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과 주인이 하나 된 ‘민속놀이 한마당’

흥을 돋우고 웃음보따리를 선물한 무대공연도 한 몫

등록 2009.02.11 11:07수정 2009.02.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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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도래지쌀 수출 특화단지 기념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이 열린 옹고집장 앞마당. 우리들의 삶도 항아리의 된장처럼 구수한 맛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 조종안

철새도래지쌀 수출 특화단지 기념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이 열린 옹고집장 앞마당. 우리들의 삶도 항아리의 된장처럼 구수한 맛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 조종안

 

금강의 아름다운 노을과 가창오리의 화려한 군무, 전통 농촌문화가 어우러진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이 9일 오후 2시부터 군산시 나포면 십자들녘 철새도래지 쌀 수출특화단지에서 펼쳐졌다.

 

철새도래지쌀 수출 특화단지 기념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은 군산시, 나포면, 군산시농어촌관광협회, 철새조망대, 제희종합미곡처리장,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철새권역), 옹고집영농조합법인이 후원하고, 십자뜰친환경영농조합이 주관했으며, 환경부 UNDP/GEF 금강습지사업관리단, (사)한국조류보호협회 군산지회가 주최했다.

 

전통 된장으로 이름난 옹고집장 앞마당(옛 서왕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한마당 행사는 마을 주민과 외지인들이 하나가 되어 다양한 먹을거리와 민속놀이, 각종 무대공연을 감상하며 정월 대보름 오후를 마음껏 즐겼다.

 

먹고 즐기며 하나가 된 마당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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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메를 치는 마을 사람들(우)과 인절미를 써는 모습(좌). 김이 무럭무럭 나는 떡살을 금방 가져온 콩고물에 버무린 인절미라서 더욱 고소했는데요. 지금 봐도 입안에 군침이 돕니다. ⓒ 조종안

떡메를 치는 마을 사람들(우)과 인절미를 써는 모습(좌). 김이 무럭무럭 나는 떡살을 금방 가져온 콩고물에 버무린 인절미라서 더욱 고소했는데요. 지금 봐도 입안에 군침이 돕니다. ⓒ 조종안

 

따사한 햇볕에 쌀쌀한 바람이 부는 보름날 오후 2시 조금 넘어 행사장에 도착하니까 빈대떡 굽는 냄새와 가마솥에서 끓는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코끝을 훔치고 달아나고, 아주머니들의 웃음 속에 떡메를 치는 모습이 어렸을 때 봤던 부잣집 잔치를 연상시켰다.

 

한쪽에서는 자연에 순응하며 흙과 평생을 살아온 아저씨들이 은박지에 싼 고구마를 불판에 올려놓고 궁금했던 이웃소식을 듣느라 이야기꽃을 피우고, 메주를 예쁘게 만들려고 심혈을 기울이는 아주머니들의 손놀림이 정겹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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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익은 군고구마를 먹으며 뭔가를 설명하는 아저씨. 얼핏 들었는데, 무슨 쌀로 어떻게 해야 인절미와 막걸리 맛이 좋은지 토론하는 것 같았습니다. ⓒ 조종안

노랗게 익은 군고구마를 먹으며 뭔가를 설명하는 아저씨. 얼핏 들었는데, 무슨 쌀로 어떻게 해야 인절미와 막걸리 맛이 좋은지 토론하는 것 같았습니다. ⓒ 조종안

 

민속놀이 행사에서는 부럼 깨기, 가족윷놀이, 연날리기, 흰 눈썹분장 사진촬영, 소원편지 쓰기, 쥐불놀이깡통 만들기, 한지공예체험, 메주 예쁘게 만들기, 떡메치기, 고구마 가래떡 구워먹기 등 다양한 놀이가 펼쳐졌으며, 오곡밥에 된장국이 맛을, 빈대떡과 막걸리가 흥을 돋우었다.

  

한마음 행사는 차일(볕가리개)이 없는 마당잔치였다. 황토로 만든 임시 아궁이에 걸린 가마솥에 메주를 쑤고, 된장국을 끓이고, 철판에 빈대떡을 부치고, 떡판에서 인절미를 써는 손들은 서방님을 위한 손처럼 바쁘게 움직였고, 막걸리와 안주를 나르는 아주머니들과 고맙게 받아먹는 아저씨들 사이에는 웃음 섞인 대화가 이어졌다. 

 

“다연아, 이리 와서 밥이랑 떡이랑 먹어라!”라며 손녀의 먹을거리를 챙기는 할머니, 손자와 함께 무대 앞으로 나가 춤추는 할아버지, 그리고 자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여기저기에 카메라 앵글을 맞추기에 바쁜 아빠는 행사장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고, 온갖 기술을 발휘해 윷을 던지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놓는 젊은 부부는 무척 행복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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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의 먹을거리를 챙겨주는 할머니. 손자와 무대 앞에서 춤을 추는 할아버지. 아빠 카메라렌즈가 향한 곳을 바라보는 귀여운 꼬마. 윷놀이에 열중인 젊은 부부. 푸근하고 행복한 풍경입니다. ⓒ 조종안

손녀의 먹을거리를 챙겨주는 할머니. 손자와 무대 앞에서 춤을 추는 할아버지. 아빠 카메라렌즈가 향한 곳을 바라보는 귀여운 꼬마. 윷놀이에 열중인 젊은 부부. 푸근하고 행복한 풍경입니다. ⓒ 조종안

 

원로 연예인과 도립무용단의 무대공연

 

습지 주변지역 주민의식 고취와 다양한 형태의 생태관광 활로 개척, 친환경단지 농특산물 홍보를 위해 개최한 한마당 행사에는 원로 코미디언 방일수·조철남 콤비, 탤런트 임선택, 정대홍, 가수 혜림이, 가수생활 62년을 맞는 금사향(82세) 등이 노래와 만담으로 흥을 돋우고 웃음보따리를 안겨주었다.  

 

후배들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오른 원로 가수 금사향 씨는 쇼 공연을 하러 군산극장에 몇 차례 다녀갔는데 이렇게 운동장에서 뵈니까 더 친밀감을 느끼고 호적에 없는 가족 같다며 “올해는 52년 만에 가장 밝은 달이 뜨는 대보름이라는데, 여러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덕담을 건네고 ‘홍콩아가씨’와 ‘임계신전선’ 등 추억의 노래를 메들리로 불러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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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가수 금사향 씨를 소개하는 탤런트 정대홍씨. 금사향 씨는 잠깐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비통, 애통, 절통이 없으면 재미가 없습니다 그게 바로 예술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조종안

원로가수 금사향 씨를 소개하는 탤런트 정대홍씨. 금사향 씨는 잠깐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비통, 애통, 절통이 없으면 재미가 없습니다 그게 바로 예술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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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형제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며 한 사람 한 사람 찾아다니며 인사하는 탤런트 임선택씨. ⓒ 조종안

고향 형제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며 한 사람 한 사람 찾아다니며 인사하는 탤런트 임선택씨. ⓒ 조종안

KBS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와 ‘대조영’에 출연했던 중견 탤런트 임선택 씨는 나이 드신 어른들을 뵈니까 오랫동안 방문하지 못했던 고향에 내려온 것 같다면서 객석을 돌아다니며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잡으며 인사를 건넸다.  

 

연예인들의 공연에 이어 나포면 주민들로 이루어진 남녀 혼성 농악패가 마을의 잡신을 몰아내고 액을 막는 지신밟기 한마당을 펼쳤고, 도립무용단의 부채춤과 장구춤, 도립국악원생들의 판소리와 방일수·조철남 콤비의 만담과 흘러간 노래에 흥이 난 주민들은 무대 앞으로 나가서 춤을 추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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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로 이루어진 풍물패가 마을의 잡신을 몰아내고 액을 막는 지신밟기 한마당을 펼치고 있습니다. ⓒ 조종안

마을 주민들로 이루어진 풍물패가 마을의 잡신을 몰아내고 액을 막는 지신밟기 한마당을 펼치고 있습니다. ⓒ 조종안

 

한해 소원을 비는 달집태우기로 행사 마감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자 내일의 희망입니다’를 슬로건으로, 21세기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한 체험수업을 하고 있다는 ‘신명나는 문화학교’ 인천시 지부 회원들은 마당 한쪽에 자리를 잡고 무료 한지공예체험과 소원성취문 써주기, 얼굴 페인팅, 추첨을 앞둔 행운권을 꿀단지에 담아 보관하는 등 알뜰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행사를 주관한 ‘십자뜰 영농조합법인’은 농촌에 대한 관심과 친환경 농업정책으로 군산 쌀을 대한민국 우수 브랜드로 만드는데 공이 지대한 사람들에게 감사패를 증정하고, 저소득층 가정 다섯 가구를 선정, 철새도래지 쌀 1년치 식량을 전달했다.

 

행사 마무리에 앞서 문동신 군산시장을 비롯한 내·외빈과 공연을 펼친 연예인들은 꿀단지에서 기다리는 행운권을 추첨, ‘옹고집 된장’이 협찬한 된장과 철새도래지 쌀을 당첨된 참석자들에게 선물로 나눠주었다.

 

해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서산으로 넘어가고 동쪽 하늘에 보름달이 떠오를 때쯤 펼쳐진 난타공연과 대보름 초저녁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오색 폭죽은 한해의 소원을 비는 달집태우기와 함께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의 대미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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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집이 타오르는 불꽃 앞에서 두 손을 번쩍 든 여자 어린이가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린 오늘 행사가 무사히 끝났습니다.’라고 알리는 듯합니다. ⓒ 조종안

달집이 타오르는 불꽃 앞에서 두 손을 번쩍 든 여자 어린이가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린 오늘 행사가 무사히 끝났습니다.’라고 알리는 듯합니다. ⓒ 조종안

 

금강유역 농촌마을의 자연생태환경 보전과 농촌 경쟁력 향상을 위해 마련한 한마당 행사 진행을 맡아보느라 누구보다 바빴던 한국조류협회 군산시회 류기택 운영위원장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매년 행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라며 많은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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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종안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http://www.shinmoongo.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2.11 11:07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http://www.shinmoongo.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보름 #달집태우기 #지신밟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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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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