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앞에서 티슈를 나눠주는 아르바이트는 말이 잘 안통해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다. 보통 시급 750엔 선.
박철현
한국 직장 버리고 일본 '백수'가 되다 이런 상태에서 올 1월, 백수생활이 시작됐다. 큰 애가 유치원에 들어갔으니 유치원비와 방세 월 12만엔(200만원), 각종 보험료와 식비 등 한 달 생활비를 합하면 약 20만엔이다. 한국 돈은 몇 년이 되더라도 환율이 회복될 때까지 건드리지 않을 것이므로 일본 현지에서 한 달에 20만엔만 벌면 된다. 참, 시청에서 월 아동수당으로 1만5천엔(큰 아이 5천엔, 작은 아이 1만엔)이 나오니 19만엔 정도다.
프리랜서 카메라맨으로 전향하면서 일본의 유명 예능 리포터 나시모토 마사루의 일을 받기로 했다. 나시모토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촬영 일거리를 주었다. 사와지리 에리카나 미야자와 리에 등 연예인이 주로 대상이었다.
play
▲ 미야자와 리에, 임신 6개월 2월말 임신 사실을 홈페이지에 올려 세간의 주목을 끈 톱스타 미야자와 리에. 28일 도쿄 시부야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정보를 입수해 직접 현장을 찾았다. ⓒ 박철현
이 일거리로 하루 3만엔(약 45만원) 정도 벌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꼴이므로 월 12만엔을 버는 꼴이다. 다른 데에서 7~8만엔 정도의 수입을 얻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파친코 가게 아르바이트와 신주쿠 가부키쵸의 일본인 선배가 운영하는 원샷바의 일일점장이다. 처자식을 둔 33세의 기혼남성이, 그것도 저널리스트라고 명함을 들고 다니는 인간이, 파친코 알바를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테다. 하지만 시급 1300엔(약 2만2천원)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일본 역시 글로벌 기업 도요타, 도시바, 소니 등이 적자계상을 하는 등 경기불황의 여파에 고통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비정규사원들의 해고 및 감원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구인광고 역시 변함없다. 아니 오히려 잡지시장의 한파에도 타운워크, 도모 등 구인잡지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을 정도다.
이런 아르바이트 구인광고 중에서 A급 수당을 자랑하는 것이 파친코였다. 어차피 일주일에 한두 번 나가는 거 돈 많이 주는 곳으로 가자는 생각에 옆 동네 파친코 가게에 취직했다. 보통 파친코 가게는 2교대로 근무하는데, 오후 3시에 출근하는 쪽을 선택하면 하루에 1만3천엔도 벌 수 있었다. 지난 1월 중순부터 출근해 두 번 월급을 받았는데, 한 달 평균 6만엔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가부키쵸 원샷바의 경우 정해진 시급 없이 하루 가게 매상의 40%를 받는 조건으로 일했다. 가게 문을 닫으면 안 되니까 일본인 선배가 쉬는 날 대신 봐주는 것이었는데, 내가 보는 날의 평균 매상이 3만엔 정도이고, 한 달에 3~4회 정도 나가니 나에게는 4만엔 정도가 떨어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