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로이트 칼리지 설날 잔치 사진앞줄 맨 왼쪽이 문지영 씨다.
구은희
“선생님, 안녕하세요?”“아, 달님! 안녕하세요?”
한국어 초급 3반의 필리핀 학생 칼라 베이욧 씨는 우리 학교에서 ‘달님’으로 더 유명하다. 본교에서는 초급1반 첫 시간에 가장 어울릴만한 한국이름을 갖게 되는데 칼라 베이욧 씨는 공식적으로 결혼 후에도 성은 바꾸지 않았지만, 한국 이름을 만들 때에는 한국인 남편의 성을 따서 ‘문’이라고 했고 남편과 상의한 끝에 ‘지영’이란 이름을 택해서 ‘문지영’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문지영 씨는 1.5세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슬하에 ‘소윤’이라는 이름의 두 살 된 예쁜 딸을 두고 있고 명문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멋진 엔지니어다.
문지영 씨가 ‘달님’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데에는 그럴만한 일이 있었다. 문지영 씨가 초급 1반에서 공부할 때의 일이다. 영어권 학생들에게 ‘ㄷ, ㅌ, ㄸ’을 구분하여 발음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이를 위하여 ‘달, 탈, 딸’을 연습하곤 한다. 그런 과정에서 ‘달’이 영어의 ‘Moon’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접미사 ‘-님’은 ‘씨’보다도 한 단계 위인 존칭에 사용하며 이는 영어의 ‘미스터, 미스, 미세스’에 해당한다고 설명하는데 갑자기 문지영 씨가
“저는 달님이에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말인 즉 슨, 자기가 ‘미세스 문(Mrs. Moon)’이니까 자기는 ‘달님’이라는 것이다. 설명을 들은 모든 학생들과 필자는 정말 폭소를 터뜨렸다. 정말 기발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그때부터 문지영 씨는 ‘달님’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이다.
이처럼 달님 문지영 씨는 수업 시간에 항상 다른 학생들에게 웃음을 주고 수업을 활발하게 만들어주는 윤활유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유쾌하고 밝은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전통 며느리의 기품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딸 소윤이에게 절하는 법을 가르치기도 하고 시어머님께 한국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워서 한국어 수업 종업식 때 가져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지난 주에 있었던 본교의 설날 잔치에서는 한복도 입어보고 큰 절하는 법도 배워보고 윷놀이의 유래와 놀이 방법에 대해서 설명도 듣고 함께 윷놀이를 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기부 받은 한복이라서 각자 몸에 잘 맞지도 않고 오래된 한복이라서 유행에 뒤떨어지기도 했지만 다들 신기한 듯 한복을 입고 옷고름 매는 법을 배우려고 했다. 특별히 남자 한복은 작은 체구의 남자분 것인지 한국 사람들에 비해서 덩치가 큰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아이의 옷 같아 보였고 겨우 팔을 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한복을 입어봤다는 사실이 뿌듯한 듯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인데도 불구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았다.
함께 윷놀이를 한 후에 문지영 씨에게 윷놀이가 재미있었느냐고 물었더니 전에도 해 본 적은 있는데 오늘 집에 가서 윷을 찾아서 딸 소윤이와 함께 해 봐야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도’는 돼지를, ‘개’는 개를, ‘걸’은 양을, ‘윷’은 소를, ‘모’는 말을 숭상하는 부족을 상징하였었고 그 놀이가 천 년 전부터 시작된 놀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 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문지영 씨가 딸 소윤이의 두 살 생일잔치에 초대해서 갔었는데 문지영 씨의 활발한 성격을 보여주기나 하는 듯 많은 친구들이 왔었다. 그때도 역시 시어머님과 함께 한국 음식을 준비하였는데 그 맛이 진정한 한국의 맛을 내기도 했다. 한국 부모님에게서 태어났지만 한국어를 하지 못 하는 한인 2세보다도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한국 음식의 맛을 낼 줄 아는 필리핀 며느리 문지영 씨가 아주 사랑스럽다고 말씀하시는 시어머님의 말씀에서 정말 문지영 씨는 진정한 달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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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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