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고 자유롭고 편안한 이스파한 여행

[이란여행기 24] 이란여행의 백미, 이스파한

등록 2009.05.08 11:15수정 2009.05.0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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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스파한 시내에 서있는 입간판. 이스파한을 상장하는 그림인 것 같다. 그런데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이었다.  고구려 고분벽화 '수렵도'와 굉장히 비슷하다.

이스파한 시내에 서있는 입간판. 이스파한을 상장하는 그림인 것 같다. 그런데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이었다. 고구려 고분벽화 '수렵도'와 굉장히 비슷하다. ⓒ 김은주


a  이스파한의 자얀데 강과 츄비다리.

이스파한의 자얀데 강과 츄비다리. ⓒ 김은주


이란을 여행하면서 우리 집 애들은 마슐레를 가장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마슐레를 떠나올 때 다시 오겠다고 다짐하면서 떠났습니다. 동화 속 세상처럼 아기자기한 느낌이 아이들의 정서와 어울렸던 모양입니다.

반면에 난 이스파한이 좋았습니다. 어떤 점이 좋았냐고 하면, 이스파한을 여행할 때의 내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는 게 원인이겠네요. 이스파한을 여행할 때의 난  행복했고 자유로웠고, 그리고 편안했습니다.


잠시 지나가는 여행자인 내가 이런 좋은 감정을 갖게 된 건 이스파한이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스파한은 인구 120만의 대도시지만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도로는 넓고 한산했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고 여유로웠습니다. 그리고 길에서 청소하는 사람을 자주 만날 수 있는데 그들 때문인지 거리는 항상 깨끗했습니다.

길 찾기 쉽다는 것도 여행자에게는 큰 위안이었습니다. 도로는, 중심지인 이맘광장을 중심으로 모아지는 직선 도로여서 어디로 가더라도 길 찾기가 쉬웠습니다. 그래서 이스파한을 여행할 때  편안한 기분으로 마음껏 걸어 다닐 수가 있었습니다.  무작정 걸으면서 자유를 만끽했지요.

볼거리가 많은 것도 행복하게 했습니다. 이스파한에서 본 풍경들은 충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특히 이스파한 한복판을 가로질러 흐르는 자얀데 강과 커쥬 다리, 그리고 석양 속으로 날아오르는 물새가 연출하는 장관은 감동 이상이었습니다. 이스파한 사람을 부러워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이스파한을 이란 여행의 백미라고 합니다. 이스파한을 빼놓고 이란을 여행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란의 진주인 이스파한은 15세기와 16세기 이란의 수도였던 곳입니다. 당시 지배자였던 샤 아바스 1세는 이스파한을 위대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모습이 지금의 이스파한이고, 이맘광장, 이맘 모스크, 시오세 다리 등 대부분 건축물은 그때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위대한 도시 이스파한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5시 30분이었습니다. 첫인상부터 달랐습니다. 이른 새벽이라 사람이 없는 터미널은 조용하고 깨끗했습니다. 안정감과 질서, 여유 이런 게 느껴지는 분위기였지요. 테헤란 터미널의 혼잡함이나 무질서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a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이맘광장. 겨울이라 한산하다. 봄이면 시민들이 몰려나와 도시락도 먹고 소풍을 즐기는 시민의 휴식처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이맘광장. 겨울이라 한산하다. 봄이면 시민들이 몰려나와 도시락도 먹고 소풍을 즐기는 시민의 휴식처이기도 하다. ⓒ 김은주


a  이맘모스크 정문. 타일의 푸른 빛이 하늘 색과 잘 어울린다.

이맘모스크 정문. 타일의 푸른 빛이 하늘 색과 잘 어울린다. ⓒ 김은주


터미널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았습니다. 노란 색의 낡은 택시들이 터미널 앞에 길게 줄을 서 있고 기사들은 서로 자기 택시를 타라고 호객행위를 합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오직 택시 기사들만 열심히 일한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한편으로 낯설기도 했습니다. 아직 어둑어둑한데 오직 홀로 깨어서 삶의 전장으로 나와 아우성을 치는 택시 기사들의 삶에 대한 열기가 이스파한의 분위기와 겉돌아서 조금 낯선 느낌이었습니다.

이란에서는 모두들 먹고 살만한가, 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장사꾼들도 붙들고 늘어지거나 바가지를 씌우거나 하지 않습니다. 사면 사고, 말고 싶으면 말라는 식으로 다소 느긋하게 보였고, 키쉬 섬에서는 오후 세 시가 되면 칼같이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돈 버는 데 그다지 관심 없는 사람들처럼 보여서 석유가 많이 나오니까 악착같이 안 벌어도 먹고 살만한가보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외적인 존재들이 택시 기사들입니다. 택시 기사들은 돈을 벌고자 하는 욕구가 남다릅니다. 그래서 가끔 바가지를 씌우는 기사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택시를 타고 나서 가격을 흥정하면 안 되고, 타기 전에 가격을 결정하고 나서 타야 한다고 합니다.

낡은 택시 한 대를 잡아탔습니다. 자그마한 남자가 운전하는 택시 안에서 이스파한을 보았습니다. 도로는 넓게 잘 뻗어 있고, 보이는 건물들은 조각품처럼 아름다웠습니다. 가로수도 잘 가꾸었습니다.

저 멀리서 빛나는 이맘 모스크의 푸른빛은 인상적이었으며, 화려하고 섬세한 체헬소툰 궁전의 모습도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어느 곳에 눈을 줘도 정신을 빼앗길 만큼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이스파한의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고 이스파한을 한 바퀴쯤 돌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분위기로 봐서 기사가 길을 못 찾는 것 같습니다. 문맹이라서 길 대장에게서 건네받은 명함을 읽을 줄 몰랐던 것입니다. 영어도 모르고 글자도 못 읽으면서 돈 벌 욕심에 우릴 태웠던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와 기사 사이에는 바디랭기지가 의사소통 수단이 될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바디랭귀지의 달인인 하나라도 힘을 쓸 수 없는 난감한 상황입니다. 천하의 하나라도 무슨 수로 뜻을 모르는 호텔 이름을 가르쳐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택시를 타고 새벽에 이스파한 시내를 몇 바퀴 돌아야 했습니다. 사실 난 공짜로 이스파한을 드라이브해서 좋았는데 길 대장은 나와 입장이 달라서 그런지 택시기사가 길을 못 찾고 헤매는 걸 보고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그러더니 호텔로 전화해서 기사와 연결시켜주었습니다. 호텔 사람과 기사가 이란어로 몇 마디 주고받더니 마침내 우리가 묵을 숙소로 찾아들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스파한에서 3일간 묵을 것입니다. 여행일정 중 가정 오래 묵은 지역입니다. 그만큼 볼 게 많다는 뜻이겠지요. 마슐레에서는 여유롭게 쉬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이스파한에서는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구경해야 할 것 같습니다. 3일이라는 시간이 많은 것 같지만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 이스파한을 다 돌아보기에는 모자랄 수도 있기에 계획을 잘 짜서 열심히 구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란 #이스파한 #이맘광장 #이맘모스크 #자얀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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