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주꾸미는 '소라방'(소라껍데기)과 '낭장망'(자루모양의 긴 그물을 고정해놓고 강한 조류를 이용하는 어구)으로 잡는데요. 어획량이 감소하자 불법으로 금지된 '끌빵'(고데구리)으로 개펄바닥을 쓸고 다닌다고 해서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끌빵'이나 '낭장망'보다 '소라방'으로 잡는 주꾸미가 육질도 부드럽고 고소한 맛도 더하다고 합니다. 개펄 바닥을 돌아다니다 그물에 잡히는 주꾸미는 수컷이 많을 것이고, 소라껍데기 속으로 들어갔다 잡힌 주꾸미는 산란기에 알을 품으려고 했으니 당연하겠지요.
주꾸미 암놈 머리에는 쌀밥처럼 생긴 알이 가득 들어 있는데요. 입에 넣고 씹으면 톡톡 터지는 게 싱싱한 청포도를 연상시키고, 맛은 술도가에서 쪄낸 술밥처럼 고소해서 생각만 해도 침샘을 자극합니다.
주꾸미는 '먹통'(먹물 주머니)째 먹어야 제 맛이 납니다. 먹물 주머니가 터지지 않게 머리 부분을 잘라 완전히 익히고, 다리는 살짝 데쳐내면 약간 붉은 색깔이 돋으면서 맛도 부드러워지는데요. 소금으로 간을 맞춘 물에 익혀야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밥반찬으로는 주꾸미 양념 회 이상 좋은 요리가 없을 것입니다. 저는 묵은 김치를 송송 썰어 국물을 넉넉하게 잡고 적당한 크기로 자른 주꾸미와 함께 끓인 '주꾸미 김치국'을 가장 좋아하는데요. 자세한 설명은 다음에 하기로 하지요.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 "홍어는 낚시로 잡고, 주꾸미는 소라껍데기로 잡는 거여"라는 말을 듣고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릅니다. 미끼도 없이 잡는다니 신기할 수밖에요. 아무튼, 다양한 조리법과 포획 방법을 착안해낸 선조들의 지혜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봄철 어종인 주꾸미는 알을 품는 3월에서 4월까지가 맛이 가장 좋습니다. '가을에는 전어, 봄에는 주꾸미'라는 말처럼, 5월이 되면 껍질이 질겨지고 주꾸미 특유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도 사라지거든요.
주꾸미는 몸이 나른해지는 봄철에 미식가와 애주가들에게 인기가 좋은데요. 개펄과 모래가 반반씩 섞인 곳에서 잡아 올린 주구미가 영양가도 많고 맛도 좋다더군요. 특히 철분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빈혈에 특효가 있으며, 허약체질과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합니다.
잔치마당 첫날 이모저모
육지에서 봄의 전령사가 냉이와 쑥갓이라면, 바다에서는 봄철 입맛을 돋워주고 밥상을 즐겁게 해주는 주꾸미일 것입니다. 흠이라면 비싼 것이 흠이겠습니다만, 첫날이라서 잔치마당에 나가보았더니 예상대로 주꾸미 인기가 좋았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에서 봄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구성진 품바타령을 감상하며 소주잔을 나누는 낭만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인데요. 주꾸미 회와 데침은 1kg에 3만 원, 주꾸미 샤부샤부와 무침, 전골, 볶음은 1kg에 3만 5천 원이었고, 조개구이는 한 접시에 3만 원이었습니다.
매일 오후 6시30분부터 커플게임, 풍선 불기 게임, 경품추첨 등 방문객과 함께하는 놀이에 이어 장기자랑과 노래자랑 예심, 김민서, 심수경, 김운과 B-BOY, 국악 신동 박성렬 등 인기가수와 연예인들이 교대로 출연하는 축하공연과 함께 우리의 민중예술인 품바와 난타 공연도 주·야간으로 함께합니다.
첫날인데다 오전이라서 분위기가 어색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각설이의 재담에 폭소가 터지기 시작했고, '울고 넘는 박달재'를 부를 때는 손을 잡고 춤추는 아주머니도 있었습니다. 독거노인을 돕는다는 성금통에 1천 원짜리 한 장을 넣는 아저씨도 보였고요.
각설이와 관객이 십년지기처럼 어울리는 광경을 보니까 '우리는 원래 모르는 사람과도 잘 어울리는 순수한 민족이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왜놈들이 쌀 수탈의 전진기지로 삼았던 군산항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어항으로 변했지요.
21일 저녁에는 바닷가 일 번지 해망동 하늘을 수놓을 불꽃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22일, 24일, 26일, 28일에 열리는 즉석경매는 방문객들이 일일 중매인이 되어 청정해역에서 금방 잡아온 주꾸미, 꽃게, 조기 등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최고 이벤트가 될 것입니다.
수산물축제 첫날(20일) 해망동 어판장에서 주꾸미 경매가는 1kg에 1만 9천5백 원이었고, 수산물센터 포장 판매가는 2만 3천원, 잔치마당 먹을거리 장터에서는 2만 7천 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번영회에서는 방문객들에게 그날그날 판장에서 경매되는 주요 어종 시세를 계속 안내할 것이라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때는 바가지요금 신고센터(063-442-4822) 이용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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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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