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퍼지는 어머니의 손

어머니와 헤어짐을아쉬워하며

등록 2009.05.08 14:14수정 2009.05.08 14:1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늘은 어머니와 함께 출근을 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34년생 그러니까 7학년 6반, 저도 4학년 2반이니까 이제는 딸하고 출근하는 게 좋아 보이는 그런 나이가 됐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평생 한번 올까 말까 하는 그러한 행운의 날이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출근을 같이 했으니까요.

 

요즘 행복이 뭔지 모르게 앞만 보고 뛰어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씁니다. 어머니는 어제 광명시에 있는 저희 집에 오셨습니다. 머위 잎, 냉이, 시금치, 미나리, 쑥 등 향긋한 봄나물을 두 가방이나 가득히 채워 막내아들 집을 방문하셨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7학년 6반인데도 젊었을 때 고생을 많이 하셔서 허리도 구부정하시고 그래서인지 키도 작아 보입니다. 여든을 바라보는 노인네가 키가 무슨 대수이겠습니까마는 너무 구부정해 보이거든요.

 

그래도 어제 밤 막내며느리는 어머니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시며 "어머니는 허리가 굽으셨고 흰머리가 많아 백발인데도 젊었을 때 피부가 희고 고와서인지 흰머리가 너무 잘 어울리시네요!"하고 어머니 칭찬을 하시더군요. 멋진 며느리예요.

 

충주 딸네 집에 가는 중인데 바로 시골에서 충주로 가려면 멀고 시간도 많이 걸려 노부모 힘들까봐 막내아들 얼굴도 좀 볼 겸해서, 그리고 온 김에 병원에 들려 검진도 받고 건강 체크도 할 겸 해서 광명시에 있는 저희 집에 들렀다가 누님과 함께 충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전철역 앞에서 헤어져 저는 근무지를 향해 전철역으로, 어머니와 누나는 병원을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중에도 누님은 저 멀리 가 있으며 어머니에게 빨리 오라고 손사래를 치는데, 어머니께서 저의 손을 놓은 게 못내 아쉬웠었는지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에도 뒤를 돌아보시며 잘 가라고 손을 흔드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어머니 손을 잡고 다니고 어머니와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하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세월이 흘러 어머니가 제 손을 잡으려 하고 저와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역력합니다. 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어릴 적에는 아이가 어머니를 필요로 했는데, 이제는 세월이 흘러 어머니가 아들을 필요로 하는 나이가 됐습니다. 아니 서글퍼집니다. 누가 바꾸어 놓았는지 원망스럽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행복합니다. 서로가 필요한 존재니까요. 어릴 적에는 제가, 세월이 흘러서는 어머니가 저를 그리워하고 필요로 하니까요.

 

어머니는 마음이 부자여서 항상 행복하시답니다.

그래도 건강 챙기시고 남은 여생 여유 있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10남매 중 막내 아들  올림

덧붙이는 글 | 출근하자마자 와이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은 어버이날인데 어머니와 장모님께 용돈을 얼마 부쳐야 하느냐고 상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버니날이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군요! 며칠전 써놓았던 원고가 생각나 올려봅니다. 부모님께 잘 해 드리면 행복이 한 층 더 가까이 와있을 것입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2009.05.08 14:14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출근하자마자 와이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은 어버이날인데 어머니와 장모님께 용돈을 얼마 부쳐야 하느냐고 상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버니날이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군요! 며칠전 써놓았던 원고가 생각나 올려봅니다. 부모님께 잘 해 드리면 행복이 한 층 더 가까이 와있을 것입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어머니 #아들 #막내 #손 #세월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회 경험을 많이 한 대한의 청년입니다. 매사에 적극적 사고방식과 건전한 생각을 가지고 이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어떻게 살아야 바른 삶을,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길인가를 고민하면서 베푸는 삶이야 말로 진정한 삶이라고 예찬하고 싶은 대한의 한 청년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대통령 온다고 수억 쏟아붓고 다시 뜯어낸 바닥, 이게 관행?
  2. 2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3. 3 '한국판 워터게이트'... 윤 대통령 결단 못하면 끝이다
  4. 4 "쓰러져도 괜찮으니..." 얼차려 도중 군인이 죽는 진짜 이유
  5. 5 이러다 나라 거덜나는데... 윤 대통령, 11월 대비 안 하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