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를 짓누르는 것들

최근 발생한 동반자살,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

등록 2009.04.28 08:49수정 2009.04.2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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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인한 달 4월, 사회적 동반자살이 확산되고 있다. 이 달 들어 강원도에서만 무려 다섯 건의 동반자살 사건이 발생하여, 무려 12명이 사망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살을 생각하는 많은 이들이 인터넷 카페 혹은 채팅, 메일 등 메신저를 통해 동반자살을 모의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연합통신에 따르면 이 문제와 관련해 경찰 역시 인터넷상에서 자살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을 무조건 형사처벌하는 등 사회적 동반자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금 사회내부에 동반자살이 마치 전염병처럼 번져나고 있다. 이것은 분명 일시적 유행증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특히 유행 증은 반복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생명력이 짧다는 점에서 그나마 위안을 얻는다.

 

 그렇지만 정부는 동반자살을 방조하는 사람에 대한 경찰의 강력한 단속 의지와는 별개로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비록 동반자살이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한 때 나타나는 유행증이라고 할지라도 이 문제는 우리사회가 경제 문제 등으로 인해 많은 이들로부터 희망을 빼앗는 등 총체적 위기국면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는, 적극적 사회현상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현상이 유행 증을 넘어 당분간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 잡게 될 공산이 매우 크다. 적어도 이 문제가 현재 진행형인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와 맞물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10여 년 전 외환위기가 불러온 경제적 충격과 이로 인한 가정파괴, 그리고 가족의 동반자살을 이미 경험한 터다. 외환위기 당시의 가족 동반자살은 가장의 실직이 부른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그런데 최근의 동반자살은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이들이 연령 대에 상관없이 서로 연횡을 통해 '특정의 방법(주로 연탄 화덕을 사용해 연탄가스에 질식해 죽음을 맞는 방식)'으로 함께 자살을 감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외환위기는 가계의 위기를 불렀지만, 현재의 경제위기는 개인의 위기를 부르고 있는 셈이다. 

 

 이 사실은 외환위기로 인해 가족이라는 인과관계가 느슨해진 상태에서 또 다시 경제위기가 닥치자 그 충격이 개인에게로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 아닌가한다. 이로써 더욱더 우려스러운 것은 사회적 자살을 감행하려는 자에게 누군가가 특정의 충동질을 가하면 그들은 곧바로 반사회적 성격장애자로 돌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 경우 저들에 의해 무차별적 사회 폭력이 조장되는 등 사회적 동반자살 풍조가 자칫 엄청난 사회위기로 진화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최근의 사회적 동반자살을 앞서 내가 말한 것처럼 단순한 유행 증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문제의식을 갖는 등 보다 진중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한 합리적 대안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그것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이다. 이 원인들이 바로 한국사회를 짓누르는 것들이다. 이를 인터넷 문화의 역기능으로 단순히 해석하는 것은 동반자살 사건의 복잡성과 사회성을 함께 부정하는 것이다.

 

 어떤 형태 이든 간에 사회적 자살은 결코 개인의 충동적 산물이 아니라 사회 현상이 주는 충격을 개인이 견뎌내지 못해서 일어난다. 다분히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현대사회는 고비용구조로 인해 실직자 혹은 직업을 구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처럼 충분히 위협적이다.

 

 정부가 사회안전망 강화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사회적 위협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해야한다는 헌법정신에 기초해 있다.

 

 과거도 그랬고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사회 속의 개인은 늘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더군다나 앞서 말한 대로 사회가 고비용구조로 이동하면서 개인의 삶에 대한 사회적 압박의 강도는 점차 드세어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경제위기마저 겹치면서 개인의 삶은 그야말로 삶의 극한 상황과 맞닥뜨렸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지금 한국사회를 짓누르는 것은 당연히 '경제위기'이며, 이로 인해 그 속의 개인들 역시 비용(소득)위기에 직면하면서 삶의 극단에 내 몰리고 있다.

 

 결국 이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자살이라는 삶의 극단을 생각하게 되고, 종래 그것이 주는 두려움을 걷기 위해 동반자살자를 구하고 이내 함께 그것을 결행하고 있다.

 

 우리는 글로벌 금융귀기가 도래했을 때 먼저 그것이 실물경제 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했고, 다음으로 그것이 초래할 사회위기를 걱정했다. 이러한 우리의 우려대로 지금 경제 위기에 뒤이어 사회위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동반자살이 산불처럼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겨우 그 시작인 셈이다. 정부가 이 문제에 보다 더 큰 관심을 갖고,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동반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이다. 아울러 개인의 경제적 가치를 굳이 말로 따지는 것에 어패가 있지만 국가차원에서 보면 일개인의 자산적 가치 역시 엄청나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여러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앞서 말한 점에 있다. 이로써 정부는 지금 즉각 한국사회를 짓누르는 것들에 대한 구체적 점검과 함께, 경찰과는 별도로, 사회적 동반자살을 막을 특단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2009.04.28 08:49ⓒ 2009 OhmyNews
#동반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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