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검출 보건소 빈혈약 회수·교체하면 끝?

등록 2009.04.16 17:10수정 2009.04.17 11:2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2008년부터 복지부에서 5개월 이상 임산부에게 지급해온 빈혈제인 헤모콘틴이 4월9일 발표한 식약청의 판매유통금지 의약품 목록에 포함되었다.

2008년부터 복지부에서 5개월 이상 임산부에게 지급해온 빈혈제인 헤모콘틴이 4월9일 발표한 식약청의 판매유통금지 의약품 목록에 포함되었다. ⓒ 김평수


저는 첫 아기 출산을 준비중인 37세 여성입니다. 늦깍이다보니 젊은 여성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부분에 주의해야할 입장에 놓여있습니다. 병원에서 임신 24주차 때 임신 빈혈검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빈혈증상이 심하게 나와서 먹고있던 빈혈약을 늘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보건소에서 무료 빈혈약을 제공해준다는 정보를 알고 있던 터라 제값주고 비싼 빈혈약을 사지 않고도 국가로부터의 혜택 받을 기회가 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공짜로 생기는 그 무엇이든 챙겨야 되는 각박한 경제사정에 있으니 보건소의 공짜 빈혈약은 서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될 권리로 생각되더군요.

보건소에서 빈혈약 헤모콘틴을 2통이나 받아오면서 조금이라도 가계에 도움이 된 듯한 기분에 신랑 앞에서 뿌듯해했습니다.

"오빠 이제 아기 낳을 때까지 빈혈약 안사도 되겠다."
"그럼 우리 오늘 절약했으니까 마트에 가서 필요했던거 살까?"

그리고 꼬박 꼬박 빼먹지 않고 아침 저녁으로 헤모콘틴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3주 가까이 먹고 있던 때에 저는 헤모콘틴의 원료 탈크에서 석면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한 임신 육아 카페에서 어느 회원이 헤모콘틴에 석면검출이 되서 보건소에서 회수 교체하겠다는 문자가 왔다는 게시글을 올려서 알게된 것입니다. 카페 임산부 회원들 모두 경악했습니다.

사실 제게 보건소에서 무료로 약을 탄 행위 자체는 개인적으로 알뜰살림의 상징적 시도였는데 되레 아니한 만 못하게 되었으니 스스로 망신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약을 복용한 후 아이가 당하게 될 역효과에 대해서 겁이 났습니다. 며칠 후 제게도 보건소에서 회수 교체해주겠다는 문자가 날라왔습니다. 보건소에서는 헤모엠비라는 약으로 교체해주더군요. 제가 말했습니다.


"이 약을 3주 동안 계속 먹었는데 애한테 무슨 영향이 생길까봐 걱정이네요"
"그건 우리도 몰랐던 부분이고 궁금한 점이 있다면 제약회사에 직접 문의해보세요! 여기 이거 읽어보세요. 연락처도 있어요."

보건소에서 건네준 회수조치 관련 문서 "'헤모콘틴서방정" 석면 함유 탈크 관련 회수 조치건"이라는 제목아래 공급 업체에서 제품 회수 교체하겠다는 내용을 보내온 문서

보건소에서 건네준 회수조치 관련 문서 "'헤모콘틴서방정" 석면 함유 탈크 관련 회수 조치건"이라는 제목아래 공급 업체에서 제품 회수 교체하겠다는 내용을 보내온 문서 ⓒ 한주희


또 알약에는 석면의 양이 매우 경미하고, 음용의 경우 석면의 위해성이 아직 밝혀진 바 없다라는 설명과 함께 공무원은 지시대로 할 뿐이다는 행정적 입장으로 단호하게 답변하더군요. 이런 일련의 과정을 접하면서 이렇게 한참을 빗나가고 틀어진 문제를 그저 수용해야만 하는가 하는 분에 찬 의문이 생겼습니다.


첫째, 임산부가 석면검출이 된 헤모콘틴을 복용 후 악영향이 전혀 없다는 것인가?

WHO와 ILO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작업현장에서 석면으로 인한 피해자 수가 10만여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것은 최소한의 통계수치이고 개발도상국에서는 그 피해가 훨씬 심각하다고 합니다.

석면은 40여년이 되는 긴 잠복기를 거쳐서 증상이 발병되기 때문에 현재 보이지 않는 문제로 무해 하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것이고, 특히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서 소량의 노출에도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석면 사태를 축소시키기 위한 행정당국의 안일함과 석면의 실상을 제대로 공개하고 파악해야할 의무를 외면하는 무책임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내 아이가 잠복기를 거쳐 10년, 20년 후에 어떤 증상이 발병된다면 그 책임은 도대체 누구의 것일까요?

둘째, 임산부에 대한 피해보상을 위한 실질적인 해법은 무엇인가?

단지 정신적 불안감의 해소를 위해 경미하게 검출된 석면임에도 회수 교체를 해준다는  선심을 써주는 듯한 태도가 과연 온당한 것일까요? 일본에서 발생된 석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서 '구보타 쇼크'가 있다고 합니다. 구보다 공장에서 노출된 석면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중피종으로 사망한 사례들이 밝혀지면서 일본사회에 석면공포가 크게 이슈화된 사건이었습니다.

일본의 경우 그에 대한 구제법을 제정하고 환자 및 유가족들에게 다양한 보상과 구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보건당국에서 미온적 대처아래 은근슬쩍 약만 교체해주는 것으로써 구실을 다 했다 라는 것은 국민의 건강,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담보로 면피성 도박을 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것에 다름없습니다. 임산부 및 석면피해 대상자들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셋째, 정부의 대처가 끝까지 미온적일 경우 피해 임산부들은 손 놓고 있어야 할 것인가?

현재 각 임산부 및 육아 사이트의 회원들은 이에 대한 결집의 필요를 자각하고 있는 분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꾸준한 복용으로 안절부절 못 하는 분들도 있고 그나마 혜택을 준다는 것이 빈혈제인데 석면이 들어있는 약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직접 교체하러 가야하는 것이냐고 의문을 던지는 분들 등 다양하게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식약청 홈페이지에는 위액으로 석면이 희석되니 무해하다라고 해서 안심이라는 회원들도 간혹 있었지만 석면의 유해성에 대해 극단적으로 심각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고 선진국에서는 석면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실정에 있는 만큼 만일에 대한 조치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임산부들은 분연히 그 피해보상과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올해초 출산장려정책의 일환으로 지원금을 20만 원 지급한다는 정보를 접했을 때는 매달 20만 원 지급인 줄로 착각하고 복지가 향상된 점에 감사했었습니다. 그러나 지원금 20만 원은 출산일로부터 보름까지 쓰는 금액이고 1회 인출액은 4만 원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하루에 1회 이상은 인출불가 제약이 따릅니다. 10개월동안 20만 원의 금액으로 출산을 장려한다는 발상 자체가 미스테리인 것입니다.

결국 출산장려정책처럼 빈혈약을 무료 제공한다는 당국의 정책은 생색내기에 급급할뿐 빈약한 서민의 아이들의 건강 마저도 홀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헤모콘틴에 소량 포함된 석면이 임산부 및 태아에게 영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말의 가능성이 치명적인 상황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데에 주안점을 두지 않는 행정보건당국의 해법은 지극히 후진적이고 반서민적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온 국민을 상대하는 것이니만큼 안전성에 일말의 타격을 주는 그 어떤 것이라도 용납해서는 안되는 것 아닐까요? 이번 헤모콘틴 석면검출을 통해서 현 보건당국의 미온적 해결방법에 대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당당히 분노를 표현할 권리를 행사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저를 비롯해 헤모콘틴을 복용한 수많은 임산부들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시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헤모콘틴 #석면 #임산부 #빈혈약 #철분제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2. 2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3. 3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