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먼지와 책때 오래도록 묵은 책에는 먼지와 때가 앉습니다. 이 먼지와 때를 싫어할 분이 있는 가운데, 이 먼지와 때 때문에 더욱 책을 사랑하거나 아끼는 분이 있습니다.
최종규
(059) 책값 쓰기 : 나는 돈을 참 못 번다. 그렇지만 쓸 때에는 참 당차게 쓰곤 한다. 그렇다고 아무 물건이나 막 사지 않는다. 돈을 못 버니 쓸 때에는 꼼꼼히 살펴서 쓸 자리에만 쓴다고 할까. 쓸 물건이면 에누리를 않고 가게 임자가 부르는 값대로 내어주고 산다. 아니, 나는 그 물건을 사기 앞서 그 물건이 그만한 값인 줄 알아본 다음에 그만한 돈을 마련해 왔으니 두말 않고 돈을 치르고 물건을 가져간다.
읽을 책을 살 때에는 줄거리와 꾸밈새와 엮음새 들을 두루 살피면서 마지막으로 책값을 들여다본다. 꼭 알맞춤하게 붙었구나 싶은 책이 있고, 꽤 값싸게 붙였다고 느껴지는 책이 있으나, 지나치게 비싸게 매긴 책이 있다. 아무래도 '얼마 안 팔릴 듯 여기'면서 값비싸게 매겼구나 싶은데, 비록 출판사 주머니가 홀쪽해서 이렇게 했다고는 하지만, 이 책을 써낸 사람과 엮은 사람을 생각한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기꺼이 장만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제대로 된 책이요, 훌륭하게 엮은 책이요, 우리 삶과 삶터를 아름답게 가꾸어 주는 책이라 한다면, 비싸더라도 기쁘게. 뭐, 그만큼 내가 더 뼈빠지게 일해서 책값을 벌면 되니까.
(060) 누가 돈 준다고 하면 책읽고 글쓰고 하겠어요? : 엊그제 헌책방에서 만난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나한테 들려주는 말, "자기(최종규 씨)가 하는 일을 그렇게 (낮춰서) 말하지 마세요. 누가 돈 준다고 하면 그렇게 하겠어요?"
"네." 하고 대꾸를 하고 나서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며칠이 지나도록 이 말이 머리속에서 맴돈다. 나이 지긋한 아저씨 말대로 나는 누가 나한테 돈을 억수로 안겨 준다고 해서 아무 일이나 덥석 붙잡지 못한다. 나 스스로 좋아하는 마음이 들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나 스스로 좋아하는 마음이 들도록 북돋운 책이 아니라면 그 책이야기를 쓰지 않는다. 나 스스로 좋아하게 이끌지 않은 헌책방은 찾아가지도 않지만 그곳 이야기를 쓰지도 않고 사진도 안 찍는다. 내 모든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한식구처럼 지내게 된다.
그러고 보면, 누군가 나한테 "이 책을 읽어서 소개글을 써 주면 돈 얼마를 드리겠습니다" 하고 다가온다고 해서 그 책을 읽거나 소개글을 써 주겠나? 참말로 내 마음에 들고 내 마음을 울리거나 움직일 수 있어야 그 책을 읽는다. 그리고 그 책은 동네책방에 전화를 걸어 주문한 다음 찾아가서 내 돈을 기꺼이 치러 장만하여 읽을 테고.
책을 읽은 뒤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그 책을 읽고서 좋았던 이야기와 느낌이 있으니 어떤 대목이 좋았고 내 마음은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었는가를 낱낱이 밝히면서 기꺼이 쓸 뿐이다. 누가 돈을 준다고, 이름값을 높여 준다고, 힘(문화 권력)을 안겨 준다고 해서 그런 글을 쓰겠나?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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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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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돈 준다고 하면 책읽고 글쓰고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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