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짓하는 교육부, 비웃는 아이들

엄숙한 일제식 학업성취도 평가

등록 2009.02.21 13:57수정 2009.02.2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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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수준의 일제식 학업성취도 평가의 채점과 합산 통계, 전국 비교 결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웬만한 경험과 생각이 있는 교사라면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고 다들 예상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관료들만 딴 세상을 살고 있다. 학교 밖의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거나 벌어질 상황을 밝히려 한다.

 

종합통계 결과가 나오기까지를, 이전에 일어난 일들과 보통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빗대어 재구성해 보겠다. 특히, 무엇보다도 이 사안의 핵심은 정작 시험 치르는 아이들은 이 시험에 대해 전혀 중요성을 못느끼고 대수롭지 않게 시험에 응한다는 데 있다. 학교의 내신 성적에도 들어가지 않고, 수학 능력 시험처럼 상급 학교가는 데 활용하지도 않는, 그냥 그저 그런 골치 아픈 시험인데 크게 관심이 생길 리 없다.

 

상위권 아이들은 좀 관심을 갖지만 중하위권 아이들, 특히 하위권 아이들은 이 시험을 제멋대로 보고 있다. 시험 문제지를 나눠주면 1분도 안 돼 답안지를 새까맣게 칠하고는 엎드려 잔다. 어떤 애는 답안 하나하나에 칠하기도 번거로워 자를 대고 죽 그어버린다. 그러는 애들이 한 반에 몇 명씩 나온다.

 

그러므로 채점과 성적 취합을 아무리 정확히 하고 공정을 기한다 하더라도 그 가치는 별로 없는 자료가 되고 마는 것이다. 실제 현장이 이런 형편인데 교육부는 이 시험 결과를 대단한 가치가 있는 양 엄숙히 자리매김하며 난리를 치고 있다. 그러니 정작 아이들은 속으로 코웃음을 날리는 것이다.

 

담임과 담당 교과 교사 단위의 왜곡

 

1. 평가 대상 학생에 대한 통제와 조작

 

꼴찌권인 학생들에게 은근히 시험치는 날 결석을 권유한다.

"너 내일 바쁘지 않니? 학교 오지 않아도 뭐라 하지 않을게."

 

운동부 학생들 성적 역시 거의 바닥이다. 이 애들 급작스런 교외 훈련 일정 만들어 학교 밖으로 내보낸다.

 

2. 커닝을 은근히 부추기는 고의적인 느슨한 평가 감독

 

정기고사 땐 그리도 두 눈을 부라리던 감독 교사들이 이날은 유난히 창 밖을 자주 보기도 하고 괜한 단청을 피운다. 예전에는 심지어 감독교사가 지나가다가 서너 개씩 답을 찍어주기도 했다. 눈치 빠른 아이들 이 기회를 놓칠 쏘냐?

  

3. 두루뭉수리한 주관식 채점과 객관식 오답 수정

 

엄격히 채점하면 틀릴 답안을 비슷한 문구만 들어가면 맞았다고 채점한다. 아주 심한 경우 답안지 자체를 바꿔 정답으로 수정을 해서 카드리더기에 집어 넣는다.

 

학교 단위의 왜곡

 

1. 채점 결과 왜곡보고

이번처럼 일이 터지면 문제가 되겠지만 대개는 보고로 그만이기 때문에 평균 점수를 대폭 올려 허위로 보고한다.

 

2. 멀쩡히 시험본 아이들인데도 최하위권 아이들 몇몇은 빼고 보고한다.

 

교육청 단위 왜곡

 

1. 지역 교육청이 시도 교육청에 보고할 때 또 왜곡 보고한다.

이런 왜곡 보고는 다른 일들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거의 무신경하게 진행한다.

 

2. 시도 교육청도 마찬가지로 교육부에 보고할 때 일부를 높여서 보고한다.

 

이래서 교육 통계가 엉터리라는 것이다. 실적을 강조, 강요하면 그에 맞춰주는 게 교육청 장학사나 실무자들의 관행화한 미덕이다. 그래야 이후 문책이니 대책 마련이니 하는 소리를 듣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밝힌 대로 아이들 또한 이 시험을 그저 그런 대로 아무러하지 않게 보았으므로 아무리 철저히 채점하고 관리한다 해도 그 통계 결과는 이미 원초적 허점 덩어리에 무가치한 것이다. 이런 시험을 엄숙히 수십억원씩 들여 일년에 서너번씩 보겠다는 게 뻘짓하는 교육부 관료들이다.

 

이런 뻘 짓을 계속하게 놔둘 것이며, 이 엉터리 통계 결과를 멀쩡한 당신, 믿으시겠습니까?

2009.02.21 13:57ⓒ 2009 OhmyNews
#일제고사 #국가수준학력평가 #성취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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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주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개개인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국가주의 교육시스템을 하루빨리 바꾸고 학벌구조를 타파해 세상 어디에서나 참배움터를 이루는 스스로 배움질을 위해 애쓰려 함. 기사의 방향은 학벌학력 타파, 대안교육, 졸업증명제도 없애기, 학교의 비민주적 관행, 학생 권리와 자치를 억압하는 제도 개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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