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드라마 <사랑해 울지마> 어디 갔나요?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48] <사랑해 울지마> 지나친 전개로 시청자 짜증

등록 2009.04.03 17:46수정 2009.04.0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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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안가정의 이야기를 다루던 <사랑해 울지마>.
대안가정의 이야기를 다루던 <사랑해 울지마>.imbc

명품드라마의 격을 지키기는 어려운 일인 모양이다. 얼마 전 일일드라마 <사랑해 울지마>가 점점 진부함과 식상함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지더니 드디어 막장드라마라는 비난을 받는 데 직면하게 되었다.

그동안 <사랑해 울지마>는 자연스러운 스토리와 홈드라마로서의 가치 등으로 '보석같은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특히 상대 드라마의 부진도 한몫을 했지만 출발 당시 시청률이 한 자리 수에서 출발해 현재 10%대 후반을 달리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선점했다.

이러한 반전은 <사랑해 울지마>가 그동안 보여준 잔잔하지만 깊이 있는 내용의 힘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나 극중 서영(오승현)을 제외하고는 악녀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분명 보석처럼 빛나는 드라마였다.

그런데 최근 신자(김미숙)와 영민 고모부(맹상훈)의 사랑, 고모(김미경)의 자살, 미수의 친구 현우(이상윤)의 사고 소식까지 내용에 연이어 고질적인 한국 드라마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어 막장드라마로 분류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점은 사실 드라마가 출발할 당시부터 껴안고 있던 문제점들이었다. 보통 일일드라마의 내용을 보면 남녀의 결혼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한 면에서 결혼이란 소재는 식상하면서 매력적이다. 그리고 내용의 전개 또한 사랑에 빠진 청춘남녀는 으레 부모의 반대로 인해 시련을 겪는다.

긴 호흡이 필요한 일일연속극에 어쩔 수 없는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일일드라마의 변형이 시작되었다. 그 변형이 낳은 지점이 <사랑해 울지마>이다. 즉, 태생이 이미 식상한 소재의 운명을 껴안고 변형해서 시작했기 때문에 한계점이 있었다.

 훈훈했던 이야기가 무리한 전개로 막장드라마 비난에 직면하게 되었다.
훈훈했던 이야기가 무리한 전개로 막장드라마 비난에 직면하게 되었다. imbc

스토리 전개 속도 실패로 인한 한계점 도달


하지만 그만큼 한계를 뛰어넘어 명품 드라마로 갈 수 있는 길이 충분히 있었다. 한 부모 가정 출신의 남녀가 대안가정을 이루는 줄거리는 이전 통속적인 소재에서 벗어나 신선함을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출연진의 맑은 캐릭터로 인해 자연스로운 스토리 전개가 막장 드라마에 지쳐가던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수자(김창숙)의 헌신 속에 아들 딸은 구김없이 살아가고 있다. 특히 동생의 딸은 친자식처럼 길러낸 엄마의 모습에서 우리네 엄마를 볼 수 있었다. 또한 주인공 미수(이유리)는 보기드문 요즘 여성의 모습으로 착하고 오지랖이 넓다면 넓은 만큼의 마음을 가진 인물이다.


또한 주인공 영민(이정진)도 부모 없이 자랐지만 올바르게 성장해 어느 날 나타난 아들 준이(김진성)를 보듬었고 언제나 옳은 일을 행할 것이라 믿음 가는 왕할아버지(이순재)도 충분히 드라마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더 나아가 악녀로 등장하는 서영(오승현)도 악녀라고 하기엔 그녀가 사랑과 이별을 통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고 무작정 비난을 받을 수 없었다. 여기에 그녀의 모습은 영민을 붙잡기 위해 무조건 계략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매달려 보기도 하며 타협과 회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완벽한 악녀의 모습이기 보다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수긍을 이끌어 냈다.

또한 미수의 친엄마 신자(김미숙)의 모습도 자식을 버린 엄마지만 책임의식을 부여하여 미수를 향하는 간절한 마음을 잘 그려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누구 편을 들 수도 없어서 참 속상해 하면서 드라마를 보았다. 그리고 한계점을 가지고 오묘한 균형을 맞춰가며 막장보다는 보석으로 빛을 냈었다.

이것은 <사랑해 울지마>가 가진 미덕이자, 매력이었다. 헌데, 문제는 전개속도를 일일드라마에서 벗어나 힘을 주다보니 내용의 전개가 점점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갔다.

사실상 어찌보면 이것은 타 방송사 인기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영향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기존 일일드라마의 전개 상 100회 기준으로 했을 때 전개가 미니시리즈보다는 느리다. 그래서 긴 호흡을 가지고 천천히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사랑해 울지마>는 그 관례를 깨고 속도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서영이 떠나고 미수와 결혼이 임박한 영민과 미수의 이야기를 더 진행시키려다 보니 결국 식상한 소재였던 출생의 비밀과 사돈지간의 사랑, 자살, 교통사고가 연이어 등장하게 된 원인이다.

 진부한 이야기가 이어져 초반의 뚝심을 잃어버렸다.
진부한 이야기가 이어져 초반의 뚝심을 잃어버렸다. imbc

진부한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돌변

사실 이러한 문제점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긴 했다. 착하고 성실한 남자 영민이 서영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기면서부터 영민은 어느 새 콘돔이라는 걸 모르는 일자무식한 짐승으로 돌변했다.

또한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미수는 어느새 일일드라마의 주요 단골주의자인 무조건 착한 여성으로 돌변했다. 사실 어디까지나 미수가 영민을 향해 사랑을 쟁취하는 방법은 조금 이기적인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자기 사랑에 적극적인 미수였고 그래서 서영이 있음에도 그녀와 사랑이 끝났다는 말에 미수는 영민을 향해 사랑을 당당하게 고백했던 여성이다. 그런데 고모의 폭행에 그저 울음을 터뜨리는 여성이 돼버렸다. 

또한 서영의 거짓말에 고모는 단순에 폭행을 일삼는 보통 시어머니가 되었고, 신자와 영민의 고모부는 어느새 불륜에 빠진 사람들이 되었다. 그리고 늘 미수를 배려해주던 친구 영민의 사랑은 답답하고 무겁게 느껴지게 되어버렸다.

여기에 늘 옳은 일에 앞장설 것 같은 왕할아버지도 "이 결혼은 없던 일로 하자"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선보였고, 미수를 사랑하는 수자의 모습도 헌신적인 어머니의 모습이 다소 축소되었다.

더 나아가 미선(이아현)과 파블로(마르코)의 사랑도 외국인노동자와의 특별한 사랑이야기가 될 것 같았지만 예쁘고, 달콤하게만 그려지고 있어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드라마에서 주요 내용이었던 대안가정의 모습은 빈 껍데기로 전락해버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사랑해 울지마>의 감동은 반으로 줄었고 시청자들의 짜증은 반이 늘어났다. 더 나아가 미수는 현우의 사고로 "현우를 살리 수만 있다면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내려 놓겠다"고 기도를 하며 현우와의 결혼이 암시되어 영민과 미수는 한참 후에나 다시 재회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동안 두 사람이 다시 흘려야 할 눈물의 시간이 길고도 길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진정으로 보고 싶어하던 <사랑해 울지마>는 '사랑하니까 울지마'라는 일방적인 드라마로 끝이 날까 두렵다. 충분히 지금까지도 재미가 있었는데 말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한 번쯤 제작진이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며 하는 바람이다.
#사랑해 울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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