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9.03.12 11:27수정 2009.03.12 11:27
수습기자들은 경찰서에서 형사당직사건을 챙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처음엔 사건을 부딪칠 때마다 모르는 것 투성이다. 형법조항도 모르고, 형사소송절차도 모르니 기본적인 것을 경찰에게 물어야 할 때가 많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형사법을 알면 기자로서 할 수 있는 질문의 수준이 높아진다. 간단한 예로 단 순폭행이 '반의사불벌죄'임을 아는 기자는 경찰에게 우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 사건이라면 공소권이 없으므로 추가 취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처음 경찰서를 찾은 수습기자는 '반의사불벌죄'가 무엇인지 모르니 그런 질문도 못하고 나중에야 중요한 사건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런 일을 겪고 나면 "형사법을 좀 더 알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형법이나 형사소송법을 공부할 틈을 마련해보려고 했지만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수습기자생활 말미에 그런 아쉬움을 달래줄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인권실천시민연대에서 마련한 형사법 강의가 그것이다. 2월 17일(화)부터 3월 5일(목)까지 6번에 걸쳐 진행된 강의에서는 형법과 형사소송법의 이론에서부터 기본적인 내용, 최근 불거진 이슈에 대한 입장까지 광범위하게 다루어졌다.
이 강의를 통해 기자들은 현실에서 사건을 만났을 때, 무식해서 겪어야 했던 시행착오를 줄이고 좀 더 진일보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강의에서 '재정신청'에 대해 배우고 난 며칠 뒤에 재정신청에 의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정몽준 의원의 공판에 들어가서 큰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다.
강사들이 이명박 정권 들어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을 소재로 한 덕에 더 생동감 있는 강의가 되기도 했다.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해야 하나, 미네르바가 위반했다는 전기통신기본법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등 개인적으로 최근에 취재했던 사건들을 소재로 이야기하니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큰 소득은 강의 전보다 다양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강의에서 교도소 수감자들의 인권이라든가, 검사동일체의 문제 등 지금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들을 배움으로써 앞으로 기자로서 문제제기할 수 있는 '꺼리'들을 많이 챙겼다고나 할까.
앞으로 새로 뽑힌 기자들은 경찰서와 법원에 드나들기 전에 형사법을 공부할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기자가 아니더라도 시민·활동가 누구나 형사법 강의를 통해 얻어갈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좋은 강의를 마련해주신 인권실천시민연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조미덥씨는 현재 경향신문 기자로 활동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3.12 11:27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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