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제 집단지도체제 준비해야 한다

부자 후계세습 종식... 쿠바처럼 권력민주화 추진 필요

등록 2009.04.23 14:46수정 2009.04.2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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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최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 회의를 개최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열린 회의로 남한에서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하여 큰 관심을 보였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재추대 등 북한의 권력 구조상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 다만 장성택 당 중앙위부장이 국방위원회 진입 등 국방위원회를 크게 강화한 것은 주목해야 한다.

 

남한의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여름 발생한 건강문제와 67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이번에 후계문제를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특히 연초부터 당은 물론 군부 등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를 세습으로 한다'는 내부 통지를 돌린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전망에 힘이 실렸었다.

 

그러나 이번 최고인민회의 결과 겉으로 드러난 후계구도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문제를 추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매우 치밀하게 추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김정일 위원장은 국방위원회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후계구도를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군부 및 당 지도부의 충성, 주민들에 대한 사상통제와 반발 제거 등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 결정'을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직까지 후계문제를 공식화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몇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김정일 위원장의 세습구도에 대해 일각에서 거부하는 움직임이 있음을 반영한다. 이에 따라 김정일 위원장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불식시키려 하고 있다. 북한은 식량난, 에너지난 등으로 이미 사회기강이 해이해졌다. 이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은 강화된 국방위원회를 통해 반발을 막고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김정일 위원장의 세 아들(정남, 정철, 정운) 중 어느 하나로 아직 결정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일부에서는 김정일 위원장과 성격, 스타일 등에서 가장 닮은 3남 김정운을 후계자로 지목했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운은 연령, 서열, 경력 등에서 반대세력들이 거부할 명분이 있다. 이 때문에 연초에 장남인 김정남이 강조한대로 "아직은 아무도 모르는 상태"일 수 있다.

 

셋째는 김정일 위원장의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내밀한 검토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의 행적을 보면 이러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국방위원회에 당․정․군 인사를 포함시킨 것은 집단지도체제가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서 북한은 중국이나 베트남의 모델도 참고할 것이다.

 

모두가 아는 대로 북한 김일성 주석은 46년간,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82) 다음으로 현대 세계 제2의 장기 집권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북한이 3대 권력세습이 이루어지면 세계적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일당 또는 일인의 장기집권은 비능률, 획일성, 폐쇄성 등으로 빈곤․질병은 물론 인권유린, 자유의 억압을 특징으로 한다. 북한이 정상국가화하려면 장기집권이나 부자세습을 이제 종식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는 도처에 김일성 동상과 김정일 사진이 있다. 그러나 같은 공산국가인 쿠바에는 카스트로의 동상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피델은 지난 해 2월 다섯 살 아래 동생이자 혁명동지이기도 한 라울 카스트로에게 국가 원수자리를 물려주었다.

 

쿠바 국민들은 수년쯤 뒤에는 큰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하며 희망에 부풀어 있다. 피델과 라울 형제를 비롯한 혁명 1세대가 완전히 물러날 것이고 '권력세습'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에게도 이러한 희망이 화사한 봄꽃처럼 퍼지길 기대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대를 이어 세습체제로 권력을 사적으로 영속화하려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은 욕심이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집단지도체제를 위한 내부 논의를 제기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진정 북한을 위한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끝>

덧붙이는 글 | 세계일보 기고

2009.04.23 14:46ⓒ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세계일보 기고
#북한 후계구도 #집단지도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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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금 자연환경의 악화, 과학기술의 진화, 인간의식의 퇴화, 국가안보의 약화 등 4대 미래변화 패러다임의 도전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또한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해결과 상생공영을 위한 ‘세계국가연합’ 창설을 주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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