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총선 이후 전개될 정치지형 변화를 읽다

등록 2009.05.01 22:10수정 2009.05.0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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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9 총선 결과는 한나라당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왜냐하면 비록 선거구가 몇 개 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선거 역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및 현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 평가적 성격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향후 정치지형의 변화 또한 우리는 충분히 예측해 볼 수 있다. 비록 이번 선거의 투표율 및 재 보궐 선거라는 제약성이 있긴 하지만 우선 선거결과와 관련해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책임론보다는 이상득 의원의 책임론이 오히려 더 거세게 붉어 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대통령의 친형으로서 권력의 중심에 서 있는 이상득 의원의 현재적 위상을 반영한 때문이다.

 

  사실 이번 선거 일 이전에 이미 '이상득 의원 9월 사퇴설'이 제기되는 등 이상득 의원의 향후 거취문제가 현 정권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단 이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아무튼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래저래 거취에 대한 이상득 의원의 고민이 깊어 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여기에 더해 소위 이상득 의원과 반근혜 의원 간의 세 대결로 압축된 경북 경주 선거에서 친박계인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당선됨으로서 일단 이상득 의원의 정치적 입지 역시 크게 위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현 정부에 대한 이상득 의원의 제 역할을 고려 할 때, 이는 자칫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와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이후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정책의 실패 론이라는 더 큰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물론 이번 선거와 상관없이 친박계 의원들 역시 이미 이명박 대통령에게 모종의 최후통첩을 했다는 설이 있다. 앞서 말한 모종의 최후통첩이란 곧 친박계 의원의 한나라당 탈당 카드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 간의 인연은 깊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의원을 포용하지 못하는 데에는 이명박 정권을 형성하고 있는 측근들의 반발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 중심에 이상득 의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결국 친박계 의원의 한나라당 탈당 카드와 이상득 의원의 9월 사퇴설이 이로써 맞물려 있는 셈이다.

 

 이러한 요인 외에 박근혜 의원으로서도 2007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 과정에 이명박 후보 측 지지자들이 박근혜 후보와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를 들어 박근혜 후보의 치마를 들치려 하는 등 심한 모멸감을 주기도 했던 모양이다. 이 문제의 경우 그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박근혜 의원에게는 매우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 간에는 이미 서로 건널 수 없는 큰 강을 앞에 놓고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지경이라고 하겠다.

 

 사실 지난 대선의 전개 과정에 한나라당 전 대표로서 박근혜가 보여주었던 면이나, 한나라당 집권 후 박근혜 의원의 정치 행보 등을 고려할 때에도 박근혜 의원은 스스로 현 정부와 일정부문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박근혜 의원의 경우 당시 즉 2007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저 백의종군했던 것도 우선은 박근혜 후보가 구국의 결단을 내린 것이지만 이와 함께 이명박 후보와의 밀약 또한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이 밀약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주변 측근들의 이야기다. 앞서 말한 박근혜 의원 측의 최후  통첩은 이런 모든 점을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

 

 어쩌면 이점과 함께 박근혜 의원은 새로운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차피 현재 진행되는 정치경제 상황으로 봐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고(이번 4.29 재 보궐 선거는 이 점을 보다 분명히 했다), 이 경우 한나라당에 머물음으로서 오히려 차기대권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 만일 앞서 말한 대로 박근혜의 의원이 소위 한나라당 내 친박계 의원들을 대동하고 오는 9월을 넘기지 않고 탈당하여 신당을 창당하거나, 아니면 선진한국당에 입당할 경우 한나라당 책임론 혹은 이명박 정부 실패론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그리고 현실적 계산으로도 박근혜 의원과 이회창 총재가 연횡할 경우 이후 정국을 충분히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비록 국회의원 수에서는 열세이지만 내년에 치러질 광역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의원 선거의 경우 전라도와 수도권 일부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을 석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정치적 계산을 배제하더라도 박근혜 의원은 현재 충분히 탈당명분 또한 축적하고 있다. 즉 박근혜 의원은 지난 정부 즉 참여정부의 진보정치 실패,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정책 실패 등을 들어, 구국의 일념을 내세울 경우 한나라당을 탈당하여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별다른 국민적 저항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호남지역 역시 적어도 박근혜 의원에 대해서만은 아주 우호적이라는 게 일반론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 간에는 '과거의 일'에 대해 이미 충분한 화해가 이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대북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역시 이명박 대통령과는 달리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 간에는 어느 정도 공통 의견을 수렴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여튼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할 때, 오는 9월은 한국정치 사에 있어서 새로운 변혁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이상득 의원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되어 정치일선에서 물러날 경우 이후 정치상황이 어떻게 진화해 갈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이 경우에도 앞서 말한 대로 박근혜 의원이 중심인 친박계 의원의 한나라당 탈당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박근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는 달리 '구국의 결단'을 통해 국민을 새로이 결속시킬 수 있는 정치력을 보유하고 있고, 정치세력 또한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소위 친이계의 수장으로 불리던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정치행보다. 지난 4.9 총선에서 낙마한 그는 이후 미국에 1년 정도 체류하다가 최근 귀국했다.

 

 귀국 후 그의 행보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아마 모르 긴 해도 오는 9월이면 그의 정치행보 또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정치복귀는 이상득 의원의 정치행보와 양립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상득 의원의 사퇴설의 배경이 되지 않았나한다.

 

 최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 대표는 이재호 전 최고위원의 정치복귀가 앞서 말한 시점에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친박계의 움직임과 이재오 전최고위원의 정치복귀 또한 맞물려 있다고 할 것이다.

 

2009.5.1

 

2009.05.01 22:10ⓒ 2009 OhmyNews
#4.29 재 보궐 선거 #정치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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