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후 일주일여 만인 18일. 교과부는 '2009년 대학 교육역량 강화사업' 시행계획을 내놓았다. 대학 및 전문대학 교육의 질을 제고함으로써 우수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추진한다는 사업기본계획을 확정ㆍ공고한 것이다.
그러나 교과부가 확정·공고한 대학 교육역량 강화사업 가운데는 그동안 숱하게 지적돼 왔던 시간강사 교원지위 확보 및 처우개선에 대한 내용은 눈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대학 발전의 필수지표가 반영된 포뮬러에 의한 성과중심의 재정지원으로 대학 간 경쟁풍토를 조성하고, 지원 예산에 대해 포괄적 재정집행(Block Grant)을 보장하겠다'는 굵직한 추진전략에선 이 정부가 초기부터 입만 열면 강조해 온 모든 분야의 경쟁체제 시스템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교육역량 강화를 위한 대학들의 자율적·전략적 투자를 촉진한다는 취지이지만 이주호 차관이 국회의원 시절 그토록 강조했던 시간강사들이 처한 문제점 개선은 찾아보기 어렵다. 교육역량 강화와 학생들의 학습권과 직결된 문제지만 각 대학은 눈치만 보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교과부는 24일 추경예산과 관련해서도 "공교육을 개혁하고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사업에 재정지출을 확대한다"면서 "이를 위해 금번 추경 예산안에서 교육과학기술분야는 총 16개 과제에 국고 1조187억원과 지방비 4123억원 등 1조4310억원의 재정지출을 늘리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가운데 고등교육부문은 △취업 지원 △등록금 부담완화 △국립대 시설확충 등에 추경예산이 집중 편성된다. 눈치 빠른 대학들은 앞서 인건비 지출 예산을 일제히 높였다.
<한국대학신문>은 지난 20일 '올해 대학 인건비지출 예산 일제히 상승'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해보다 대학들의 교직원 보수 지출예산이 최대 191억원, 최고 20%까지 증가했다"며 "보수 지출 예산의 비중이 전체 예산의 50%를 넘어서는 대학들도 있다"고 밝혔다.
경제난 속에서 경상지출을 줄이겠노라 장담하던 대학들은 올 예산에서도 보수 지출예산을 일제히 늘린 것이다. 이 신문이 지난해 교비회계 본예산규모 1500억원 이상인 전국 28개 사립대의 올 예산을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추경예산 대비 보수 지출 예산액이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191억원이 증가한 고려대로 나타났다.
또한 지방대 가운데 울산대의 보수 지출예산은 전체 예산의 절반이 넘는 52.1%로 나타나 전체 예산 대비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보수를 줄줄이 늘렸다. 이처럼 대학들이 교직원 인건비를 매년 늘려나간다면 학생 등록금은 어떻게 될까. 동결을 주장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언제까지 들어줄 리 만무하다.
더 큰 문제는 교원지위를 부여 받지 못해 처우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시간강사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괴리감을 대학 스스로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보수면에서 교원들과 편차가 심각한 실정이다. 호봉이 제로이다 보니 시간강사들의 보수 인상 요인은 거의 없다.
1개 대학에서 주당 6시간 근무하는 시간강사가 받는 연봉은 666만원에 불과하다. 전임강사 평균 연봉 추정액 4124만원의 6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대학 시간강사 기본현황(통계) 분석 보고서'에서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시간강사의 시간당 강사료는 평균 3만6천원으로 집계됐다. 국립대는 4만3천원, 사립대는 3만6천원으로 국립대가 사립대보다 7천원 정도 높았다. 시간강사들의 주당 강의 시간은 3~6시간이 58.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3시간 미만이 18.6%, 7~9시간이 10.9%였다. 시간강사 49.9%가 1개 대학에 출강하고 있고, 22%는 2개 대학에 출강하고 있었다. 12.2%는 3개교 이상 출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임 교원보다 많은 시간강사들, 이대로 방치할 텐가?
대부분 시간강사들은 6개월(한 학기) 단위로 계약하고 있다. 1년도 안 되는 비정규 계약직 시간강사들의 4대 보험 적용 여부는 열악한 처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6년 기준으로 국립대 42개 가운데 시간강사에게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보장하고 있는 대학은 한 군데도 없었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만 34개(80%) 대학에서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립대학 113개 가운데 59개(52.2%)는 4대 보험 중 어떤 보험도 가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간강사 수는 줄지 않고 있다. 2008년 전체 시간강사 수는 7만2419명으로 전임교원 수 5만8819명보다 많다. 대학에 중복 출강하는 인원을 제외하면 5~6만 명에 이를 것으로 교과부는 추정하고 있다. 이들이 전체 대학에서 담당하고 있는 강의 비율은 33.8%. 대학 강의 3개 중 1개는 시간강사가 담당하고 있는 꼴이다.
비정규직 교수들이 대학교육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 강사들을 제외하고 어떻게 대학의 교육역량을 강화시키겠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학 강사 문제가 교육부 2차관 소관사항이라고 하지만 이주호 1차관의 과거 기백은 어디로 다 갔을까.
중요 정책 입안과정에서 최소한의 조언과 자문도 할 수 없는 처지일까. 특히 이 문제에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왔던 국회의원이라는 점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대학 강사들은 이주호 차관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주호 차관님, 의원 시절 호통이 '쇼'는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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