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보현산에 별 따러 가세

-영천 보현산 천문대-

등록 2009.03.31 19:13수정 2009.03.31 19:13
0
원고료로 응원
a

보현산의 하늘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의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하늘이 너무 맑다. ⓒ 정근영

▲ 보현산의 하늘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의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하늘이 너무 맑다. ⓒ 정근영

 

해발 1126m의 보현산 위에 걸린 하늘을 본다. 호수보다 더 푸른 하늘이다. 하늘이 저토록 푸를 수가 있을까. 아니 파랄 수가 있을까. '파랗다'와 '푸르다'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파란 하늘, 푸른 산, 푸른 들'을 떠올려 보면 '파랗다'와 '푸르다'가 구별 될 것 같기도 하다. 하늘을 보고 다시 산을 보면 파란 색깔과 푸른 색깔이 다름을 이해할 것도 같다. '파랗다'는 하늘에서 나온 말이고 '푸르다'는 풀색에서 나왔다고 했던가.

 

보현산은 경북 영천시 화북면과 청송군 현서면, 포항시 죽장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참나무와 당단풍, 고로쇠나무 숲이 유명하다. 거기다가 들꽃의 천국이라 불려지기도 하는 산이다. 새해와 연말이면 해돋이와 해넘이 관광객으로 사람의 물결이 파도를 이룬다고 한다. 이른 봄에는 고로쇠 축제, 5월에는 산나물 축제, 8월 중순경엔 별빛 축제로 철따라 축제가 쉴 틈이 없는 산이다.

 

a

보현산 천수 누림길 천수 누림길 데크로다. 이 길을 따라 가면 별모양의 쉼터가 있다. ⓒ 정근영

▲ 보현산 천수 누림길 천수 누림길 데크로다. 이 길을 따라 가면 별모양의 쉼터가 있다. ⓒ 정근영

a

보현산 위에서 보현산 맑은 하늘아래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 정근영

▲ 보현산 위에서 보현산 맑은 하늘아래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 정근영

a

별나라에서의 점심식사 별 모양의 데크 쉼터. 별나라의 식사는 밥맛이 다르다. ⓒ 정근영

▲ 별나라에서의 점심식사 별 모양의 데크 쉼터. 별나라의 식사는 밥맛이 다르다. ⓒ 정근영

a

보현산 천문대 시야가 탁 터여서 하늘 저 멀리까지 아니 별나라까지 환히 보일듯 하다. ⓒ 정근영

▲ 보현산 천문대 시야가 탁 터여서 하늘 저 멀리까지 아니 별나라까지 환히 보일듯 하다. ⓒ 정근영

a

전시관안의 영상실 천체 관측에 관한 영상 자료를 보고 있다. ⓒ 정근영

▲ 전시관안의 영상실 천체 관측에 관한 영상 자료를 보고 있다. ⓒ 정근영

a

보현산 천문대 전시관 앞 보현산 천문대 전시관 앞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잡았다. ⓒ 정근영

▲ 보현산 천문대 전시관 앞 보현산 천문대 전시관 앞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잡았다. ⓒ 정근영

a

절골의 삼층석탑 고려 시대 유물로 추정되는 경북도 유형 문화재로 지정된 삼층 석탑의 규모로 볼 적에 제법 큰 절이 자리잡았던 것 같다. ⓒ 정근영

▲ 절골의 삼층석탑 고려 시대 유물로 추정되는 경북도 유형 문화재로 지정된 삼층 석탑의 규모로 볼 적에 제법 큰 절이 자리잡았던 것 같다. ⓒ 정근영

a

별빛 마을의 청정 미나리 보현산 별빛 마을의 청정 미나리는 이름이 나 있다. 주문한 미나리를 기다리는 시간에 삼겹살로 소준 한 잔 깃들이니 시선이 따로 없다. ⓒ 정근영

▲ 별빛 마을의 청정 미나리 보현산 별빛 마을의 청정 미나리는 이름이 나 있다. 주문한 미나리를 기다리는 시간에 삼겹살로 소준 한 잔 깃들이니 시선이 따로 없다. ⓒ 정근영

 

절골, 그 능선을 걸어서 가쁜 숨 몰아가며 비탈진 산길을 올라간다. 오랜만에 하는 등산이라서 그런지 이내 땀방울이 솟고 등줄기로 타고 내린다. 가다가 힘들면 퍼대지고 쉰다. 쉬엄쉬엄 올라가다 보니 드디어 산꼭대기가 보인다. 높이 1124m의 시루봉이다. 일행이 산불 경비 초소를 향하여 인사를 건넨다. 우리처럼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드문 일이라고 한다. 대부분 파김치가 되어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어 한다면서 찬사를 보낸다. '아하 그랬구나'.

 

팔각정 정자 위에 오르니 바로 눈앞 산골짝에 작은 들판이 펼쳐지고 속리산 말티고개 같은 구불구불한 산길이 눈 안에 들어온다. 저 산길을 따라서 승용차로 보현산 천문대까지 오를 수 있다. 이렇게 땀 흘리지 않고도 오를 수 있는 길이지만 산은 이렇게 땀을 흘리며 오르는 데 그 맛이 있지 않을까. 편안한 길을 두고도 굳이 이렇게 험한 산길을 오름으로써 등산의 맛을 즐긴다.

 

옷을 모두 벗어젖힌 겨울나무를 보며 상상에 젖는다. 남녘에서는 진달래가 지고 있다는데 보현산에서는 이제 봉오리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앙상한 산철쭉으로 뒤덮인 보현산에 철쭉꽃이 꽃밭을 이루는 모습은 장관이지 않을까. 시루봉 '천수누림길데크로'는 참 아름답다. 천수 누림길이라니 이름도 멋있다. 천수가 뭘까. 천년을 산다는 말인가. 아니 하늘이 준 목숨대로 다 누린다는 말이겠지.

 

천수누림길데크로 쉼터를 별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다. 천문대가 있어 그랬나 보다. 우리는 이 별나라로 들어가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밥상을 차렸다. 하늘 속 별나라에 온 기분이 되어 매화주 한 잔으로 흥을 돋우어 본다. 그때 갑자기 음악이 흘러나온다. 풍악소리다. 소리 나는 곳을 찾아 한참을 헤맸다. 소리통은 데크로 밑에다 걸어 놓았다. 햇빛 발전소가 가로등처럼 우뚝 서 있다. 계속 음악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햇빛 발전으로 충전이 되면 그때마다 음악소리를 내놓는가 보다.

 

천문대에 이르렀다. 수많은 승용차들이 주차장에 즐비하다. 저렇게 차로 올라온 사람들과 우리처럼 땀 흘리며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온 사람의 느낌은 서로 다르지 않을까. 그들은 산 위에 걸린 푸른 호수 같은 하늘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닐까. '파랗다' 못해 저다지 푸른 하늘을.

 

보현산 천문대는 1996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1.8m의 반사 망원경과 태양 플레어 망원경이 유명하다는데 이들을 직접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들리는 말로는 첫째 토요일에 개방을 한다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이 아쉬움이 씨앗이 되어 뒷날 보현산 밤하늘을 찾으려나.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은 역시 밤하늘을 보아야 어울리지 않을까. 밤이면 푸른 하늘에 걸린 별을 딸 수도 있지 않을까. 크고 뚜렷한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보현산의 밤하늘을 상상해 본다.

 

산을 내려 올 때는 올라갈 때와는 다른 절골 산길을 따라 별빛 마을로 돌아왔다. 별빛 마을, 누가 이렇게 곱고 예쁜 이름을 지은 것일까. 마을 사람들에게 물으니 본래 이름은 정각마을 절골이라고 한 것을 천문대가 생기고 나서 '별빛 마을'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천문대 마을, 아님 성산마을로 이름 붙이지 않고 별빛마을로 이름 붙인 그 재치가 가상타.

 

보현산 절골. 이 산 이름은 불교의 보현보살에서 따온 이름임은 분명할 터. 도 문화재인 돌탑의 크기로 보면 제법 큰 절이 있었을 법하다.

 

별빛 마을엔 청정 미나리가 유명하다. 일행은 미나리를 사려고 하니 먼저 주문받은 미나리로 일손이 딸려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무료한 시간을 청정 삼겹살에다 미나리 보쌈으로 소줏잔을 기울였다. 술시가 따로 있나. 대낮부터 신선이 따로 없다. 별빛 마을 느티나무 또한 온 여름을 다 덮을 정도로 큰 가지를 뻗고 있다. 우리는 따뜻한 가슴을 안고 햇빛 쏟아지는 별빛 마을을 나왔다.

덧붙이는 글 두류 산악회를 따라서 3월 28일 영천 보현산을 다녀왔습니다. 영천 보현산은 천문대로 유명합니다. 산 입구 절골 마을은 별빛 마을로 이름부터 정다웠습니다. 파란 하늘은 우리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듯했고 우리 가슴엔 샛별이 돋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천 #보현산 #천문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4. 4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5. 5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