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효산고 입학식3학년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준비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안준철
그동안 입학식이 그랬다. 시작을 시작답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시가 있고 음악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이름이 있었다. 내가 불러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자 비로소 꽃이 되고, 의미가 되고,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된 아이들. 고만고만하면서도 고유한 제 모습 제 빛깔을 지닌 아이들.
여느 해 같았으면 잠시를 못 참고 떠들고 야단법석을 떨었을 아이들이 뭔가 가슴에 와 닿은 것인지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난 촛불 졸업식 때도 그랬다.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동자가 불빛과 닮아 있었다. 그랬다.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었다. 진부하고 상상력이 턱 없이 부족한 학교가, 판에 박은 문구와도 같은 우리 교사들의 안이함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 후 식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교장 선생님의 입학허가 선언에 이어 이사장님의 장학금 수여가 끝나자 새로 임명된 아홉 명의 1학년 담임교사들이 아홉 명의 제자의 손을 잡고 무대 위로 올라왔다.
무대 위에는 아홉 개의 의자와 물이 담겨진 아홉 개의 대야가 놓여 있었다. 잠시 후 아이들은 의자에 앉고 선생님들은 아이들 앞에 반 무릎자세로 앉았다. 나는 사진기를 들고 무대 위로 올라가 셔터를 눌렀다. 양말을 벗기자 드러난 한 아이의 하얀 발을 어루만지는 담임교사의 손이 카메라 앵글에 잡히자 코끝이 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