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의 천지애, 옷 입는 '꼴'부터 다르네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54] <내조의 여왕>의 김남주 성공 요인

등록 2009.05.05 16:39수정 2009.05.0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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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로 분해 안성맞춤 연기를 펼치는 김남주 ⓒ imbc


<내조의 여왕>으로 빛나는 배우는 단연 김남주가 아닐까. 그 안에는 많은 배우들이 있다. 자신의 옷에 딱 맞는 역할을 통해 새롭게 연기자로 입지를 다지는 이혜영도 그렇고, 다시금 인기작품을 한 오지호, 새로운 코믹 연기를 물오른 윤상현, 최철호도 그렇지만 누가 뭐라 해도 <내조의 여왕>의 인기 견인차는 김남주이다.

8년 만에 브라운관에 등장한 김남주. 과연 그녀가 아줌마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도시 미인으로 각광을 받던 그녀. 한동안 줄기차게 광고를 찍더니 급기야 김승우와 결혼을 하고 그 뒤로 두문불출했다. 영화 <그 놈 목소리>를 촬영하긴 했지만 김남주보다 실화라는 사실이 이슈가 되었을 뿐.

그래서 김남주는 이제 CF 스타로만 남으려나 보다 했는데 <내조의 여왕>을 택했다. 그런데 이번 선택도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내조의 여왕>은 MBC 월화드라마의 땜방용이었다. 만화가 강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제작비 문제로 무산되자 다른 작품으로 방송된 것이 바로 <내조의 여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와 보니 MBC에게는 아주 좋은 작품이었다. <꽃보다 남자> 때문에 빼앗긴 시청자를 되찾았으니 말이다.

드라마는 땜방용이었지만 김남주 본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고 성공한다면 다시금 안방극장의 여왕임을 입증하며 저력을 과시할 절호의 찬스였을 터.

사실 그녀가 안방극장을 떠나기 전까지 그녀의 작품은 실패라는 것을 몰랐다. 스크린과 달리 그녀는 안방극장에서 더욱 빛이 났고 결혼 전 마지막 작품 <그 여자네 집>이 대박을 쳤다. 한동안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무조건 성공한다는 거짓말 같은 신화도 있었다. 그러한 점에서 <내조의 여왕>은 그녀에게서는 중요한 작품이었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시청자들은 <내조의 여왕>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꽃보다 남자> 탓에. 하지만 상대 드라마가 종영되자마자 시청률은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올리며 '김남주'라는 배우가 해낸 몫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녀가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서 당당하게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아줌마로의 변신, 김남주 성공 요인


그녀의 기존 이미지를 버린 덕분이다. 단연코 그녀도 아줌마라는 사실을 시청자들도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연기하는 아줌마는 어떨까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김남주가 연기하는 천지애는 시청자들의 허를 찔렀다.

그것도 사모님이 아닌 그저 그런 보통 아줌마였다. 월세를 내지 못해 주인을 피하고, 남편을 취직시키기 위해서 사모님들에게 갖은 비위를 맞춰대는 그런 아줌마. 그래서 시청자들은 우리와 한층 비슷해진 김남주에게 거리감을 느끼지 못했다.


왕년에는 잘 나가던 여고생 시절은 과거가 되어 버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능력없는 남편 때문에 이혼하고 싶지만 자신만 바라보는 남편을 위안삼아 그래도 용기를 내는 아줌마. 우리의 처지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원수 같은 남편이 돈도 못 벌어 동창회 나가도 딱히 입을 만한 옷이 없어 한숨 쉬고 남편 자랑에 기죽어 한숨 쉬면서 미우나 고우나 남편을 돌보는 우리들과 천지애는 참 많이 닮았다.

이러한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호감도를 높일 수 있었으며, 이를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김남주의 연기력이 더해져 그녀에게 꼭 맞는 아줌마 캐릭터가 창조됐다. 여기에 살짝 무식해 보이는 그녀의 어록이 누리꾼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신드롬을 만들어 냈다.

천지애 무식어록을 살펴보면 이렇다.

'내조의 여왕' 14화에서 남편 온달수(오지호 분)가 은소현(선우선 분)에게 한 눈을 팔자 천지애(김남주 분)는 "당신 뒷바라지만 열심히 하다가 이런 '토사구땡'(토사구팽)같은 꼴을 당할 줄이야"라고 말하며 보는 이들이 배꼽을 잡게 했다.

이뿐 아니라 김남주 '무식어록'에는 사자성어가 특이 눈에 띄는데 "당신처럼 잘난 사람은 튀게 돼 있어. 군대일학(군계일학)이란 말도 있잖아", "인생사 다홍치마(새옹지마)라는데", "이거 완전 설상가상(금상첨화)이잖아"등이 있다.

또한 "나침반(주사위)은 던져졌는데", "아 카드 마그네슘(마그네틱)이 손상됐나 봐요", "당신이 봉중근(안중근) 의사야?" 등도 '무식어록'에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천지애라는 캐릭터는 똑순이처럼 똑 부러질 것 같지만 다소 무식함으로 엉뚱한 면모를 보여줘 김남주라는 연기자를 한층 시청자와의 거리를 좁히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껏 김남주는 도시 미인으로서 똑부러지며 일과 사랑에 모두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녀를 싫어했던 사람들은 그녀에게 엉뚱한 면모를 발견하며 '천지애=김남주'의 이미지를 공식화하면서 그녀에게서 인간미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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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애표 패션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적잘한 매치와 포인트 컬러를 통해 보통 아줌마룩을 선보이고 있다. ⓒ imbc


천지애 표 패션 교과서를 만들다

이러한 점은 <내조의 여왕>의 인기요인인 동시에 김남주가 안방극장의 여왕임을 입증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그녀가 입는 패션도 아줌마들 세계에서는 한몫을 하고 있다. 비싸 보이지만 결코 비싸지 않은 콘셉트로 짝퉁 가방을 들고 다니며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는 패션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물론 그녀가 매회 입고 나오는 패션을 총정리하자면 굉장히 화려하다. 보통 아줌마들이 엄두도 못낼 옷의 양을 측정하면 "에이~ 내게 저렇게 옷이 많나? 드라마는 드라마구나"하는 씁쓸함을 들게 만들기도 하지만 일단 다른 사모님들과의 패션과 다른 모습을 선보이며 보통 아줌마로서의 모습을 선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점 또한 김남주라는 연기노력을 칭찬할 만하다. 우선 다른 사모님과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서 그녀는 빅백을 이용한다. 보통 사모님들은 운전사 덕분에 그런지 빅백을 이용하지 않는다. 이용한다 해도 명품이기 때문에 보통 빅백의 느낌이 아니다. 또한 <내조의 여왕>에서는 웬만하면 사모님들은 주로 클러치백을 이용한다. 전혀 실용도가 없어 보이는 클러치백(물론 모든 여성들의 로망이기도 한 클러치 백이지만).

그래서 김남주는 천지애의 신분에 어울릴 만한 빅백을 선호해 차별화를 꾀했다. 그리고  그 백의 설정은 이름 하여 '짝퉁'이다. 머리는 다소 부족한 천지애지만 그녀에게 신이 내린 손재주 덕분에 명품 가방을 본뜰 수 있는 기술을 주었다.

여기에 그녀의 전체적인 패션 스타일도 평범함을 추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액세서리를 최대한 배제하고 머리에도 머리띠 정도만을 착용해 포인트를 주면서도 다른 사모님과의 화려함과 적절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또한 양봉순(이혜영 분)이 주로 원피스(파티에도 어울릴 만한) 종류로 옷을 즐겨 입는다면 천지애는 보통 사람들이 입는 옷차림을 맞서고 있다. 사실상 부엌일을 하기 위해서는 양봉순의 옷차람으로 옷을 입는다면 답답해서 얼마 못가 보통 아줌마들은 옷을 벗어 던지질지도 모른다.

하이탑의 치마로 정갈하게 입고, 남편과 자식의 식사를 차리는 양봉순을 보면 분명 보이지는 않지만 가사 도우미 아줌마가 있으리라 추측하게 만든다. 하지만 천지애는 면바지와 가디건으로 보통 아줌마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평범한 옷차람이지만 적절한 매치와 포인트 컬러로 사모님들에게 뒤지지 않은 패션을 선보인다. 이 점은 비록 천지애를 연기하는 김남주의 연기력이 아니어도 시청자들과 통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보통 아줌마를 위해 연기하는 자세가 남다른 점에서 김남주를 칭찬해도 될 듯싶다.

더욱이 남편의 부인이자 아이의 엄마인 보통 아줌마들에게 옷을 입는 패션감각이 참으로 머리를 아프게 하는 그러한 존재이다. 남편의 회사 동료들과의 만남에서, 혹은 학부모 회의에서 우리 남편, 우리 자식의 체면을 위해서 옷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사는 게 고만고만한 아줌마들, 남에게 보일만한 변변한 옷 하나 없어 이래저래 우울한데 말이다.

그러한 점에서 천지애는 아줌마들의 패션 교과서로도 손색이 없다. 오히려 천지애라는 인물을 통해 꼭 비싼 옷이 아니어도 매치와 포인트 두 가지로서 우리도 아줌마 패셔니스타로 거듭나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준 그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렇게 완벽하게 천지애로 분한 김남주. 이제 어느덧 아줌마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매력은 브라운관에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천지애 파이팅~ 김남주 파이팅!
#내조의 여왕 #김남주 #천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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