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의 유작이 된 <이도공간> 한 장면
부천국제영화제
두 번째, 놀라운 허기<이도공간>을 보고 얼마 후 통지서가 왔습니다. 징집 대상자이니 언제까지 훈련소로 오라는 입영 통지서. 아, 가기 싫은 마음 억누르며 훈련소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저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합니다. 훈련 중 지쳐서 연병장 계단에 동기들과 모여 앉아 쉬고 있을 당시. 조교는 앞에서 훈련병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습니다. 조교의 뒤쪽은 푸른 하늘이었고요. 그런데 멀리서 전투기 같은 것이 날아오는 거예요. 크기는 모양이 식별 안 될 정도로 작았고요. 소리도 안 났지만 전투기 특유의 하얀 꼬리를 그리면서요.
"와, 전투기 멋있다." 누군가의 감탄에 조교와 훈련병들이 일제히 전투기를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날아오던 전투기가 갑자기 사라지는 겁니다. 그 자리에서 갑자기 증발한 거죠. 그리고 또다시.
모두들 “어?” 하는 그 0.1초의 순간. 전투기로 보이는 그 물체가 직각으로 꺾어진 바로 위쪽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전진하는 그 물체! 태양 근처로 날아가며 지그재그 한 번 하고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뭘까요?
다들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 말 못하다가 누군가 UFO(미확인비행물체) 아니냐고 하니까 여기저기서 피식피식. 저랑 몇몇의 동기들은 정말로 그럴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웃더군요. 진지한 얼굴을 하기가 차마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곧바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화제를 돌리는 조교와 동기들. 마침 취사장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녁을 먹는 순간이 다가오자 모두들 오늘의 메뉴가 무엇일까 내기를 하더군요.
아, 저는 지금도 궁금합니다. 과연 UFO보다도 더한 호기심이 저녁 메뉴의 정체일 수 있을까요? 역시 사람은 뭘 하던지 먹고 나서 해야겠다는 황금 같은 교훈을 얻은 훈련소 시절. 과연 그 물체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덧붙이는 글 | 이상 '내 인생의 미스터리' 응모글이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