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는 목마름! 그곳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바지락 체험 현장을 가다

등록 2009.03.12 11:04수정 2009.03.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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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중인 화양면 이목 구미마을  물이 가장 많이 빠진다는 음력2월 영등시에 바닷물이 서서히 빠지고 있다.
썰물중인 화양면 이목 구미마을 물이 가장 많이 빠진다는 음력2월 영등시에 바닷물이 서서히 빠지고 있다.심명남

"영등 영등 할마시야 한 바구리 만 캐어다오/ 두 바구리만 캐어주소 영등 영등 할마시야/
비나이다 비나이다 이 갯물이 많이 나서/ 두 바구리 캐고 나면 바다 물이 들어오소.
비나이다 비나이다 영등할마시 비나이다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수록된 내용 중에서


은빛 물결이 넘실대는 어촌의 풍경은 삶에 지친 도시인들에게는 잠쉬 쉬었다 가는 낭만의 바다일지도 모른다.

어머님 품보다 더 잔잔한 노을빛 수평선과 저 멀리서 울려 퍼지는 뱃고동 소리는 왠지 무작정 멀리 저멀리 떠나고픈 충동을 자극한다.

일정한 시간을 두고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소리에 폭 빠져도 보고 무리를 지어 다니는 고기떼들을 보노라면 모든 것이 내 것같다.

하지만 막상 바다가 삶의 터전인 어부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곳은 그야말로 생사가 넘나드는 치열한 삶의 터전이다.

한 가족을 보듬어야 하는 어부들에게 있어서 그곳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공존의 그늘인 셈이다. 이렇듯 바다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서 현격한 이중성을 가진 자연의 속물이다.


어촌에서는 음력 2월10~15일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질 때를 일컬어 '영등시'라고 한다. 음력 2월 영등시에는 바닷물이 열린다는 '모세의 기적' 이라 불리는 공룡섬 사도의 바다 건너기 체험행사가 유명하지만 이곳 이목에는 바지락 캐기가 한창이었다.

여수시 화양면 이목 구미 마을은 형세가 마치 요새 같아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다 하여 30여 년 전 원전후보지로 지정되었지만 계속적인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원전후보지에서 제외된 곳이다.


지금은 풀렸지만 몇 해 전까지 개발제한으로 동네 주민들은 십 수 년간 집수리도 맘대로 할 수 없는 물질문명의 소외도 받아 왔지만 그런 탓에 자연보존이 잘 되어 오염되지 않은 바다는 옛 모습 그대로다.

예로부터 화양면의 젖줄기인 가막만은 바닷물의 염도가 좋고 오염되지 않는 천연 갯벌이 형성되어 꼬막, 바지락, 게지 등 어패류의 주산지였다고 한다.

이것이 진짜 바지락 청정바다 화양면 이목에서 캐온 바지락
이것이 진짜 바지락청정바다 화양면 이목에서 캐온 바지락심명남

어지럼증에는 바지락이나 꼬막 같은 어패류가 참 좋다고 알려져 있다. 바지락에는 타우린이라는 성분과 비타민 B1.B2 비타민 E등 철분도 풍부하여 조혈 작용도 한다.

특히 이곳에서 나온 바지락으로 끓인 시원한 국물은 약주 후 다음날 아침 속풀이에 딱이다. 바지락은 술국에도 그만이지만 끓이는 요리방법 또한 간단하다.

그 비법을 간단히 소개하면 살아 있는 바지락을 소금물에 하루 동안 재우면 바지락이 머금고 있던 뻘이 쏙 빠지는데 여기에 약간의 물과 소금을 넣고 보글보글 끓이면 뽀오얀 국물이 울어난다. 여기에 다시 대파와 마늘을 다져넣고 다시다를 약간 넣어 간을 맞추면 궁중음식이 따로 없다.

이곳 이목마을은 바지락의 무분별한 채취를 막기 위해 일년에 서너번 정도 마을 이장님이 영을 터야 채취가 가능하다. 명절맞이 추석과 설날 그리고 이맘 때(영등시)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금기사항을 깰 수 없다고 한다.

대부분 어촌계 조합원으로 가입된 어촌마을에서는 공동으로 바지락을 채취한 후 절반은 마을 운영자금으로 쓰고 나머지 반은 본인들에게 성과를 되돌려준다.

손놀림이 빠른 고수들은 절반을 주고도 하루 10만원 이상을 벌어 가기에 이맘때를 기다려 온 아낙네들의 손놀림은 가히 쉴 새가 없다. 그런데 바지락 채취에 나오지 않은 주민들은 3만원의 벌금을 내야한다.

바지락을 찾아서 물이 빠지자 마을 주민들이 바지락 채취를 하고 있다.
바지락을 찾아서물이 빠지자 마을 주민들이 바지락 채취를 하고 있다.심명남

이날 바지락 채취에 나온 사람들은 50여명 정도인데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할 것 없이 널려있는 바지락을 주워 담기에 정신이 없다. 호미로 한번 후비면 갯벌에 묻혀있던 바지락이 몇 개씩 나온다. 갯뻘과 바지락은 동색이다 보니 초보자들은 자기가 파놓고도 주워 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맘을 비우지 않고 남보다 많이 캐려고 욕심만 앞세우는 사람들은 여기저기 판 흔적만 요란할 뿐 성과가 별루다.

하지만 어디에 바지락이 많은지 잘 아는 고수들은 손놀림도 빠르고, 한번 호미로 파헤친 바지락은 하나라도 놓치는 경우가 없다.

바지락은 가져갈 만큼만 캐는 것이여! 몇시간 만에 후다닥 바지락을 캐었지만 이제는 힘에 부쳐 가져갈 만큼만 캔다는 바지락 부부.
바지락은 가져갈 만큼만 캐는 것이여!몇시간 만에 후다닥 바지락을 캐었지만 이제는 힘에 부쳐 가져갈 만큼만 캔다는 바지락 부부.심명남

또한 바지락을 캐는 동안 이곳 채취현장은 살아가는 동네소식을 생생히 접하는 사랑방이다. 대기업에 취직했다는 지형네의 아들자랑, 옆집 영철네의 며느리 흠담 애기며 윗집에 사는 영숙네의 사위사랑 얘기들이 동이 날 즈음 조랑과 바구리에는 바지락이 한 가득이다.
지게를 지고 왔던 노부부는 더 이상 캐는 것을 포기한다. 너무 많이 캐어도 다 가져가지 못하기 때문에 힘에 부치는 만큼만 주워 담아 온다고 한다.

어느새 빠졌던 물이 다시 밀려온다. 이제 철수를 해야 할 때다. 때를 맞춰 다시 제 자리를 찾아온 바닷물은 사람들이 왔다간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갯벌속에서 잡히지 않고 숨죽이며 살아남아 있는 바지락들의 애타는 목마름을 채워준다. 자연을 벗으로 삼는 이곳 마을 주민들의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속에 오늘 하루는 캐어온 풍성한 바지락으로 어느덧 부자가 되었다.

덧붙이는 글 | 물이 가장 많이 빠진 다는 음력 2월 영등시즌인 이곳은 바지락 채취가 한창입니다.
2월 영등시에 어촌마을의 풍경을 전합니다.


덧붙이는 글 물이 가장 많이 빠진 다는 음력 2월 영등시즌인 이곳은 바지락 채취가 한창입니다.
2월 영등시에 어촌마을의 풍경을 전합니다.
#바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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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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