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반드시 만나야 할 님이 있다

진달래가 먼저 올라간 삼각산에서

등록 2009.04.06 14:04수정 2009.04.06 14:04
0
원고료로 응원
봄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 계절
봄은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 계절김찬순

봄은 댓돌 위에 올려진 신발이 먼저 동동 발을 굴리며 떠나자고 말을 거는 계절인가. 아침 일찍 산벗 일행과 해운대 역에서 만났다. 해운대 역사 앞에도 하얀 벚꽃이 눈부시게 피었다. 달리는 시내 버스 차창 밖에도 온통 눈보라가 날리는 벚꽃 길이다. 굳이 높은 산에 오르지 않아도 벚꽃 구경은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게 아니다. 산을 좋아하는 산꾼에게 벚꽃도 좋지만 산이 역시 최고다. 어떤 벚꽃의 유혹에도 등산객들은 발길을 붙잡히지 않고, 기장 시장 앞에 내려 마을 버스 9번을 갈아탔다.

산너머 바다 산너머 남촌
산너머 바다산너머 남촌김찬순

부산의 기장군에 존재하는 삼각산은 해발 469m, 결코 높지 않는 산이다. 그러나 어떤 산길이든 긴장을 풀면 안된다. 높지 않은 산도 산이니까. 산에 오를 때는 물과 가벼운 비상약과 우의와 겨울철에는 레이젠이 필수다. 계절은 분명 봄이지만 아직 산은 겨울이다. 옷차림을 가볍게 오르면 하산할 때 추위에 떨게 된다.


삼각산의 산행 코스는, 장안사에서 부터 시작해서 삼각산으로 해서 시명산 정산에 올라 다시 하산 하는 것이 좋다. 시명산은 676m, 그래서 산 높이만 생각하고 가볍게 산을 오르기 쉬운 산이지만, 생각보다 어머니 품처럼 큰 산이다.

산모양이 삼각이라 삼각산 오르며
산모양이 삼각이라삼각산 오르며김찬순

산행을 시작하면 산을 오르락 내리락 거려야 하는 봉우리들을 만난다. 그래서 등산하는 데 지루하지 않지만, 초행자에게는 약간 힘든 코스다. 그러나 산행의 중턱의 마루금에서 목측의 기장 앞바다의 넘실대는 파도를 볼 수 있다. 대동여 지도를 들여다 보는 듯, 가까이로부터, 크고 작은 집과 학교, 사원 등 크고 작은 논과 밭과 마을을 조망할 수 있다. 저 멀리 시선이 가 닿는 곳은, 영남의 알프스라 이르는 부산의 주요 산봉우리를, 내 발 아래 두고 감상할 수 있다는 일이다. 그러나 또 주위를 둘러보다가 마주치는 골프장에 의해 망가진 산의 흔적들.  그러나 산행 길은 앞으로 묵묵히 올라가면, 울긋불긋 수를 놓은 듯한 진달래 꽃길이 바위전망대까지 이어진다. 여기서는 장안사 가람이 한눈에 보인다. 그리고 대운산2봉, 시명산 그리고 424봉이 눈 안에 환하게 들어온다.  멀리 고리원전과 공사 중인 부산울산 간 고속도로가 보인다.

산 정산도 삼각이네
산 정산도삼각이네김찬순

정말 삼각산에서는 경남권 산들의 이름을 다 불러내는 듯 볼 수있다. 달음산과 천마산, 망월산 백운산 철마산, 달음산 뒤로 저 멀리 장산과 봉래산도 희미한 산 안개 속에 보인다. 어디선가 뻐꾹뻐꾹 휙휙휙 뻐꾹새 휘파람새 우는 소리 들린다. 연분홍 진달래 꽃길이 불길처럼 번져가는 삼각산. 진달래는 그저 수줍은 시골처녀처럼 방긋방긋 웃기만 한다.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
한잎 두잎 따먹는 진달래에 취하여
쑥바구니 옆에 낀 채 곧잘 잠들던
순이의 소식도 이제는 먼데
<진달래> 중 '조연현'

'봄이 되면 반드시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산 허리와 기슭을 뒤덮다시피 붉게 물들인 진달래의 만발한 무리를 보지 않고 봄이 지나가서는 안된다.'
<아름다운 세상>중 '김태길'


삼각산 진달래 꽃길
삼각산진달래 꽃길김찬순

김태길 선생의 글처럼 진달래는 봄이면 꼭 만나야 할 꽃이다. 진달래는 식물학상 철쭉과에 속하는 꽃. 그런데 무려 이 종류가 37종이나 된다고 한다. 진달래의 분포 지역은 광범하다. 북으로 백두산과 남으로 제주도, 동으로 금강산까지 진달래가 이 금수강산에 없는 곳은 없다.

그럼에도 진달래는 봄이면 꼭 만나야 할 우리민족의 님과 같은 꽃이다. 진달래는 옛부터 '산옹촌동' 뿐만 아니라 시인묵객에게 애상을 받아온 꽃. 우리 민족의 한을 상징하는 꽃. 그래서 봄이면 온 산하를 물들이는 진달래꽃을 보면, 우리는 우리나라를 위해 피를 흘린 '님'을 생각한다. 진달래는 온 산하를 물들이는 충혼의 꽃이다…


봄이면 만나야 할 우리의 님 ! 충혼의 꽃이여
봄이면 만나야 할우리의 님 ! 충혼의 꽃이여김찬순

하산길까지 진달래의 길은 앞서 산을 내려가고, 여느 산 못지 않은 기암괴석과 전망권이 좋은 삼각산은 하루 반나절 등산 코스로는 최적의 산행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산이다.

덧붙이는 글 | 해운역에서 39번 버스를 타고 기장시내에서 장안사가는 9번 마을버스를 이용, 장안산 맞은편 산행로를 따라 진달래꽃길이 장관인 삼각산을 바라보며 오를 수 있다. 산이 높지 않고 산길이 험하지 않다. 그러나 초행길에는 긴장을 늦추어서 안되는 큰 산이다.


덧붙이는 글 해운역에서 39번 버스를 타고 기장시내에서 장안사가는 9번 마을버스를 이용, 장안산 맞은편 산행로를 따라 진달래꽃길이 장관인 삼각산을 바라보며 오를 수 있다. 산이 높지 않고 산길이 험하지 않다. 그러나 초행길에는 긴장을 늦추어서 안되는 큰 산이다.
#삼각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3. 3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4. 4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5. 5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