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가 과연?

누가 이들의 평가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등록 2009.03.16 17:10수정 2009.03.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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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입시 의혹

 

2009학년도 고려대학교 수시2-2 입시에서 특목고 학생을 우대하지 않았느냐 하는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고려대학교 측에서는 이에 대해,

 

'고교등급제를 시행한 건 아니다'

 

라고만 할 뿐, 제기된 의혹에 대한 반증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입시 기준에 대해서는 세계 유수의 대학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이며, 다른 대학이 공개하면 같이 공개하겠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대교협도 이를 인정하고, 더 이상 추궁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듯하다.

 

입시에서 각 대학의 목적은 우수한 인재를 선점하는 것이다. 또한 학생의 목적도 자신의 능력을 계발할 수 있는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내년 입시에서, 크게 확대되는 '입학사정관제'가 이를 잡음없이 충분히 해소해줄 수 있겠는가 하는 물음이다. 입시에 대한 불만이 날로 높아짐과, 대학별 서열 가속화 - 소위 sky나 좋은 학과를 가기 위해 매년 상위권 재수생 발생 비율 증가 - 는 대학 주위의 갈등이 고조됨을 방증한다. 입학사정관제의 특성상, 공정성 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이 제도를 순기능만 강화하여 정착시킨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물론, 학생의 면면을 자세하게 살펴보고, 단순히 현재의 단편적 평가보다도 발전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다는 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을 외면할 수는 없다. 앞으로의 인재상은, 분명 창의적이어야만 하고, 이를 위해 각 학생을 자세하게 관찰해야 함은 당연한 주장이고 반드시 시행해야만 한다.

 

과연 우리가 벤치마킹해도 될 만한 제도인가?

 

1920년대 미국에서 입학사정관제가 처음 시행되었을 때에도 지금의 우리와 비슷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지금은 각 대학별로 인재에 대한 정의라든지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이 다양해져, 이에 대한 만족도가 분명 높아지긴 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 50년대나 되어서야 흑인들이 대학을 갈 수 있었다는 사실과 여전히 미국의 대학진학률은 50% 근처라는 것이다. 고등학생의 80% 이상이 대학을 진학하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풍토이며, 미국의 대학들은 세계 순위를 매겨도, 대학 수로도,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절대적 우위다. 즉, 미국은 우리보다 학생들 간의 경쟁도 낮고, 좋은 대학이 충분히 많기에 대입에 대한 불만이 절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위권 대학들 위주로 시행되는 입학사정관제는 4~5개 대학이 인재 선점에 대한 치킨 게임이 될 공산이 크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각 대학이 외고생 등의 특목고 학생들과 자사고 학생들을 선점하기 위한 신입생 모집 전략을 짤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매년 반복되는 특목고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 비율에 따른 추론이고, 이러한 현상은 아직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입학사정관제를 확대적용하겠다는 계획만 발표했다. 그리고 이것을 어떠한 방식과 원칙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더구나 입학사정관 자체의 자질에 대한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은, 이러한 추론을 더 확고히 할 뿐이다. 만약, 정말로 2010년 입시가 이러한 양상으로 전개된다면, 이 제도를 공정한 입시제도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듯싶다. 입시에서 공정성에 대한 불신은, 그 제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큰 갈등을 만들 수밖에 없다.

 

결국, 입학사정관제지만

 

자신의 능력과 소질에 맞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균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공정한 룰 속에서 경쟁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패자가 그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그것이 커다란 사회 문제로 발전한다면 이는 사회적 갈등 뿐만 아니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다.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내 몸이 어떠한지를 정확하게 파악해 줄 수 있는 테일러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테일러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만들어진 옷을 안심하고 입을 수 있을까? 각 대학은 자신의 구미에만 맞는 인재를 찾기 보다도, 그 기준 밖의 인재를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래서 탈락자도 이를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을 계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궁극적으론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일테니깐.

2009.03.16 17:10ⓒ 2009 OhmyNews
#입학사정관 #입시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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