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전원 풍경 그리고 아픈 역사의 상처운전기사가 권해서 정해진 이곳은 사진을 찍은 장소의 폐허처럼 변한 유적이 역사의 흔적으로 아픈 상처로 남아있지만 현재는 평화롭기만 했다. 두 번째 방문지에서 찍은 사진이다.
김형효
금요일 수업을 마치고 여자 단원들은 키예프 시내를 돌아본 듯하다. 남자 단원들은 수업이 끝나자 곧 유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기차 시간에 맞춰 옷을 맞춰 입고 늦은 오후 해도 넘어간 시간에 키예프의 역에서 만난 일행들과 첫 여행의 설레임도 나눌 겨를이 없이 열차에 올랐다. 꾸페라는 열차는 4인이 1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미 선배단원들로부터 들어온 열차였다. 중국의 열차와 동일한 모양새의 열차였다.
나는 선배단원, 행정원과 꾸페의 같은 룸에 탔다. 이미 여러 차례 인사를 나누었고 술잔도 기울였던 터라 자연스럽게 와인과 맥주잔을 비우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곧 취기가 오른 나는 일찌감치 잠에 취했다. 새벽 탁한 꾸페 환경 때문에 뒤척이다 뒤척이다 잠에서 깨었다. 참을 만큼 견딜 만큼 견디다, 라는 표현이 적절할 듯하다. 그나마 장거리 여행에서 누울 자리가 있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조금은 싸늘한 느낌이 드는 아침이다. BOKJAL(역)이라고 쓰여진 간판을 아직까지 역명으로 알 정도로 사전 지식이 없었으니 내가 참 아둔하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다. 모든 스케줄과 여행 일정이 맡겨진 여행(?)이다. 물론 현지에서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음식을 먹거나 구경을 하는 것도 정해진 시간에 일행들과 만나는 것 말고는 자유롭다는 사전 해설은 들었다. 그러나 생면부지의 여행지에 대하여 떠나는 이방인의 입장에서는 특별한 방법이 없었다. 더구나 현지에서 또 다른 여행지를 갔을 때 좋은 구경은 했는데 일행도 그렇고 선배단원도 그렇고 그 지역의 지명을 알지 못하고 돌아온 것은 참으로 아쉽다. 좀 더 적극적으로 운전기사 아저씨에게라도 물어볼 것을 하는 후회가 든다. 멋진 곳을 보고 <그냥 멋진 곳이 있었다>라고 밖에 말 못하는 여행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