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성산 일출봉 등반

'장애'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얻게 돼

등록 2009.03.31 17:27수정 2009.04.0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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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장애를 갖고 살아오면서 느낀 것은 행운보다는 불행을 더욱 많이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타고난 불행을 행운으로 만들기 위한 나만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 어머니의 눈물

 

 졸업식장에서 어머니와 함께
졸업식장에서 어머니와 함께김익진
졸업식장에서 어머니와 함께 ⓒ 김익진

봄이 다가오는 4월 중순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채 1주일간의 사투를 벌인 후에야 나는 태어났다. 의사들 입장에서 직업상 쉽게 한 말일 수 있는 '이 아이는 1년 안에 죽는다.' 는 이야기는 무엇보다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 한마디였으리라. 하지만 하나님은 나를 끝까지 지금까지 지내도록 놓아두신 매정한 분이 아니셨다.

 

모든 장애인의 부모들이 그러하겠지만 우리 부모님 또한 내가 어린 시절 무엇보다 나를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주시려는 노력을 하셨다. 무엇보다도 어머니가 나에게 해주셨던 일들은 아직도 잊지 못할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이면 서울로 재활 치료를 다니며 2~3개월간 새우잠을 주무시면서 버텨내신 분이셨다.

 

그 당시 나는 재활치료가 싫어 도망 다니는 일이 많아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에 와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이만큼 지낼 수 있게 된 것도 어머니 때문일 것이다. 또한 어머니의 기도도 큰 몫을 했다고 생각된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담임목사님의 권유와 어머니의 부탁으로 부흥성회에 오신 목사님의 안수기도는 나에게 잊지 못할 일이다.

 

당시 내 나이가 어렸던 탓이었겠지만 그냥 빨리 끝나기만을 원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기도를 받는 나를 보며 흘리는 어머니의 눈물은 지금까지 잊지 못한 어머니의 모습이다. 그것이 나에 대한 사랑이었고, 장애아를 가진 부모의 마음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적응이 힘들어 매일 등하교를 도와주시고 대소변 문제로 학교를 오실 수밖에 없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어머니 죄송해요' 라는 한마디를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장애를 가진 나를 그냥 집에서 있게 하지 왜 밖으로 보내냐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머니를 힘들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족을 비롯한 부모님은 내가 장애가 있지만 훌륭한 사람으로 자랄 것이라고 확신하시고 계시기에 그런 말에는 마음에 두지 않으시고 오히려 나의 바깥 활동에 힘을 실어주고 계셨다.

 

2. 내게 큰 힘이 된 친구들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친구들과 함께김익진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친구들과 함께 ⓒ 김익진

나에게 있어 또 하나의 행복은 친구들일 것이다. 어린 시절 장애로 인해 본의 아니게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많이 있었다. 당시에는 학교 내에 장애학생이 드물었던 탓인지, 장애를 가진 학생이라는 편견 때문인지 학급에서 많은 배재를 받고, 사고만 치는 아이로 친구들로부터 인식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것이 장애인인식과 무엇보다 책으로 하는 공부가 아닌 참교육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잊지 못할 추억이 만들어진 곳도 친구들에게서부터 시작된다. 이 사건은 2004년 4월에 제주도 수학여행 일이다. 일정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 아버지는 반대를 하셨지만 학교 선생님들의 설득으로 수학여행에 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놀릴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부모님과 나는 여행당일까지 걱정하는 마음이었다. 중학교 시절에도 수학여행에 가보았지만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강릉에서 돌아오면서 다음 기회에는 꼭 기억에 남을 추억들을 남기고 온다며 기도하면서 있었던 터라 기대에 차 있었다.

 

제주도에 가는 날 맑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즐거운 여행을 기대하며 모임장소인 종합운동장에 도착한 후 잠시 인원확인을 하고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다. 버스 안에서 일정표를 확인하는 도중 내 눈에 성산일출봉 등반이란 글을 보는 순간 아무 말을 못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산이라는 곳은 나에게는 올라갈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잠시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이기에 곧 잊어버리고 말았다.

 

잠실 종합운동장을 출발한 지 2~3시간 뒤에야 김포공항에 도착을 했다.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면서 옹기종기 모여서 사진촬영을 비롯한 서울 구경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후 제주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운이 좋았던지 창가 자리에 앉아 한강과 그 위의 많은 다리들을 보면서 학교에서의 힘든 일들을 잠시나마 잊어버릴 수 있었다.

 

김익진
ⓒ 김익진

제주공항에 도착하였는데 비가 와서 아쉬움이 많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오랜만의 장거리 여행 탓에 피곤해진 몸을 숙소에 누이고 잠시 휴식을 청하고 싶었다. 우리들을 기다린 버스를 타고 간 여행지는 바다가 보이는 용두암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곳에 도착하자 우리를 맞이한 것은 세찬 비바람이었다. 나는 속으로 '오늘은 구경하지 말라는 뜻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버스에 앉아 비바람에 안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내일은 꼭 날씨가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다음날 아침부터 계속되는 강행군으로 몸은 힘들었지만 함께 해주신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도움과 배려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의 셋째 날 잊지 못할 드라마 같은 일이 생기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성산 일출봉 등반이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보니 일출봉 등반을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다. 수학여행 일정 중에 제일 좋았던 날씨라 성산 일출봉에 올라가는 사람이 많아 보였다. 등반을 시작하기 전 '성산포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버스에 가 있자' 라는 생각을 한 순간 나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으니 바로 나의 좌우명인 "절대로 포기하지 마" 이었다.

 

수학 여행길 내내 함께해 준 주갑이와 상의한 끝에 등반을 결정하고 등반을 시작했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내가 등반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시는 상황이었다. 등반이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정상에 오르기 위해 한 발 한 발 내딛기 시작할 무렵 같은 반이었던 태호라는 친구가 "익진아, 정상까지 도와줄게 내려가면 주갑이 까지 해서 음료수 2병 사줘?" 하면서 내 팔짱을 끼였다.

 

먼저 정상에 다녀온 친구들이 격려와 함께 등반소식을 전해준다고 하면서 천천히 오라고 말을 했지만 계속 늦게 되는 상황이라 10분 간격으로 주갑이와 태호가 나를 업고 올라갔다. 미안한 마음에 정상에 도착할 무렵부터는 내가 걸어서 올라가기 시작했고 먼저 간 선생님들이 내 모습이 보이자 정상까지 올라온 나를 반기시면서 놀라셨다.

 

정상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보이는 넒은 바닷가를 보면서 나의 힘들었던 시절을 흐르는 눈물과 함께 잊어버렸다. 고교시설 내가 많은 의지를 했던 김환희 선생님도 나를 보는 순간 눈물을 보이셨다. 성산 일출봉 정상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고 해주신 말씀이 나에게는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좌우명이 된 동시에 잊지 못할 추억의 한 페이지를 만들어 주었다.

 

버스에 타는 순간 나를 기다리던 친구들이 나를 맞이해주는데 마치 스타가 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더 감사한 것은 함께 등반을 한 주갑, 태호였다. 힘들었는지 버스에 올라와서 바로 잠을 청했다. 그날 저녁 제주도여행 마지막 행사인 탑골 공원에서 장기 자랑을 하고 돌아가기 위해 버스 탑승을 한 반 친구들은 3박 4일 동안 고생한 주갑이와 나를 박수로 반겨주었다. 그것으로 제주도 일정이 끝이 났다.

 

나도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주갑이에게 감사함이 많이 있었고 숙소에 돌아와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 강릉 집으로 돌아와서 수학여행 사진을 보면 마치 한편의 드라마 같은 3박4일로 남았고 그중에서도 성산 일출봉 등반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행운이었다.

 

 제주도에서
제주도에서김익진
제주도에서 ⓒ 김익진

3. 새로운 행운을 기다리며

 

새로운 행운은 아직 기다리는 상황이다. 장애를 가진 나에게 지금까지 왔던 행운은 큰 힘이 되고 있다. 나에게 행운이 꼭 다시 오길 바랄 뿐이다. 그 일을 위해 다시  한 번 뛰어볼 생각이다.

#장애 #어머니 #사랑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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