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자립도 높은 학교가 자율형사립고 신청? 꿈깨!

[자율형사립고가 대국민 사기극인 이유 2]

등록 2009.03.25 10:49수정 2009.03.2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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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은 자율형사립고를 신청하는 학교들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아도 운영이 가능한 건전사학, 다시 말해 재정자립도가 높은 학교들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서울교육청은 이미 지난해 모든 사립학교를 대상으로 자율형사립고 희망조사를 하였는데, 141개 인문계 사립고교 중 무려 48%에 해당하는 67개교가 신청을 했다. 이것도 희망원 조사이고 시행안이 확정된 이후는 거의 모든 사립학교들이 자율형사립고 희망원을 낼 것이 거의 확실하다.

 

MB 정부의 소원처럼 자율형사립고가 정부 지원 없이도 운영이 가능한 재정 구조가 튼튼한 학교들이 신청하여 운영하게 될지 아닐지 자료를 통해 따져보자. 07년~08년 국정감사 자료(민주노동당 최순영, 민주당 안민석 의원실)에 제출된 재정상태에 관한 자료를 보면 "재정자립도가 높은 학교들이 자율형사립고가 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뭘 모르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자율형사립고 재정 자립은 그들만의 희망 사항일 뿐

 

법인의 재정자립도란 학교 전체 예산에서 재단의 전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며, 다른 말로 하면 학교 총예산에 대한 법인의 기여도이다. 이것이 높을수록 학교 총예산 중에 재단의 전입금이 많은 것이며, 재정이 튼튼한 학교를 의미한다.

 

즉, [재정자립도(%) = (재단전입금 ÷ 총예산) X 100]이며, 재정자립도란 학교 총 예산 중에서 법인 재단전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a  재정자립도가 2년 연속 0%인 학교도 자율형사립고를 하겠다고 신청을 했다. 이들은 무슨 생각으로 자율형사립고를 하겠다고 하는 것일까? 이런 학교들이 자율형사립고가 되면 그 부담은 어디로 갈까?

재정자립도가 2년 연속 0%인 학교도 자율형사립고를 하겠다고 신청을 했다. 이들은 무슨 생각으로 자율형사립고를 하겠다고 하는 것일까? 이런 학교들이 자율형사립고가 되면 그 부담은 어디로 갈까? ⓒ 김행수

재정자립도가 2년 연속 0%인 학교도 자율형사립고를 하겠다고 신청을 했다. 이들은 무슨 생각으로 자율형사립고를 하겠다고 하는 것일까? 이런 학교들이 자율형사립고가 되면 그 부담은 어디로 갈까? ⓒ 김행수

선덕고와 양천고 등은 2년 동안 법인 전입금이 0%이다. 즉, 법인에서 10원도 학교에 내지 않았고 오로지 국민 혈세와 학생 등록금으로만 학교를 운영하였다는 의미이다. 이를 비롯하여 용화여고, 청원여고, 양정고 등 0.1%도 안되는 재정 자립도를 가진 학교들이 자립형사립고를 하겠다고 신청을 하였다.

 

a  재정자립도 0%를 비롯하여 자율형사립고 희망학교의 84%가 법인의 재정자립도(법인의 재정 부담율)가 5%에도 못 미친다.

재정자립도 0%를 비롯하여 자율형사립고 희망학교의 84%가 법인의 재정자립도(법인의 재정 부담율)가 5%에도 못 미친다. ⓒ 김행수

재정자립도 0%를 비롯하여 자율형사립고 희망학교의 84%가 법인의 재정자립도(법인의 재정 부담율)가 5%에도 못 미친다. ⓒ 김행수

자율형사립고 희망 학교 중 2년간 사학법인의 재정기여도인 재정 자립도가 1%도 안 되는 학교들이 절반이 넘는 52.2%인 35개교나 되고, 전체의 무려 83.6%인 56개교의 재정자립도가 5% 미만으로, 재정자립도가 5% 이상인 학교는 11개로 전체의 16.4%밖에 안 된다.

 

그리고 자율형사립고 희망학교와 일반고의 재정자립도 차이가 1.3%로 거의 나지 않는다. 즉, 재정자립도가 높은 학교들이 자율형사립고를 희망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이나 세간의 믿음은 그들만의 희망사항임이 드러난 것이다. 자율형사립고 희망학교의 재정적 자립은 MB정부의 희망사항이지 결코 현실이 아니다.

 

건전 사학? 현행 법정전입금도 못내는 부실사학이 다수

 

자율형사립고를 희망하는 학교들을 건전 사학이라고 정부는 믿고 싶고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그들만의 헛된 기대라는 점이 쉽게 드러난다.

 

현행 법률로 사학법인에게 최소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법정 전입금도 못내고 있는 학교들이 부지기수며, 이들의 대부분을 학생 등록금 또는 국민 혈세로 대신 납부해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a  현행 법률상 사학법인의 최소 의무인 법정전입금마저 내지 못하여 학생등록금과 국민세금으로 대신 납부하는 학교들이 부지기수이다.

현행 법률상 사학법인의 최소 의무인 법정전입금마저 내지 못하여 학생등록금과 국민세금으로 대신 납부하는 학교들이 부지기수이다. ⓒ 김행수

현행 법률상 사학법인의 최소 의무인 법정전입금마저 내지 못하여 학생등록금과 국민세금으로 대신 납부하는 학교들이 부지기수이다. ⓒ 김행수

 

재정자립도와 마찬가지로 영세한 재정구조를 지닌 사학법인인 선덕고, 양천고, 용화여고, 청원여고는 현행 법정재단전입금 중 1%도 부담하지 못하고 있고, 양정고, 화곡고 등 15개나 되는 학교들이 10%도 안 되는 법정전입금만을 납부하고 있다.

 

a  자율형사립고 희망학교 중 현행 법률상 사학법인의 최소 부담인 법정전입금을 미납하고 있는 학교가 67%나 된다. 3 중 2개는 현행 법률상으로도 부실 영세사학으로 볼 수 있다.

자율형사립고 희망학교 중 현행 법률상 사학법인의 최소 부담인 법정전입금을 미납하고 있는 학교가 67%나 된다. 3 중 2개는 현행 법률상으로도 부실 영세사학으로 볼 수 있다. ⓒ 김행수

자율형사립고 희망학교 중 현행 법률상 사학법인의 최소 부담인 법정전입금을 미납하고 있는 학교가 67%나 된다. 3 중 2개는 현행 법률상으로도 부실 영세사학으로 볼 수 있다. ⓒ 김행수

 

자율형사립고 희망 학교 중 67.2%인 45개교가 현행법으로 규정된 최소 부담인 법정 재단전입금을 납부하지 못하여 국민의 혈세와 등록금으로 대신 메우고 있다. 현행 법률의 법정전입금을 모두 납부하고 있는 학교는 전체 32.8%인 22개 학교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자율형사립고 희망학교와 일반고의 법정 재단전입금 납부율 차이가 7%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즉, 자율형사립고를 설립하겠다고 하는 학교들 대부분 현행 법률로 규정된 법정전입금조차도 내지 못해 국민혈세와 학생 등록금으로 대신 납부하고 있는 현실이다.

 

재정자립은 정부의 희망사항일 뿐

 

자율형사립고 신청은 재정 자립을 기본 전제조건으로 하여 정부가 재정결함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당연히 재정 상태가 튼튼한 소위 말하는 건전사학이 자율형사립고를 신청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재정 자립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자율형사립고 희망학교의 재정 상황을 분석해 본 결과 '정부의 희망사항'인 것으로 밝혀졌다. 자율형사립고 중 몇몇 학교는 수년 동안 단돈 10원도 부담하지 않거나 재정자립도가 거의 0%다. 이렇듯 자율형사립고를 희망한 학교의 84%가 재정자립도가 5% 미만이며, 현행 법률상 사학재단의 최소 의무인 법정전입금을 납부하지 못하여 학생등록금 또는 국민세금으로 대납하고 있는 학교가 전체의 67%에 이른다.

 

대부분 자율형사립고 희망학교들이 건전사학이 아니라 오히려 부실영세사학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이런 부실사학들이 자율형사립고를 운영하겠다고 할까? 지금까지 법정전입금도 못 내던 영세사학들이 어디에 숨겨둔 돈이 있었는지 갑자기 자율형사립고를 운영할 수 있다고 하면서 건전사학인 척 한다.

 

지금까지 없던 돈이, 지금까지 없던 재산이 갑자기 하늘에서 생긴 것도 아닐텐데 어떻게 해서 정부 지원없이 자율형사립고를 운영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일까?

 

그럴 돈이 있으면 지금까지는 왜 학교에 투자하지 않고, 최소한의 의무마저 이행하지 않고 학생등록금과 국민 혈세로 대납하도록 하고 있었나. 혹시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만 믿고 그 부담을 학부모에게 전적으로 떠넘기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한 검토는 3부에서 이어집니다.)

#자율형사립고 #재정자립도 #법정전입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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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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