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해보험사의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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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보험은 그 정신이나 구조는 상조회사와 거의 같지만,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되는 업종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보험이 과연 상호부조 정신을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지는 역시 의문이다. 보험사들이 그렇게 많은 설계사들을 거느리고 엄청난 수익을 올린 원천은 계약자들의 보험료다. 원칙대로라면 사실 보험사는 큰돈을 벌지 않아야 한다. 보험금을 지급할 확률과 보험료 수익을 수학으로 계산해서 운용하기 때문이다.
보험이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앞의 사연 같은 걸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보험구조를 살펴보고 가능한 덜 손해 보고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지금처럼 소득이 불안정한 때에는 더욱더 필요한 일이다. 최소한의 안전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최악의 불황기. 당장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너도나도 보험 해약에 따른 손익계산을 따져보고 있다는 소식이다. 당신은 어떤가.
소득 줄었는데, 보험 깰까 김순영(35, 가명)씨 부부는 자녀 셋을 둔 맞벌이 가정이다. 맞벌이라고는 하지만 김씨 수입이 워낙 불규칙하고 최근엔 수입이 크게 줄어 여느 가정의 외벌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몇 년 전, 김씨가 자영업을 하다 크게 빚진 게 있어 대출이자도 많이 나가고 있다.
남편 역시 고정급이 아니라 변동이 크고, 부인과 마찬가지로 수입이 최근 크게 줄었다. 현금 흐름을 추정해 보는데, 무려 월 100만 원 이상 적자였다. 수입이 많았던 때를 생각하며 '곧 회복되겠지'라고 생각하며 몇 달을 지냈는데, 그 사이 모자라는 돈은 카드론으로 해결했다. 다행히 시동생이 퇴직금을 담보로 대출을 해줘 카드론을 다 해결할 수 있었다.
김씨 부부의 기대처럼 수입이 다시 회복되기만을 기다리는 건 무리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현재의 수입을 고정으로 보고 과감히 지출구조를 바꿔 적자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야 했다. 먼저 가장 큰 지출인 월세 58만원을 낮추는 방법을 생각했다. 나는 내 경험을 거론하며 설명했다.
"저도 한때 망해서 시골로 이사했거든요. 보증금 빼서 빚 일부 갚고, 월세 8만원짜리 농가에 살았죠." 김씨가 고개를 끄덕이지만 눈빛은 동의하는 것 같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가 아이들 교육 때문인 듯했다.
"저도 그때 큰애가 막 초등학교 들어갈 때였지요. 그런데 지금 13년째 살고 있는데, 저희 애들 농촌에서 참 잘 컸습니다." 실제 잘 컸다. 꼭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라 반듯하게 잘 컸다는 뜻이다. 어린아이들에게 부모는 신과 같은 존재다. 그런 부모가 얼마나 낯빛을 밝게 하고 자신 있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빚에 찌들어 살면 아이들에게 자상하게 신경을 써줄 수 없고, 아이들도 눈치로 분위기를 알아챈다. 돈으로 계산되지 않은 이런 것들을 더 잘해야 한다. 돈이 적거나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꼭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보험료 줄이고도 보장은 실속 있게실제 김씨 부부는 며칠 후 내가 가보라고 권한 남한산 초등학교를 둘러보고 왔다. 당장 그 지역으로 이사갈 수는 없다고 하지만 계속 더 알아보기로 했다. 이렇게 가장 큰 주거와 자녀교육 문제에 대해 생각을 달리하자 전세금 증액을 위해 넣고 있던 적금도 필요가 없어졌다. 사실 적자인 상태에서 저축은 옳은 게 아니었지만, 김씨에게 그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이었던 셈이다.
다음으로 조정이 필요했던 건 보험이다. 보험은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일반 개인에게는 복잡한 상품이다. 특약도 무척 많다. 그러나 그 원칙에 맞게 핵심만 가려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