥상, 연출가 임진택, 만화가 박재동 등 203명의 대중문화예술인들이 '노회찬 탄원서'에 서명한 것.
또한 9시 현재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청원운동에도 9만100여명의 누리꾼이 참여했다.
특히 노 대표의 재판은 프랑스 좌파진영 등 국제사회로부터도 관심을 받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진보신당은 "지구 반대편에서도 '노회찬 구하기' 국제연대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며 "프랑스 반자본주의신당(NPA) 창당대회에 모인 25여개 국가 참가자들이 노회찬 대표의 재판소식을 듣고 정치적 탄압을 중지하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채택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들의 공동성명서는 1심 선고공판이 열린 이후 담당 재판부에 보내질 예정이다.
2009.02.09 12:20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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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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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난 역사의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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