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발레리노, 그는 비보이였다. 하지만 발레는 그에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곽진성
이동훈은 중학교 1학년때 학급의 반장이었다. 하지만 말수가 적고 조용한 그와 달리 반 아이들은 시끌벅적했다.
쉬는 시간이면 춤추는 아이들로 학급 뒷편은 놀이터가 되곤 했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는 힙합 만화가 큰 인기를 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장이었던 그의 눈에 춤을 추며 반을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아이들이 좋게 보일 리 없었다.
결국 그는 "조용히 좀 해"라며 아이들과 한바탕 옥신각신을 했다. 하지만 춤추는 아이들은 그 말을 들은 체도 안했고, 오히려 넌 '춤도 못추잖아'라고 그를 비웃었다.
"그 말을 들으니 괜히 자극이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도 춤을 잘추고 싶다는 생각으로 6개월 동안 만화책을 보고 독학을 했어요(웃음)."만화책을 통해 스스로 춤을 배운 그는 비보이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된다. 이동훈는 춤이 좋았고 춤을 추고 있으면 마냥 행복했다고 고백한다. 스스로 독학해서 연마하는 비보이 기술은 시간이 갈수록 꽃을 피워서 6개월 후, 그는 학교에서 제일 춤을 잘추는 아이로 변신한다.
처음에 옥신각신한, 춤추는 아이들과도 친구가 되어 틈이 날때마다 춤 대결을 하러 여러 학교를 배회하고 다녔다. 그는 비보이 소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다.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춤 대결을 펼쳤는데 대부분 이겼어요. 제가 살던 곳이 분당이었는데 그곳에서 토마스 기술을 제일 잘하는 아이로 소문이 났었죠.(웃음) 전 춤이 좋았어요. 당시에는 멋부리려고 힙합 옷을 입고 그런 사람들도 있었지만 전 춤이 마냥 좋아서 츄리닝에 런닝 차림으로 춤을 추러 다녔었죠."그런데 중학교 3학년때, 이동훈의 삶에 발레라는 낯선 예술이 침범한다. 발레를 전공했던 체육 교사가 이동훈을 보고 "너, 한번 발레 해볼래?"라며 권유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평소 좋아하던 선생님의 권유 때문이었을까? 비보이밖에 몰랐던 이동훈은 호기심 어린 마음에 발레 학원에 첫 발을 들여놓게 된다.
"발레를 처음 접했을때 무척 편했어요. 보통 남자들은 타이즈를 입고 그런 것 때문에 쑥스러워하고 그러는데, 저는 그런 것 없이 발레를 오래한 사람처럼 자연스러웠죠."하지만 이동훈의 어머니는 아들이 발레를 하는 것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어머니가 남자 발레리노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편견을 알고난 후 걱정이 많으셨어요. 그래서 처음 발레학원에 등록한 지 3주 만에 그만두게 되었죠."이동훈과 발레의 첫 만남은 짧았다. 하지만 발레와의 인연은 이대로 끝이 아니었다. 그에게 발레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금 발레를 하고자 발레 학원을 찾았고 이동훈의 어머니도 결국 그의 열정을 보고 발레 하는 것을 승낙했다.
#2. 연습벌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