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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스트(N.EX.T) 6집 연작앨범을 준비중인데, 그게 7집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는 뭔가.
"드러머가 교체돼서 그렇다. 밴드는 오크통의 법칙에 의해서, 판자 쪽 하나가 떨어지면 가장 부족한 팩터만큼의 성과물밖에 담을 수 없다. 지금의 드러머보다 전 드러머가 플레이를 못했다는 건 아닌데, 우리 5명이 이런 식으로 우리가 균형을 갖췄고, 완성체가 됐다는 느낌을 음악 시작하고 처음 받았다.
김세황은 나랑 넥스트를 오래 했는데도, '형 나도 넥스트 하면서 이런 기분 처음 느껴본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밴드가 한꺼번에 리허설 룸에 들어가서 20~30분이면 곡 하나가 나오고, 더빙도 없고, 이번 앨범은 레코딩 전체가 원샷 레크드라서 라이브하고 레코딩하고 사운드가 똑같은 앨범이다. 우린 거꾸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제 컴퓨터로 조작하고 꾸며낸 음악들이 온 세상을 다 장악하고 있는데... 사실 그 선봉에 섰던 게 나인데.
미디음악 1세대이고, 컴퓨터 편집기술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한 것도 나고. 알고 안 쓰는 것과 몰라서 못 쓰는 건 다른 이야기다. 이번에 컴퓨터 편집 더빙, 뭐 이런 모든 게 금지된다. 멤버들한테는 개별 작업도 금지돼 있다. 전원이 출석하지 않으면 개별적으로 곡 작업도 못한다. 이런 상태에서 음악을 만드니까, 아주 골을 찧고 있는데, 이걸 넥스트로 불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 켠에서는 음악 방향이 달라지긴 했지만, 신해철이 노래를 부르면 여전히 넥스트가 될 것이다라는 이야기도 있고.
굉장히 음악적으로는 내 생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도 가끔 이야기한다. 음악하면서 전국 순회공연 티켓을 20분만에 매진시킨 그런 90년대 좋았던 시절에 음악하면서 왔지만, 고등학교 때 애들끼리 쌈지돈 천원짜리 모아서 합주실 들어갈 때보다 행복하던 시절은 없었다고. 그런데 요즘 와서 느끼는 건데 고교 합주실 들어간 것보다 행복한 시절이 지금인 것 같다. 내 음악 인생에서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시절이다."
- 앨범 작업은 어느 정도까지 진척이 됐나."원래는 이피(EP, 정규 음반과 싱글 음반 사이의 중간 규모급 음반) 형태로 내려고 하다가, 밴드가 곡을 닥치는 대로 쏟아내고 있어서 앨범으로 갈 가능성도 있고. 상업적인 어떤 외관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 이번 앨범부터는 CD를 발매하지 말고, 인터넷에서는 신해철닷컵과 넷스트닷컴에서만 판매하자는 이야기도 있고. 그런 상태다."
- 5월초에 앨범이 나온다고 했는데, 약간 늦춰질 수도 있는 건가. "약간 늦춰질 수도 있고, 더 빨라질 수도 있는데. 아직까지 결정난 게 없다. 이 앨범을 영어로 부를 것인가, 우리말로 부를 것인가 하는 점도 결정이 안 났다. 넥스트가 올해부터는 미국과 유럽에서 공연하면서 그 쪽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에, 이 음악이 한국 사람에게 어떻게 들려질 것인지보다는 서양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려질 것인지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이 토론하고 있다."
- 신해철을 보면 '위악(僞惡)'으로 '위선(僞善)'을 깨려는 사람 같다."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영광이다. 내가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도 하지만, 그게 서양 록 뮤지션들이 서양현대사에서 했던 일이 그거다. 위악으로 위선을 조롱하고 비웃는 것. 나는 본업에 충실하고 있다고 본다."
3시간에 걸친 '마라톤 인터뷰' 말미에 신해철은 '아니 음악 하는 애가 왜 이렇게 사회적 발언만 하고 음악은 안 해?'라는 질문을 들으면, 이렇게 대꾸한다고 한다. "미안하다. 사회적 발언을 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판을 아직 26장밖에 못 냈고. 해마다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전국투어를 돌고, 해마다 앨범을 한 장밖에 못 내서 미안하다고.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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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장기하 신드롬은 '양날의 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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