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근을 배양하고 있는 모습
이승철
안내원을 뒤따라 배양실에 들어서자 무슨 과학실험실 같은 생경한 풍경이 모두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었다. 상당히 넓은 배양실에는 수많은 크고 둥근 유리병 형태의 배양배지가 질서정연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이 배양실에서는 국내에서 채집된 90년 이상 100년 사이의 산삼 뿌리조직에서 추출한 가장 우수한 세포를, 식물조직 배양법을 이용하여 액체 영양배지에서 대량으로 배양 생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안내하는 사람은 이 석부작테마공원이 본래 이 지역에서 귤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수입농산물에 밀려 판로가 막힌 귤 농사를 포기하는 대신, 제주 특별자치도로부터 지원과 승인을 받아 산삼배양근을 만들어 판매하는 농민조직이라고 했다.
산삼근 배양실을 들러 다음 방으로 옮기자 본격적인 산삼배양근 판매작전이 벌어졌다. 50대로 보이는 강사는 우선 산삼의 뛰어난 약효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서민들로서는 감히 맛볼 수 없는 산삼을 대량으로 인공 배양하여 싼값에 판매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강사가 설명하는 산삼의 효능은 다양하고 대단했다. 그러나 내 귀를 크게 울린 것은 간 기능 증진은 물론 아토피성 피부염과 면역기능 증진에도 매우 좋다는 말이었다. 이 효능들은 아내에게 딱 필요한 것들이었다. 옆 자리에 앉아 듣고 있는 아내의 눈빛에선 어떤 간절함이 엿보였다.
"산삼 아직 못 먹어보셨지요? 산삼은 뿌리 중에서도 굵은 줄기보다 잔뿌리가 좋습니다. 자, 이곳에서 배양한 잔뿌리를 우선 왕바리들에게 맛보이도록 하겠습니다."강사는 설명을 하면서 우선 남성들에게 산삼 배양근이라며 작은 뿌리들을 작은 집게로 집어 입에 조금씩 넣어준다. 여성들이 우리들에겐 주지 않느냐고 하자 여성들에겐 산삼 배양근 제품을 작은 찻숟갈로 한 숟갈씩 나눠준다.
20년째 면역기능 이상에 의한 질병 앓고 있는 아내다음에는 산삼배양근으로 담근 술이었다. 역시 작은 술잔에 한 컵씩 따라 나눠준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던 나를 포함한 몇 사람도 산삼 약술이니 마셔보라는 강사의 권유를 받아 한 잔씩 받아마셨다. 강사는 술을 마시고 잠깐 있으면 약효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지만 약효는 느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산삼배양근 구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1인 1개월분이 10만 원이었다. 6개월분을 구입하면 1개월분을 덤으로 더 얹어준다는 조건이었다. 제품의 이상이나 효능이 없어 반품하면 언제든지 받아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구입할까, 말까.
문득 10여 년 전 아내가 바로 이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구입하여 내가 먹은 건강식품들이 생각났다. 두 번의 여행에서 아내가 구입하여 내가 먹은 건강식품은 두 가지였다. 당뇨병과 고혈압에 좋다고 하여 구매한 굼벵이 가루 제품과, 동충하초 제품이었다. 그러나 사실 그 때 상당히 비싼 값을 지불하고 구매한 그 제품들을 먹긴 했지만 약효를 느끼진 못했다.
그렇다고 아내를 나무랄 수는 없었다. 아내가 남편의 건강에 도움이 될까 해서 구입한 것을 어찌 나무랄 수 있겠는가. 그런 일이 있은 후 다음부턴 절대 값비싼 건강식품은 구입하지 않기로 했었다. 그런데 산삼배양근 설명을 듣고 있는 아내의 눈빛을 보니 마음이 흔들린다.
아내는 벌써 20여 년 째 면역기능 이상에 의한 질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그동안 국내 관련 의료계 최고 권위자들의 진료를 계속 받으며 상태가 많이 호전되긴 했지만 여전히 몸이 약하여 항상 조심스럽게 살고 있는 상태다. 더구나 아토피성 피부염은 아내의 삶을 매우 피곤하게 하는 것이었다.
쇼핑에 관심 없는 나, 아내를 위에 눈 딱 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