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전국 가구 유사 사교육비의 전년동기 대비 증감율(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2008년 해당분기 불변가 기준)
송경원
사교육비는 계절요인이 있습니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갈립니다. 그래서 예컨대 입시철인 11월과 입시 직후인 12월을 비교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11월은 전년도 11월과 비교해야 합니다. 위 그래프에 따르면, 2008년 1분기에 보충교육비는 물가상승률을 제하고 7.7% 늘었습니다. 2분기와 3분기는 각각 5.8%와 9.1% 증가했습니다. 학원및개인교습비 또한 비슷하여 3분기에 9.5% 늘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2008년에도 사교육비는 증가했습니다.
결국 방과후학교가 실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방과후 학교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처방은 신뢰하기 어렵답니다.
방과후학교는 학원에겐 기회요인지난 1월 말 한국신용평가에서 "국내 입시학원산업 현황과 전망"이라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입시학원산업의 기회요인입니다.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고등부 학원은 수능중심의 견고한 성장이 예상되고, △중등부 학원은 고교다양화 정책에 따른 입시시장 확대가 전망되고, △초등부 학원은 영어교육 시장 확대와 방과후 학교 시장의 확대가 예상됩니다.
방과후 학교를 학원시장의 하나로 보는 겁니다. 물론 "이 부문은 이미 경쟁이 심화되어 있어 그로 인한 성장폭은 다소 제한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라고 단서를 달고 있습니다. 하긴 2008년 4월의 '4․15 학교자율화 조치' 이후 사교육 업체가 방과후학교에 진출하는 길이 열려 이미 자리잡은 업체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 '동네 슈퍼는 망하고 대형마트가 입점'하는 현상이 사교육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방과후 학교 시장은 제법 볼 만하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방과후 학교의 영어시장이 핵심 관전포인트가 되겠습니다.
방과후 학교로 사교육비를 경감시키고자 한다면방과후 학교가 나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방과후를 가장한 보충수업'으로 변질될 여지가 언제나 존재합니다. 따라서 대상과 시스템이 명확해야 합니다.
사교육을 시키는 원인은 △아이 맡기기와 친구 사귀기 등 보육,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예체능 등의 특기적성, △입시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경쟁 등 세 가지입니다. 2007년 3월에 발표한 교과부의 '사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육과 특기적성은 각각 10%와 5% 수준입니다.
방과후 학교(뭐라고 불렀든)는 이 부분에 대한 대체 프로그램이 되어야 합니다. 보육과 특기적성 사교육을 흡수하는 '공급 대체' 카드로 활용되어야 하며, 사회적 약자와 열악한 지역부터 운영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공부방, 지역아동센터, 문화예술교육 인프라를 통합하면서 별도의 정규직이 운영하는 공공서비스 체계가 되어야 합니다. 학교건물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시스템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이 방향이 아니라 지금처럼 입시경쟁 사교육까지 대체하려고 하면, 방과후 학교는 언제든지 우열반 보충수업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입시경쟁의 그림에서는 개인이나 학교가 아무리 노력해도 SKY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있기 때문입니다. 병목구간에서 한 자동차가 끼어들기를 잘하여 우선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자동차가 그렇게 하면, 결국 뒤엉키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면서 방과후 학교 비용은 사교육비의 새로운 항목으로 추가되겠죠.
이명박 취임 1주년 즈음의 사교육비 발표를 기대하세요다가오는 2월 말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주년입니다. 그 즈음 통계청은 '2008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2008년 가계수지동향이나 산업활동동향에 비추어보면, 2007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올 겁니다. 2007년이 20조원이었는데, 2008년은 21조-22조원 수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물가상승률 반영하면 5-7% 증가율이 되겠지요.
그래도 이명박 정부는 "아직 교육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학생과 학부모는 적응하기 위해 사교육 갈아타기를 했는데 말입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취임 2년째인 올해 2009년 사교육비가 진짜다"라고 하지 않을까 하네요. 물론 내년 2월이면 올해 사교육비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올 겁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요. 이미 IMF 직후에 그런 경우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경쟁교육의 성과로 포장하겠지요. 그리고 2010년 지방선거를 맞이할 겁니다. 그러니 올해 2월 말과 내년 2월 말을 기대하십시오.
[추신] 2008 사교육비 조사 결과가 나오면 말씀드릴텐데, 그 때까지 생각해보죠. 한국은 상위권 학생일수록 사교육비가 많고 사교육도 많이 받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혹 이상하다고 생각해보신 적 없으신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레디앙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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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습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요, 정말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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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학교로 사교육비 잡는다? '쇼'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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