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가 되면 참고서로 인한 지출 때문에 세 아이를 둔 가장은 허리가 휜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아이들을 경쟁구도에서 벗어나게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면서도,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어쩔 수 없이 끌려가며 살아가는 것은 내 욕심 때문일 것이다.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훗날 아이들에게 원망을 들으면 어쩔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기도 하다. 참으로 복합적인 문제들이 들어 있어 공교육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그 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의 교복값만 해도 28만 원이었다. 물론 하복은 또 구입을 해야 한다. 게다가 1/4분기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 대금 58만여 원, 고3 딸아이의 것 44만여 원이니 참고서값까지 포함하면 새 학기가 시작되고나서 150여만 원이 이런저런 기초비용(?)으로 들어간 것이다. 거기에 세 자녀의 학원비까지 포함하면 이 땅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 자체가 저주받은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대학생 자녀를 둔 가장보다 나는 행복한 가장일지도 모른다는 것으로 위로를 한다.
과연 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는 나라인가 싶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 성적으로 서열을 매기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고, 교육감이라는 사람은 교육자로서의 기본적인 덕목도 갖추지 않고,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고, 절망적인 기분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 흙탕물 안에서 안절부절하는 나에 대해서도 화가 나면서, 아이들에게는 한없이 부끄럽다.
주변 아이들이 교과서를 버리느라고 애를 먹는다더니 고3인 딸내미가 주번이었나보다. 아이들이 버린 새 교과서를 5층에서부터 재활용품장으로 나르다 손에 쥐가 났단다. 정말, 이 나라 교육은 여러 사람 힘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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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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