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제과 업체 친환경 표방 과자들의 성분표시
이윤기
'자연이야기'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크라운 제품은 '유기농 원료' 사용을 표방하고 있다. "자연이야기 유기농은 95% 이상 유기농원료만을 사용한 크라운제과의 친환경식품 대표브랜드"라고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나온 유기농 샌드와 유기농 웨하스 성분표를 살펴보면, 유기농밀가루(호주산), 유기농쇼트닝(콜롬비아산), 유기농설탕(호주산), 유기농포도당(미국산), 유기농혼합분유(오스트리아산), 유기농계란분말(이탈리아산), 유기농백설탕, 유기농야자유, 유기농올리고당 등 각각 전체 재료의 97.7%, 98.9%가 유기농 재료인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 제품에도 산도조절제, 정제소금, 천연바닐라엑기스, 천연바닐라향 등의 첨가물은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 회사 제품은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95% 이상의 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내 농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설탕과 같은 불가피 재료가 아닌, 대부분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모두 수입해오고 있는 것이다. 억지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어렵게 유기농업을 지켜가고 있는 국내 유기농 재배농가에서 생산된 재료를 사용해주지 않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입해온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친환경제품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생산지에서 소비자에 이르는 거리, 이른바 '푸드 마일리지'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 호주, 미국,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수천마일 떨어진 먼 곳에서 우리나라까지 운반되는 동안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를 에너지로 사용해 이동했을 것은 너무나 뻔 한 일이기 때문이다.
[롯데 '마더스 핑거'] '국내산 쌀 과자'에 호주산 귀리가 50%나롯데제과는 엄마 손길을 상징하는 '마더스 핑거'를 새로 내놓은 안전한 과자 상표로 사용하고 있다. '마더스 핑거'는 "자녀를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을 담아 만든 롯데제과의 건강, 안심과자 브랜드"라고 한다.
'마더스 핑거'가 제품은 다섯 가지 과자 안전지대 '스쿨존'을 표방하고 있는데, NO 밀가루, 무첨가, LOW 저나트륨, 칼슘함유, 열량영양 안전설계를 말한다. 특히, 위험한 첨가물로 잘 알려진 합성착향료, 합성착색료, 합성감미료, L-글루타민산나트륨, 글루텐을 첨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마더스 핑거' 제품인 블루베리와 오트크런치 제품을 살펴보면, "밀가루가 걱정되는 엄마의 마음으로 밀가루 대신 순수 국내산 쌀로 만든 과자를 실현"하였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성분표시를 살펴보면 오트크런치의 경우 전체 재료의 50%를 호주산 귀리분말을 사용했고, 국내산 쌀은 7%, 흑미는 5%를 썼을 뿐이다.
위험한(?) 밀가루 대신 국내산 쌀을 사용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산 쌀 함유량은 12%에 불과한 것이다. 그나마, 국내산 쌀이라고 하더라도 무농약이나 유기농으로 생산되었다는 표시가 없는 것으로 보아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한, 관행농업으로 재배된 쌀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첨가물표시를 살펴보면 식물성유지, 유청분말, 블루베리농축분말, 백설탕, 물엿, 옥수수 전분, 흑당시럽, 기타코코아가공품, 천연바닐라추출물 등의 재료를 사용했다고 적혀있다.
55가지 화학물질이 결합돼 만들어진 '산도조절제'그럼, 이쯤에서 안전한 과자 혹은 친환경 먹거리를 표방하는 이들 제품에 포함되어있는 첨가물 몇 가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가장 여러 제품에 들어있는 것은 바로 산도조절제이다. 소비자들은 과자 포장지에 있는 성분을 보면서 한 가지 물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여러 첨가물을 섞어 놓고는 하나의 성분명으로 표시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산도조절제다.
산도조절제 안에는 식품에 상큼한 맛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산미료 구연산, 사과산, 탄산칼슘이나 탄산수소나트륨(중조), 구연산칼륨 등은 물론이고, 염산과 수산화나트륨(가성소다), 황산알루미늄칼륨(명반) 같은 알루미늄 화합물들, 인산나트륨을 필두로 하는 인산염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산도조절제라는 아리송한 첨가물 안에는 조미 기능, 발색 기능, 식감 개선 기능, 보존성 향상 기능을 하는 무려 55가지나 되는 화학물질이 숨어있는 것이다.
산도조절제 다음으로 많이 들어있는 것은 합성착향료이다. 합성착향료는 세상에서 발견되거나 새로 만들어진 향료물질을 섞어서 만든 것(조향)인데, 식품의 향미를 증진하거나 나쁜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 주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