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이후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율에 관한 발표가 뜸하다. 2월 중순에 발표된 국민여론조사에 의하면 긍정평가 27.5%, 부정평가 58.8%였다. 그 며칠 후 미국 CNN 방송이 보도한 바로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월 들어 10%대로 추락했으며 일본 아소 총리와 함께 한 자리 수 지지율을 기록할지 모른다고 했다. 용산참사의 진상이 일부나마 밝혀지고 그 이후 경찰, 검찰, 청와대가 보여온 '뻔한 진실 억지로 덮기'와 사이코패스형 막무가내 행태 탓일 터이다.
2008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4.3%였다. 그러나 그 때에도 그의 교육정책에 대한 긍정평가는 17.4%에 머물렀고, 부정평가는 과반수인 50.4%였다. 당시 주간 <희망교육>이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시행한 전국여론조사로 밝혀진 사실이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안은 특히 교육 부문에서 두드러진다. 부정적 평가를 내린 이유로는 영어몰입교육 논란, 사교육비 증가, 국제중 설립, 자율형사립고 추진, 일제고사 시행, 과잉경쟁 부활 등이 제시되었다.
이와 함께,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는 입법추진 움직임이나, 금성출판사가 낸 역사교과서에 대해 우파적 시각의 서술로 교체할 것을 지시하는 등의 정부의 친일-수구적 태도도 이명박 교육정책에 대한 반대의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건국절'에 대해서는 찬성 26.4%, 반대 44.1%였으며, 교과서 교체에 대해서는 찬성 29.3%, 반대 51.1%였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가장 충실하게 추종하면서 초중등 교육현장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인사가 'MB의 교육계 돌격대장'으로 불리는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다. 그는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가 많이 나는 사교육비를 없애는 일에 본격적으로 나서 달라"는 (작년 6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임명 현장에서 제시된) 이명박 철학의 오묘한 메시지를 정책요구로 받아들여 전방위적으로 실현하고자 애쓰는 중이다.
위에 인용한 이 대통령의 발언은 요컨대, 부자들의 자녀가 그들끼리 차별 없이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라는 것으로 들린다. (이런 식이 아니고는 그 말과 MB식 교육정책의 관련성을 해석해낼 수 없다.) 이른바 '자율권'이라는 명분으로 다양한 특수목적 학교를 세워 '우수 인재'를 양성하라는 것일 게다.
공정택 교육감이 공들이고 힘들이면서 시행-추진하고 있는 영어교육 강화, 일제고사 강행, 교원평가 확대 등은 앞서 열거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의 연장이자, 학부모-시민이 반대하는 정책조치들의 줄기에 해당한다.
공정택 교육감이 지난 임기를 채웠던 서울시교육청은 급식업체유착, 사학회계비리 등 각종 부정부패로 3년 연속 전국기관 청렴도 꼴찌(313개 기관중 313위)를 기록했다. 그는 부적절한 선거자금 조달, 수업시간 학생동원 선거홍보사진 촬영, 세금 선거자금 유용, 교장 명의의 학부모 수신 가정통신문 발송, 그 밖의 다양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그로 인해 선거법위반 사범으로 기소되어 징역 6개월의 구형과 벌금 150만 원의 판결을 받았다. 구형량과 팡결형이 모두 당선무효에 해당함에도 그는 현재 항소를 통해 교육감의 지위를 틀어쥐고 있다.
공정택과 여러 가지로 닮은꼴인 인사가 현재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활개치고 있다. 김진춘 전 경기도 교육감이 그 사람이다. 선거공약문서를 경기도 교육청 공문을 그대로 갖다 썼는가 하면, 사립학교 이사장단에서 각 학교에 지지호소 공문을 보냈다. 김포 교육청에서는 일선 학교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전직 김포교육장 유모씨가 차려놓은 김진춘 후보 선거연락사무소에 격려차 방문해줄 것을 독려했다.
김진춘 후보 자신은 수원의 어느 식당에서 열린 한나라당 동협의회 회장단 모임에 참석해 지지를 부탁하고 음식값을 지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그로 인해 경기도 선관위는 한나라당 당원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처럼 김진춘 후보는 그의 선배 공정택 교육감을 충실히 따라 관권선거-금권선거의 부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선거과정상의 과열현상보다 더욱 우려되는 원천적인 문제는 김진춘 후보가 내세우는 선거공약이 이명박 대통령과 교육과학기술부, 그리고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 제시-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거의 그대로 빼다박았다는 사실에 있다. 학생 골탕 먹이기, 교사 옥죄기, 학부모 등뼈 휘게 하기의 정첵을 답습하는 것이다.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명분으로 중간층-서민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증대시키고, 일제고사와 교원평가제를 통해 교사들을 행정잡무에 시달리게 함으로써 교육준비에 충실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의 경기도 교육 설계이다. 교육자치가 보장되어 있는 법제도 아래서도 통제형 교육행정을 유지-강화하겠다는 역대 교육부의 방침을 추종하려는 것이다.
이명박-공정택-김진춘 교육정책에서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전국의 초중등 학교 학생들을 등수로 줄세우기를 강행함으로써 끝없는 경쟁의 스트레스로 몰아넣겠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대한민국의 장래요 희망이다.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지 못할 때 사회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올바르게 자란다는 것은 어른이 되어 건강한 시민사회의 성원으로 살아갈 자질을 지니도록 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놀고 함께 공부하는 동무들을 매순간 경쟁상대로 의식하면서 자라는 청소년이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하기란 매우 어렵다. 어린 시절부터 놀이에서만이 아니라 학과공부와 과제수행에서도 친구들과 서로 돕고 함께 발전하고자 하는 습관과 심성을 지닌 사람이 커서도 원만한 인격의 시민이 되고 훌륭한 리더가 되는 법이다.
아니, 어린 시절 바로 그 시기에도, 혼자 좋은 성적으로 앞서 나가겠다고 독한 마음을 먹고 노력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성적과 성과를 내는 것이 결코 아니다. 내가 조금 뒤처지더라도 친구를 밀쳐내지 않고 이웃과 함께 나아가려는 배려의 태도를 지닌 아이들이 총체적으로는 더욱 크게 성장하며, 대학에서나 사회에 진출해서도 더욱 성공적인 삶을 살 것임에 틀림이 없다.
2007년 한 때 많은 유권자들이 이기심과 사행심에 떠밀려 순간의 선택을 잘못함으로써 온 국민이 겪게 된 국가적 고통과 민족적 시련을 헤쳐나가는 데 있어 이번 경기도 교육감 선거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2007년 대선에서 총투표율은 63.0%, 이명박후보의 득표는 투표자 대비 48.4%, 유권자 대비 30.5%였다.) 독선적이고 오만한 권력에게 국민이 주권자로 존재함을 일깨우고, 내일을 걸머질 이세들이 건강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경기도민이 각성하고 신성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서프라이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4.05 13:52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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