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 분노, 희망 세 얼굴의 삼일절

보신각 '축하', 여의도 '분노', 세종문화회관 '희망'

등록 2009.03.02 08:52수정 2009.03.0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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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이다. 벌써 90주년이다. 올해 삼일절은 세 얼굴을 가졌다. 축하, 분노 그리고 희망... 모두 다 한 마음으로 삼일절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하는데 왜 세 얼굴을 가졌을까?

 

우선 보신각의 삼일절은 평온했다. 별다른 충돌없이 모두 다 삼일절을 축하했다. 여의도는 분노로 가득찼다. 미디어법 개정 찬성파와 반대파가 충돌해 삼일절 난투극을 연출했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안에서는 '희망'을 주제로 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올해 크게 세 가지 모습을 갖춘 삼일절, 그 모습들을 담았다.

 

['축하' 보신각] 이보영과 월드컵 할아버지가 떴다! 타종행사, 별무리 없이 끝나

 

a 축하의 분위기로 가득찬 보신각 삼일절 보신각의 분위기는 축하로 가득찼다

축하의 분위기로 가득찬 보신각 삼일절 보신각의 분위기는 축하로 가득찼다 ⓒ 조재환

▲ 축하의 분위기로 가득찬 보신각 삼일절 보신각의 분위기는 축하로 가득찼다 ⓒ 조재환

 

보신각 주변은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복잡했다. 쇠고기 파동 등으로 인한 반정부 시위의 대표적인 장소로 여겨진 이곳, 90주년 삼일절의 모습은 어떨까?

 

 예상 외로 삼일절을 측하하는 분위기였다. 오전 11시 즈음에 열린 타종행사는 전통복장을 한 중고생 자원봉사자들과 일반시민등이 모여 축제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중고생 자원봉사자들은 모처럼 웃으면서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을 보였다. 삼일절이 이들에게 나라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날로 여겨진 셈이다.

 

 오늘 타종행사는 오세훈 서울시장, 탤런트 이보영, 베이징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최민호 선수 등이 참석했다. 그 중 탤런트 이보영의 인기가 컸다. 타종행사가 끝나고 그녀가 내려오자 시민들의 반응은 환호로 가득찼다. 이보영을 보러 온 시민들은 개개인별로 카메카로 그녀의 모습을 담기에 바빴다.

 

a 보영누나, 여기좀 봐주세요 탤런트 이보영의 등장으로 주변 분위기가 들썩였다. 오세훈 서울시장 옆에 서있는 이보영은 살짝 당황한 모습으로 사진촬영에 응했다

보영누나, 여기좀 봐주세요 탤런트 이보영의 등장으로 주변 분위기가 들썩였다. 오세훈 서울시장 옆에 서있는 이보영은 살짝 당황한 모습으로 사진촬영에 응했다 ⓒ 조재환

▲ 보영누나, 여기좀 봐주세요 탤런트 이보영의 등장으로 주변 분위기가 들썩였다. 오세훈 서울시장 옆에 서있는 이보영은 살짝 당황한 모습으로 사진촬영에 응했다 ⓒ 조재환

 

이보영만큼 인기를 얻은 일반인도 있었다. 각종 매체에서 '붉은 악마의 대부', '월드컵 장외스타'로 명성을 얻은 최계화 할아버지(80)가 그 주인공. 최계화 할아버지는 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 반팔티와 붉은악마 패션으로 주위 이목을 집중시켰다.

 

a 이보영보다 내가 인기짱 월드컵 할아버지도 행사에서 주목을 받았다. 어린 자원봉사자 학생과 기념촬영중인 최계화 할아버지

이보영보다 내가 인기짱 월드컵 할아버지도 행사에서 주목을 받았다. 어린 자원봉사자 학생과 기념촬영중인 최계화 할아버지 ⓒ 조재환

▲ 이보영보다 내가 인기짱 월드컵 할아버지도 행사에서 주목을 받았다. 어린 자원봉사자 학생과 기념촬영중인 최계화 할아버지 ⓒ 조재환

 

 삼일절의 축하분위기를 즐기러 온 최계화 할아버지, 월드컵이 끝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월드컵 패션을 고집해 보신각의 얼굴로 자리잡았다. 수많은 사진 제의가 끝나고 만난 그는 털털하고 솔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요새 젊은이들, 체력이 문제야! 난 여든이 지나도 건강하다구!"

 

a 난 여전히 건재해! 80세의 나이인 최계화 할아버지, 당찬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구하자 주먹을 불끈 쥐며 사진촬영에 응했다

난 여전히 건재해! 80세의 나이인 최계화 할아버지, 당찬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구하자 주먹을 불끈 쥐며 사진촬영에 응했다 ⓒ 조재환

▲ 난 여전히 건재해! 80세의 나이인 최계화 할아버지, 당찬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구하자 주먹을 불끈 쥐며 사진촬영에 응했다 ⓒ 조재환

 

 반팔을 입어 추울 것 같다는 질문에 당당하게 답한 그는, "나라가 요새 어렵다, 어려울 수록 강인한 체력을 기르면 정신도 맑아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분노' 여의도 MBC 앞] 미디어법 개정 찬성파, 반대파 격렬한 난투극 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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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재환

 

보신각과 다르게 여의도는 '분노'와 '투쟁'으로 삼일절을 맞이했다. '미디어개혁국민운동본부' 는 오후 3시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미디어법 개정 찬성을 위한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주로 기독교인들이 대거 몰렸다. 심지어 교회학교 소속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참석했다.

 

 "얘들아, 집회 중에 피켓은 꼭 들고 있어야 한다!"

 

집회에 참석한 어린 학생들에게 집회담당자가 건넨 부탁이다. 피켓 내용은 '좌파방송 OUT', '친북방송 OUT' 등 여러가지. 일부 어린 학생은 이 말을 듣고 열심히 피켓을 흔들었다. 그러나 미디어법이 뭔지도 모르는 어린 학생들은 삼일절에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듯했다. 심지어 지루해 하기도 했다.

 

시작 30분 전 열린 찬양시간, 이때부터 주변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해병대 전우회 여러분, 지금 이곳에 반대파들이 몰려왔습니다. 안전에 신경써주시기 바랍니다"

 

담당자의 안내방송이 나온 순간, 집회 참가자들은 순식간에 자신이 화를 당할 수 있을까 염려된 표정이다. 그러나 찬양시간이 되자 이들은 곧바로 당당하게 집회에 응했다. 15분 뒤, 집회장 왼편에는 미디어법 개정 반대파와 찬성파가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주변 보안대원이 감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됐다. 서로 멱살을 잡고 머리를 잡는 등 치열했지만 보안회사 직원과 고엽제 전우회의 도움으로 진정 양상을 보였다. 

 

a 삼일절은 '격투의 날?' 미디어법 개정안을 찬성하는 찬성파(우)와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뛰어든 반대파(좌)가 충돌했다. 보안회사 직원이 출동해 사태가 진정됐지만, 이 몸싸움이 더 큰 충돌로 이어지게 하는 매개체가 됐다

삼일절은 '격투의 날?' 미디어법 개정안을 찬성하는 찬성파(우)와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뛰어든 반대파(좌)가 충돌했다. 보안회사 직원이 출동해 사태가 진정됐지만, 이 몸싸움이 더 큰 충돌로 이어지게 하는 매개체가 됐다 ⓒ 조재환

▲ 삼일절은 '격투의 날?' 미디어법 개정안을 찬성하는 찬성파(우)와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뛰어든 반대파(좌)가 충돌했다. 보안회사 직원이 출동해 사태가 진정됐지만, 이 몸싸움이 더 큰 충돌로 이어지게 하는 매개체가 됐다 ⓒ 조재환

 

격렬한 몸싸움은 경찰의 통제를 강화시켰다. 행사장 오른편에 반대파들이 몰려들자 경찰은 횡단보도를 통제하고 주변 감시에 나섰다. 그러자 반대파들은 길을 가로 막는다는 이유로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고, 결국 2차 난투극까지 이어졌다. 초반에 가벼운 몸싸움으로 끝난 찬성파와 반대파의 충돌,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충돌의 수위는 높아졌고 결국 피켓 막대기가 오고가는 폭력전으로 발전됐다. 

 

['희망'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희망음악회'로 삼일절 '희망' 전해

 

a 희망을 찾으러 온 사람들 정명훈 지휘자의 희망드림콘서트 매표소 풍경

희망을 찾으러 온 사람들 정명훈 지휘자의 희망드림콘서트 매표소 풍경 ⓒ 조재환

▲ 희망을 찾으러 온 사람들 정명훈 지휘자의 희망드림콘서트 매표소 풍경 ⓒ 조재환

 

분노로 가득찼던 여의도와 달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평온을 되찾은듯 '희망'의 물결로 가득찼다.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희망드림콘서트' 음악회는 삼일절 오후 5시 한차례 공연으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1시간 20분으로 열린 이번 공연의 취지는 무엇일까? 공연 사회를 맡은 서울시향의 오병원씨는 서울시향의 발전이 세계적이라는 자랑과 함께 공연의 목적을 설명했다.

 

a 음악으로 희망을 찾기 위해 공연시작이 다가오자, 매표소에 표를 찾으러 몰려든 사람들

음악으로 희망을 찾기 위해 공연시작이 다가오자, 매표소에 표를 찾으러 몰려든 사람들 ⓒ 조재환

▲ 음악으로 희망을 찾기 위해 공연시작이 다가오자, 매표소에 표를 찾으러 몰려든 사람들 ⓒ 조재환

 

"서울시향은 3년 전 법인으로 등록된 후, 많은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거듭났습니다. 이렇게 많은 노력 끝에 발전된 저희들이 어려운 나라현실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고민하다가 삼일절에 '희망'이라는 주제로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선곡된 곡은 브로딘의 '폴로베츠인의 춤'과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교향적 모음곡 셰에라자드 작품 35'였다. 주로 희망과 어울리는 경쾌하고 감수성이 넘치는 곡이다.

 

한시간 반의 짧은 공연이 끝나고, 정명훈 지휘자는 짧은 소감을 관객에게 남겼다.

 

"오늘 공연은 그야말로 최고였습니다. 관객의 박수와 서울시향의 훌륭한 연주가 돋보였습니다. 저는 '내가 우리나라를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오늘 이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요즘 국회를 보면 나라의 상황이 많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그럴수록 저는 음악이 사람을 한 마음으로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우리 힘내고 열심히 삽시다!"

 

3가지 모습이 담긴 삼일절, 다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모습이었다. 한편으로는 역사적인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지만, 다른 쪽에서는 분노와 격투의 날로 인식되는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캠퍼스라이프, SBSU포터,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3.02 08:52ⓒ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캠퍼스라이프, SBSU포터,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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