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제고사가 치러진 2008년 10월 8일 오전 서울 미동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가림막을 친 가운데 시험문제를 풀고 있다.
권우성
지난 16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작년 10월에 치른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전체적인 수치뿐만 아니라 지역별 수치까지 나왔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지역교육청(일반행정의 시군구에 해당)별로 보통이상/ 보통/ 미달 비율을 밝혔고, 고등학교는 시도교육청(일반행정의 시도에 해당)별로 공개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초등학생은 미달학생 비율이 2% 내외인데, 중학교와 고등학생은 10% 안팎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이를 두고 교과부는 "하향평준화 정책의 결과"라고 해석합니다. 뿐만 아니라 미달 학생을 줄이는 데에는 교장의 리더십, 교사의 열정 등이 중요하다고 덧붙입니다. 그래서 ▲ 미달학생이 많은 학교는 지원하고 ▲ 일제고사 결과를 교육청 평가 및 재정배분에 반영하는 형태의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과 경기의 미달학생 비율이 높습니다. 수학의 경우, 서울의 미달 중학생은 14.4%이고 경기는 14.6%입니다. 고등학생도 비슷합니다. 이를 두고 '서울과 경기가 꼴찌'라는 말도 나옵니다. 보통이상/ 보통/ 미달 등 3등급으로 공개하면, 보통이상 비율로 1위를 고르고, 미달학생 비율로 꼴등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로 나타난 겁니다.
이렇게 보면, 교과부는 성공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지역 순위를 매기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교과부의 발표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없는 건 아닙니다.
2007년 결과는 어디로 갔을까요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2000년부터 있어왔습니다. 이 사실을 잘 모르는 이유는 그동안의 평가가 표집이었기 때문입니다. 2007년까지는 일부 학생만을 대상으로 평가가 이루어졌답니다. 그러다가 작년 2008년부터 모든 학생이 한날 한시에 같은 문제지를 두고 시험을 치르는 전집평가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일제고사'라고 부릅니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있어왔기 때문에, 당연히 결과도 존재합니다. 2006년 평가는 2007년 12월에 발표하는 식이었답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발표는 2006년 평가까지입니다. 그리고 지난 16일 2008년 평가가 나옵니다. 2007년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것이죠.
물론 공개되지 않은 2007년 수치에 커다란 비밀이 숨겨져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동안의 추이와 비슷한 경향을 보일 것으로 사료됩니다. 하지만 학업성취도 평가의 분석에서는 추이도 중요하답니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2008년 평가는 '10년 만의 일제고사'이니 만큼, 예전의 표집 평가와 비교할 필요가 있답니다. 만약 예전의 표집과 일제고사의 결과가 비슷하다면 굳이 전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되며, 결과가 다르다면 표집이나 일제고사 중 하나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분석은 생략한 채 성적만 발표합니다
이번 교과부 발표의 특징은 일체의 분석이 없다는 겁니다. 학생의 성적이라는 건 여러 가지 변인들이 영향을 미칩니다. 예컨대 이번 발표에서 서울 강남이 우수한 것으로 나왔는데, 강남의 학생들이 머리가 좋아서 그럴 수도 있고, 강남이 잘 사는 동네라서 그럴 수 있답니다. 그래서 학생의 배경변인과의 관계를 분석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게 없으면, '성적순으로 동네 줄세우기'에 지나지 않거든요.
표집평가일 때에는 결과 발표에 분석이 들어 있었습니다. 2006년 결과에서는 "학생의 자기조절학습 능력, 학교생활 적응도, 교과 태도가 긍정적일수록 학업성취도는 높은 경향을 보였다"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이를 본다면, 누구나 어떻게 하면 자기조절능력 등을 키울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는 분석이 없습니다. 전북 임실의 사례를 말하면서 방과후학교를 언급하나 방과후 학교가 정말 효과적이었는지, 학생들의 가정배경이 어떠한지에 대한 분석은 없습니다. 초등학생에 비해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미달 비율이 높아진 수치는 있는데, 왜 그런지 분석은 빠진 채 "하향평준화 정책의 결과로 추정된다"라고 바로 해석을 내놓습니다. 같은 지역의 학교라도 학교장의 리더십, 교사의 열정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하는데, 그것과 관련한 어떠한 분석도 없습니다.
신기할 따름입니다. 분명 작년 일제고사에서 일부는 배경변인까지 표집해갔는데, 배경변인 분석은 언급하지 않은 채 오로지 추정과 해석만 내놓고 있으니 말입니다. 교과부에 대단한 교육학자나 무당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청계천의 경우처럼 정해진 시간에 무조건 성적 발표 업무를 완료하는 '공사'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중학생이 튑니다그동안의 학업성취도 평가와 2008년 일제고사의 미달학생 비율을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