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생겼잖아"

등록 2009.03.13 11:42수정 2009.03.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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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랜만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모여 식사를 했다. 모두 결이 고운 사람들이라 만날 때마다 늘 즐거웠지만 그들 중에 특별히 관심 가는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 때문에 더욱 즐거웠던 자리였다. 그 날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그는 표정이 얼마나 맑고 소년 같은지 저런 표정이 어디서 나오나 싶어 늘 궁금했었다.

 

항상 이야기를 하다가도 마무리는 늘 "내가 잘 생겼잖아"로 사람들을 웃겼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단순히 그의 유머감각이 뛰어나서 그런 줄 알았었다. 그런데 어제 비로소 그 비밀을 알게 되었다.

 

세상 기준으로, 어찌 보면 그는 외모 콤플렉스를 느낄 수도 있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 그의 어머니로부터 '우리 아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잘 생겼다'는 말을 듣고 자랐으니 정말 자기가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이렇게 사람의 일생을 바꾸어주는 위대한 것이었다.

 

거기다 어머니에 이어 사랑하는 마누라까지 항상 자기 신랑이 세상에서 제일 잘 생겼다고 해주니 자기가 정말 잘 생겼다고 생각하고 어디서나 자신만만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리라.

 

모든 부모에게는 자기 자식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오죽하면 메추라기 엄마 이야기가 나왔을까. 그러나 메추라기 엄마 이야기는 넌센스나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명백한 진리이다.

 

부모의 말 한 마디에서 용기를 얻고 자신감을 얻으며 아이들은 자란다. 어제 내내 그 생각에 빠져서 객지에 있는 두 아들이 눈에 밟혔다. 이미 성년이 되어버린 아이들, 우리 아이들에게 나는 충분한 사랑을 주었던가 생각해보니 자꾸 미안한 기억들만 떠올라 안타까웠다.

 

어려운 살림에 시부모님 모시고 시집살이 하느라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더구나 두 분 다 노환으로 병원을 끼고 살다시피했으니 아이들은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건 핑계일 뿐, 아이들에게 온통 부족함 투성이였던 것 같아 오래도록 회한으로 가슴을 적셨다.

 

가정에서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란 아이들은 얼굴 표정부터 다르다. 밝고 사랑스럽다. 그러니 그런 아이들은 가족이 아닌 남한테도 더 사랑받을 수밖에 없다.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사랑을 베풀 줄 안다.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란 아이들은 비뚤어지지 않는다. 똑같은 말을 해도 토라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웃는 아이가 있다. 한 여자아이는 무슨 말만 하면 "왜 맨날 나만 미워해요?"하고 토라진다. 정도가 심해서 왜 그런지 알고 싶어 이런저런 말을 하며 속마음을 털어놓게 해보았다.

 

그랬더니 그 아이는 집에서 엄마가 아들인 오빠만 사랑해줘 자기는 늘 찬밥 신세라고 했다. 식사 때면 반찬도 맛있는 것은 항상 오빠 앞으로 놓아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 일부러 오빠 자리에 자기가 앉았더니 엄마는 반찬을 모두 바꾸어 다시 놓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이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자기는 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는 피해의식이 남아 있어 자기 방어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아이들에게 못 다한 사랑은 이제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충만한 사랑을 쏟아 주리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런 기회가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했다.

2009.03.13 11:42ⓒ 2009 OhmyNews
#자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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