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산 억새평원, 정말 장관이구나!"

울산광역시 울주군 신불산 산행을 다녀와서

등록 2009.02.26 10:09수정 2009.02.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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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재에서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하단 지구로 내려가는 길에.  
신불재에서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하단 지구로 내려가는 길에. 김연옥

지난 24일 나는 신불산 억새의 유혹을 못 이기고 산행을 나섰다. 마침 그곳으로 시산제를 지내러 가는 산악회가 있어 오전 8시에 그들과 함께 마산에서 출발했다. 창녕에서 타는 회원들이 많은 탓에 구불구불한 배내고개를 올라가 울산광역시학생교육원 부근에 도착한 시간이 벌써 10시 40분께가 되었다.

산행에 앞서 산신령에게 드리는 시산제를 50분 정도 올렸다. 산악회마다 연초에 시산제를 지내는데 그 방법은 다르다. 산 정상에서 지내는 산악회도 있고 아예 하산해서 산악회 버스 옆에서 지내는 경우도 있다. 시산제가 끝난 뒤에는 제사상에 올린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는데 뜨끈뜨끈한 팥시루떡은 언제 먹어도 훈훈한 인심만큼이나 맛있다.


산행 초입부터 지루한 나무 계단이다. 그럴 때면 나는 머릿속을 텅 비우고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올라가기만 한다. 그런데 재미있었던 것은 해발이 높은 곳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산행한 지 30분 남짓 되어 바로 배내봉(966m) 정상에 도착한 일로 한편으로 당황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우습기도 했다.

영남알프스에 속하는 간월산(1083m) 정상에서.   
영남알프스에 속하는 간월산(1083m) 정상에서.  김연옥

배내봉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간월산으로 가는 길은 오솔길 같이 평탄해서 산책하듯 느긋한 마음으로 걸어갈 수 있었다. 더욱이 탁 트인 주변 경치 또한 심심찮게 즐길 수 있어 마음에 남는 예쁜 길이다. 간월산(肝月山, 1083m) 정상에 이른 시간은 오후 1시 20분께.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등억리와 이천리에 걸쳐 있는 간월산은 영남알프스에 속해 있는 산이다.

마치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 하여 그 이름이 붙여진 영남알프스는 경남 밀양시 산내면, 경북 청도군 운문면과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등에 모여 있는 일곱 개의 산군을 가리킨다. 가지산(1240m), 신불산(1209m), 재약산(1189m), 운문산(1188m), 간월산(1083m), 영축산(1059m), 고헌산(1032m)이 바로 그것으로 모두 1000m가 넘는다.

신불산 억새평원서 반짝반짝 금빛 세상을 보다

간월산 정상을 지나서 간월재로 내려가는 길의 억새밭 풍경.  
간월산 정상을 지나서 간월재로 내려가는 길의 억새밭 풍경. 김연옥

간월산 정상에서 10분 남짓 걸어가자 눈 아래로 펼쳐지는 드넓은 억새밭 풍경에 내 가슴이 자꾸 콩닥콩닥했다. 그 유명한 신불산 억새평원의 시작이었다! 눈부신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억새밭은 금빛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스쳐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 따라 서걱대는 억새풀 소리는 경쾌한 노래처럼 들려왔다. 바람이 소리로 흔적을 남기고 가는 억새밭 옆에서는 우리들은 침묵해야 한다. 침묵해야 억새의 서걱거리는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간월재로 내려가는 길에. 스쳐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 따라 서걱대는 억새풀 소리가 들려왔다.
간월재로 내려가는 길에.스쳐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 따라 서걱대는 억새풀 소리가 들려왔다.김연옥

간월재의 억새밭 풍경.  눈부신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억새밭은 금빛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간월재의 억새밭 풍경. 눈부신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억새밭은 금빛으로 반짝반짝 빛났다.김연옥

꿈을 꾸고 있는 듯 평온하기 그지없는 억새밭을 바라보며 나는 잠시 이번 화왕산 참사로 인해 갑작스레 목숨을 잃은 고인들의 명복과 부상 입은 분들의 빠른 쾌유를 간절히 빌었다. 간월재로 내려오니 몇몇 등산객들이 편안한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간월재에서 점심을 하려고 하다 배가 부르면 신불산 정상까지 걷기 힘들 것 같아 계속 걸어가기로 했다.

예상했던 대로 억새밭 사이로 낸 나무 계단부터 시작해서 한참이나 오르막이 이어졌다. 모두들 지쳐서 말 없이 쉬엄쉬엄 올라가는 모습이었다. 얼마 전 내린 눈이 녹아서 그런지 몹시 질퍽질퍽한 길을 지나가야 할 때도 있었다. 등산복 바지에 흙탕물이 튀고 등산화는 그만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신불산(1209m) 정상으로 가는 오르막길에서.   
신불산(1209m) 정상으로 가는 오르막길에서.  김연옥

신불산 억새평원.  
신불산 억새평원. 김연옥

신불산 정상에서.  
신불산 정상에서. 김연옥

오후 2시 40분께 신불산(神佛山, 1209m) 정상에 이르렀다. 간월산과 마찬가지로 영남알프스에 속하는 신불산은 경남 양산시 하북면,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과 삼남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거기서 일행들과 같이 도시락을 꺼내 먹은 뒤 신불재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금빛 세상에 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온통 금빛 억새밭이다. 소박한 억새풀이 함께 모여 화려함을 연출하고 있는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억새밭 사이로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은 더욱더 아름답게 보였다.

신불산 억새평원 신불재에서. 금빛 세상에 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온통 금빛 억새밭이었다!
신불산 억새평원 신불재에서.금빛 세상에 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온통 금빛 억새밭이었다!김연옥

  
 김연옥

정말이지, 신불산 억새평원은 장관이었다. 나이를 먹어 가서 그럴까. 이따금 삶이 슬프고 두렵다. 아니, 어쩌면 죽음이 몹시 두려운 건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세상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 가운데 하나는 꽃, 폭포, 억새, 눈꽃 등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보고 가는 것이다.

신불재에서 바로 쭉 가면 영축산이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 하단 지구로 가게 된다.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 일행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혼자서 너무나 조용한 억새밭 사이로 터벅터벅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걸어가도 사람 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나 혼자였다.

마음이 불안해져 오고 발걸음도 점점 더 빨라졌다. 한참 뒤 반갑게도 일행을 만나게 되었다.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이렇게도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것일까. 갑자기 계곡의 맑은 물소리가 들려왔다. 날이 너무 가문 탓에 시원스레 흘러가는 물소리마저 참으로 고맙다. 5시간 30분 정도 산행을 했으니 많이도 걸었다. 그리고 하루 내내 금빛 억새밭의 화려한 경치에 취해 있을 수 있어 좋았다.
#신불산억새평원 #간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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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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