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꿈을 말하는, 뜻밖의 즐거움을 주는 소설!

리처드 예이츠의 <레볼루셔너리 로드>

등록 2009.03.12 09:07수정 2009.03.1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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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레볼루셔너리 로드>겉표지

<레볼루셔너리 로드>겉표지 ⓒ 노블마인

<레볼루셔너리 로드>겉표지 ⓒ 노블마인

최근에 소개된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 주연 영화의 동명원작소설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소설의 힘이 더 빛나는 작품이다. 시대를 넘어서는 어떤 힘이 있기 때문이다.

 

에이프릴과 프랭크 휠러는 마을에서 썩 괜찮은 부부로 평가받고 있다. 두 명의 자녀를 둔 그들은 이웃들과의 만남도 피하지 않을뿐더러 자기들의 일에도 소홀함이 없어 보인다. 특히 프랭크 휠러는 똑똑했고, 에이프릴은 아름다웠으며 적극적인 면이 있어 누가 보나 그들은 마을에서 잘 나가는 부부라고 할 만 했다.

 

하지만 소설의 내면에는 뭔가 이상한 분위기가 잠재되어 있다. 그것은 무엇인가. 에이프릴과 프랭크의 휠러는 뭔가 답답해 보인다. 연극배우의 꿈을 포기하고 주부가 된 에이프릴, 그녀의 얼굴에서는 어떤 좌절감이 느껴진다. 사무실에서 지루함을 파는 대신 돈을 벌고 있는 프랭크 휠러의 얼굴에서도 비슷한 것이 보이고 있다. 좌절감이 있다.

 

왜 그런 것일까? 그들은 답답했다. 그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웃들과 어울려야 하는 것도 답답했고 젊은 시절에 품었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이대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도 두려웠다. 그들은 날고 싶었지만, 주위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유리새장이 있었다. 그들이 그것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앞으로의 삶도 별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 깊은 좌절감을 느꼈던 게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것일까? 에이프릴은 남편에게 떠나자고 한다. 이곳의 모든 것을 버리고 프랑스로 가자고 한다. 프랑스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걸 찾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었다. 가능한 일인가.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그럼에도 에이프릴은 개념치 않는다. 그녀는 새장을 스스로 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프랭크 휠러도 동조한다. 그도 이곳이 답답했던 터였다. 자신의 존재 가치에 회의를 느끼던 중이었다. 그도 용기를 내려 한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게 이 계획을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그런데 프랭크 휠러에게 뜻밖의 일이 생긴다. 그가 썼던 보고서가 회사에서 인정받아 출세할 기회가 생긴 셈이다. 지루한 일이 아니라, 주목받을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고민한다. 이런 기회를 버려둔 채 프랑스로 가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하고. 그는 인정해야 했다. 어쩌면 그토록 저주했을지도 모르는 기성세대의 조직에 안주하려는 것을 말이다. 에이프릴은 어떨까? 반대한다. 그녀는 이상을 쫓는다. 이때부터 에이프릴과 프랭크 휠러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는데 이 과정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왜 그런가. 단순히 부부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어느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등장한 것은 종전 후부터 불어 닥친 혁명 정신이 점차 희미해지던 때였다. 1950년대는 그랬다. 혁명을 말하는 대신 안주하려고 했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상을 말했다. 젊은 날의 그 꿈을 되찾고 싶어 하던 이들이 있었다. 에이프릴은 그들을 대표하는 전형적인 인물인 셈이다. 프랭크 휠러는 어떤가. 그 대열에서 이탈한 사람들이다. 현실에 안주하면서, 그토록 비판하던 기성세대에 편입될 뿐만 아니라 더 잘 살려고 했던 이들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소설의 끝에서 에이프릴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래서 프랭크 휠러는 행복했을까. 자신을 반대하던 사람이 사라졌으니 마음이 편했을까. 소설은 그를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 즉 빈껍데기로 묘사한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그 당시 미국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말이다. 이상과 혁명의 어느 것을 잃어버리고 현실에 안주하고 자본주의에 휩쓸려가는 그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비꼬는 셈이다.

 

소설이 쓰여진 건 1961년이다. 매순간 새로운 것을 찾는 요즘 분위기로 보면 꽤 오래된 소설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의 내용이 오늘날에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건 왜일까. 소설이 건네는 말이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소설로써 읽는 재미도 맛깔스럽다. 진중하면서도 소설 읽는 맛이 톡톡 튄다. 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2009.03.12 09:07ⓒ 2009 OhmyNews

레볼루셔너리 로드

리처드 예이츠 지음, 유정화 옮김,
노블마인, 2009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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