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참여연대, 법원노조 등이 18일 서강대에서 <'신 대법관 사태'가 보여 준 법원개혁의 올바른 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갖고 있다.
신종철
최강욱 변호사가 18일 '신 대법관 사태가 보여준 법원개혁의 올바른 방향'을 주제로 열린 대토론회에서 신영철 대법관과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특히 빼어난 말솜씨로 사법부 내의 '골품제'를 신랄히 비판해 방청객을 사로잡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참여연대, 서강대학교 법학연구소,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토론은 5가지 주제를 갖고 열렸으며, 발제자와 토론자가 14명에 달하는 그야말로 대토론회였다.
한편 최 변호사는 민변 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압도적으로 주목을 받은 그의 말을 정리했다.
최 변호사가 예로 든 3가지 방청객 웃음바다 3주제 <법원행정에 관하여>의 토론자로 나선 최 변호사는 먼저 "어느 조직이든 투명성이 있지 않으면 내부는 곪아 썩어 들어가기 마련이고, 솔직하지 못하면 현실적인 문제를 인식하거나 극복하지 못할 것이고, 상호간에 소통이 없다면 결국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가 나올 수 없다"며 "그런 측면에서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사법부 법원행정의 돌아가는 체계들이 과연 어떤 실상을 띠고 있는지에 대해 반드시 고민해야 봐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곧바로 "이번에 신영철 대법관 사태와 관련해 (촛불재판) 이메일을 (판사들에게) 보낸 것이 압력을 받았다 안 받았다 하는 과정에서 대법원장과 신 대법관도 '그런 정도를 가지고 압력을 느꼈다면 판사가 아니다'라고 했는데 굉장히 위선적인 발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그런 정도의 발언이 압력이라고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왜 수차례 이메일을 보냈느냐. 지위도 있고, 나이도 있는 사람들의 망신 아닌가. 스스로 영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왜 보냈을까 그냥 자기만족일까"라고 꼬집으며 "지나고 나서 뻔히 드러난 마당에 그렇게 강변하는 이유는 솔직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변호사의 토론은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자유분방하면서도 거침이 없었고, 방청석에서는 그의 솔직담백하고 직설적인 발언에 공감하는 웃음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그는 "과거 천주교 신자로서 굉장히 존경하는 신부님에게 대주교님이 신부님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실체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고 싶어 '신부님들은 더 가져야 할 것도 없고, 가질 것도 없어 보이는데 어디서 자발적인 복종이 계속되는지를 물었다"고 얘기를 꺼냈다.
이어 "한참을 고민한 신부님은 '솔직히 말하면 인사권이다'라고 말했다"며 "교구안에서 주교님이 가진 인사권이 막강하기 때문에 신부님들이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주교님하고 가깝고 인정받는 신부는 분당에 가는 것이고, 그렇지 않고 말 안 듣고, 특이하게 개기며 행동하는 신부는 백령도를 보낸다는 거예요"라고 말해 방청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최 변호사는 "이게 인간의 본성인가 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가 여담을 섞어 천주교의 예를 들면서까지 말하려고 한 것은 수직구조 특히 보수적인 사법부에서 인사평가를 받는 판사들로서는 윗분들의 '말 한마디'는 상당한 부담과 영향력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예를 들었다. "제가 법무관을 할 때 사단장이 같은 기관장으로서 (관할) 법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다행히 법원장님은 사법연수원 다닐 때 수석교수님이고, 청렴하고 강직해 존경을 받는 분이어서 만나게 해줬다"며 "이날 법원장님은 사단장에게 장군이, 사단장이 된 지 얼마나 됐는지 묻더니 굉장히 부럽다고 말했다"고 이어갔다.
법원장이 사단장을 부러워한 이유를 최 변호사는 이렇게 전했다. "사단장님은 한 번 말하면 사람들이 죽는 시늉까지 하는데, 나는 무슨 얘기하면 잘 듣지도 않고, 듣는 시늉도 안 하고, 자칫 잘못하면 시비나 걸리고, 법원장이 되면 오래 할 수도 없다. 끽해야 2~3년 법원장하고 대법관 승진에서 누락되면 나가야 된다. 당신은 있는 동안 최대한 누리고 밑에 사람들도 잘 보이려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는 것.
최 변호사는 "당시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시쳇말로 정치권력에 아부해 출세에 탐했던 분도 아니고 법원 내에서 소신 있고 청렴 강직한 분으로 알려졌는데, 아! 그런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기에 인간들이 똑같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며 "자기 앞에서 죽는 시늉을 하게 만들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불만이라고, 그럼 사관학교를 가지 왜 지금 와서 후회할까 싶어 딱해 보였다"며 말해 방청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법원장에 대한 실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 변호사는 당시 군부대 안에서 큰 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사자를 영장도 없이 일주일 넘게 가둬놔 법무관으로서 그러면 안 된다고 했는데도 고문까지 하며 자백을 받아 내길래, 법원장의 도움을 받고자 찾아갔다고 한다.
그런데 최 변호사는 기대와는 다른 말을 듣고 실망했다. "법원장님이 진지하게 공감하면서 안타까운 목소리로 '당신이 법무관인데 그래봐야 조직 안에서 찍히기만 한다. 조용히 타협하는 방식을 찾아보게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는 것.
그러면서 "그게 청렴 강직한 법원장님이 저에게 한 마지막 충고였다"고 회상하며, "저는 속으로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어디 있으나, 무슨 옷을 입혀놓으나 결국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은 똑같구나. 그런데 겉으로 보이는 포장을 통해서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가장할 뿐이구나 생각했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당사자들에 대해 폄훼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는 말도 잊지 않으면, 하지만 "폭탄주 한두 잔 마시고 솔직하게 하는 얘기와 자기들끼리 사무실에서 하는 얘기는 분명히 다르다"는 말로 이어갔다.
"법관들 학생 때 선생님 지시에 철저히 복종한 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