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결국 미운털 박힌 '인권위' 쳐내나

1/5 잘라내는 인권위 인력감축안 국무회의 상정... 강행처리 가능성 높아

등록 2009.03.30 13:49수정 2009.03.3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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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21% 축소를 통보한 가운데, '인권위 축소 철회 공동투쟁단' 소속 시민단체 회원과 장애인들이 2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노숙농성 돌입 및 행정안전부 장관 그림자 투쟁 선포식'을 연뒤, 청사 후문과 담벼락에 인권위 축소 방침 철회 서명지를 붙이고 있다. ⓒ 권우성

행정안전부가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21% 축소를 통보한 가운데, '인권위 축소 철회 공동투쟁단' 소속 시민단체 회원과 장애인들이 2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노숙농성 돌입 및 행정안전부 장관 그림자 투쟁 선포식'을 연뒤, 청사 후문과 담벼락에 인권위 축소 방침 철회 서명지를 붙이고 있다. ⓒ 권우성

 

국가인권위원회 인력 21% 감축 우려가 결국 현실로 다가왔다. 정부는 30일 오후 5시 국무회의에 이같은 내용의 국가인권위 직제 개정령안을 상정해 통과시킬 예정이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령은 통상 3~4일 동안 대통령 서명과 관보 게재를 거쳐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이날 회의에 참석해 반대 의견을 밝힐 예정이지만, 행안부가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국가인권위 인원감축을 추진한 과정을 볼 때 직제 개정령안은 이대로 강행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가인권위는 일단 이날 오전 10시 30분 헌법재판소에 직제 개정령안에 대한 권한쟁의청구심판과 대통령령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권한쟁의청구심판은 행안부의 직제 개정령안이 국가인권위원회법으로 보장된 국가인권위의 업무 권한을 침해했다는 내용이다.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은 이 권한쟁의청구심판에 대한 선고가 나올 때까지 직제령의 효력을 중단시켜달라는 요지다.

 

인권단체들도 이날 오후 2시 행안부 건물 후문 앞에서 국가인권위 축소 반대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인권단체들은 국가인권위 축소를 막기 위해 '공동투쟁단'을 구성하고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행안부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등 대응해왔다.

 

'촛불집회 인권침해' 조사 발표 이후 인원감축 급물살

 

그러나 코 앞에 다가온 국가인권위 인원 감축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많지 않다.

 

이미 국가인권위는 지난 23일과 27일에도 긴급 전원위원회를 열고 강행처리 중단을 요구했다. 그 때마다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은 한승수 국무총리와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이명박 대통령 면담을 긴급하게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당 부처와 협의되지 않은 조직개편안을 개정령으로 밀어붙인 것 자체가 거의 유례 없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인권위는 물론 국내외 인권단체들이 "일방적 조직개편은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반발했지만,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국가인권위는 조직 축소로 인권위 본연의 인권침해 감시 및 인권교육 기능이 침해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같은 대규모 조직 축소는 다른 정부 부처와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것이며, 실무협의 과정에서 행안부가 정확한 감축 근거자료조차 밝히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원감축이 정권으로부터 '미운 털'이 박힌 국가인권위를 무력화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 이명박정부는 인수위 시절 국가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겠다고 했다가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반발로 물러선 바 있다. 이명박정부와 국가인권위는 촛불집회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사이가 틀어졌다.

 

촛불집회로 연일 뜨겁던 지난해 5월, 감사원은 국가인권위에 대해 예정에 없던 감사를 실시했다. 당시 국가인권위는 청소년단체 등으로부터 "경찰이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진정서를 130여 건 받은 상태여서, 갑작스러운 감사가 진정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어 지난해 10월 말 국가인권위가 행정안전부에 "촛불집회 진압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했다"고 어청수 당시 경찰청장에 대한 경고를 권고했는데, 바로 사흘 뒤 감사원이 국가인권위 조직 축소를 골자로 한 감사처분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촛불집회에 대한 국가인권위 판단은 편향적"이라고 주장했으며 김경한 법무부 장관도 "국가인권위가 시위진압 측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이는 정부시책과 다르더라도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을 인정했던 참여정부와는 전혀 다른 태도다. 국가인권위는 참여정부 당시에도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내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개선을 요구하는 등 크고작은 국가정책에 꾸준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2003년 3월 국가인권위가 전쟁반대 의견서를 밝히자 여야는 모두 "부적절한 권고"라고 반발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권위는 이런 일을 하라고 만들어진 곳"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11월 경찰진압 과정에서 농민 2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대국민사과 자리에서 "국가인권위 권고에 따라서 책임자를 가려내 응분의 책임을 지우고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 #인원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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