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 장남 살해한 70대 집행유예…처 살해는 무죄

대전지법, 배심원 평결 존중해 장남 살해 혐의만 유죄 인정

등록 2009.04.27 13:29수정 2009.04.2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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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을 받아 사업자금을 대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노부모에게 행패를 부리는 패륜적인 50대 장남을 둔기로 내리쳐 숨지게 한 70대 할아버지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또 장남을 살해한 뒤 둔기로 자신의 처를 내리쳐 살해한 혐의에 대해서는 금슬 좋았던 노부부가 처를 살해할 이유가 없고, 숨진 처의 혈흔이 할아버지의 옷에 묻어 있지 않은 점을 들어 무죄가 선고됐다.

사건 당일 무슨 일이?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장OO(73)씨는 장남인 아들(50)이 중풍에 걸려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수시로 찾아와 사업자금을 요구하며 자신과 처(69)에게 욕설을 하는 등 행패를 부리는 것에 대해 심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16일 오전 9시경 충남 연기군 자신의 집에서 전남 밤 술에 만취해 찾아온 장남이 밤새도록 자신의 처에게 욕설을 하면서 행패를 부리는 것을 보고 격분해 집에 있던 둔기로 장남의 머리를 수회 때려 후두부 함몰 및 분쇄골절 등으로 현장에서 사망케 했다.

이어 장씨는 자신의 처에게 "혼자 살면 뭐하냐, 불쌍하니 같이 죽자"라고 하면서 둔기로 처의 머리를 수회 내리쳐 역시 두개골 함몰 및 분쇄골절 등으로 현장에서 숨지게 했다.

한편, 장씨는 범행 후 농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해 며칠 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났고, 그 후유증으로 기억상실증과 우울증증상을 보이며 횡설수설했다.


아들 살해만 유죄…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이로 인해 장씨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지난 20일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위현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의 평결을 존중해 장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이날 배심원 9명은 아들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평결을 내렸고, 양형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이었다. 또 처를 살해한 혐의에 대해서는 배심원 6명이 무죄의견을 3명은 유죄의견을 냈고,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평결을 존중해 무죄로 판단했다.

먼저 장남을 살해한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밤새도록 모친에게 행패를 부리는 것을 보고 저질러진 우발적이고 격정적인 범행이기는 하나, 사람의 생명은 국가나 사회가 보호해야 할 가장 존귀한 가치이므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점, 피고인이 둔기로 피해자의 머리를 수회 강타해 범행방법이 잔혹한 점 등을 종합하면 엄중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73세의 고령으로 그동안 아무런 전과 없이 농부로서 성실하게 살아온 점, 아들에게 사업자금을 지원해 주는 등 물심양면 도왔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거듭되는 사업실패와 중풍 등 신병을 비관하며 술에 취해 가족들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고, 특히 노부모에게 패륜적인 행동을 일삼아 온 점, 사건 당일 모친에게 행패를 부리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흥분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정상에 참작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은 범행 후 농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해 혼수상태 후에 깨어났고, 그 후유증으로 기억상실증과 우울증증상을 보이고, 지병인 고혈압을 앓고 있는 등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 피해자의 처이자 며느리가 남편을 잃은 슬픔이 크지만 평소 시아버지인 피고인을 존경해 왔고 사건 이후에도 원망은 없으며 선처를 희망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피해자의 자녀들과 이웃주민들이 선처를 간곡히 호소하고 있는 점도 유리한 정상"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무엇보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처의 사망으로 피고인이 가장 큰 회한과 고통 속에서 여생을 보낼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형량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처 살해는 무죄…"장남이 모친 살해 가능성"

이날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장씨가 처를 살해한 부분에 대한 변호인과 검찰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으나 무죄가 선고됐다.

장씨는 범행 직후 경찰과 함께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될 당시에는 자신이 아들과 처를 살해했다고 말했으나,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을 당시에는 "아들이 처를 둔기로 쳐서 죽이고는 스스로 둔기로 머리를 내리쳐 자살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가, "산책하고 오니 주방에서 마누라와 자식이 피를 흘리고 죽어 있었다"고 말하는 등 횡설수설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농약 음독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생긴 기억상실장애로 범행뿐만 아니라 농약을 음독한 후 의식이 회복되는 때까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며 "피고인의 주장이 불합리해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심증만으로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응급실에서 범행에 대해 질의하기 전에 둘째 아들이 피고인과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눈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당시 농약을 마신 피고인에 대한 응급처치가 급하고, 생존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둘째 아들이 피고인에게 범행을 은폐하거나 거짓진술을 권유했다고 보기 어렵고, 당시 피고인은 아들이 모친을 살해하자 격분해 아들을 살해한 후 스스로 농약을 마시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모두 죽였다고 거짓진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사건 당시 피고인이 입고 있었던 옷 전체에서 혈흔이 퍼져 있었는데 아들의 유전자형만이 검출됐을 뿐 처의 유전자형은 검출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응급실에서 피고인이 경찰에게 '아들과 처가 싸우다가 아들이 둔기로 쳐서 죽이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한 점을 더해 보면 아들이 모친을 살해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더욱이 피고인과 처는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될 정도로 결혼 후 50년 동안 금슬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며 살아왔고, 패륜적인 행동을 하는 장남을 우발적으로 죽였다고 해서 아내마저 죽여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를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처를 살해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국민참여재판 #대전지법 #로이슈 #배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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