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명의 아이들이 부르는 '희망의 노래'

따뜻한 대안가정 '아이들둥지'

등록 2009.05.08 17:43수정 2009.05.0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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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번 어린이날은 지옥의 어린이날이야" 아이들둥지 장계영 원장은 효진(가명)이의 말을 듣고 가슴이 울컥했다. 12살짜리 아이가 얼마나 마음에 상처를 받았으면 저런 말을 할까. 부모와 떨어져 공동생활가정 '아이들둥지'에 입소한 효진이는 해마다 생일이나 어린이날, 크리스마스가 되면 엄마·아빠를 기다렸지만 올해 어린이날에는 부모님은 물론 할머니까지도 일이 있어서 올 수 없다고 연락이 왔다. 아무도 찾아와주지 않는 어린이날, 차라리 이런 날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가슴 아픈 경험도 하지 않았을 텐데.


해체된 가정의 아이들을 돌보는 공동생활가정

경남 통영시 도남동에 위치한 아이들둥지는 원래 평범한 목회자 가정이었는데 한참 IMF 여파로 인해 해체된 가정이 많았던 2003년 10월, 하나 둘씩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을 맡아 돌본 것이 지금의 공동생활가정이 된 시초였다. 교회에서 아이들을 돌봐준다고 하니 믿고 맡기는 사람들이 많아 어느덧 6~7명까지 늘어난 탓에 지난 2005년 신고복지시설로 전환했다.

"벌써 6년 전 멀리서 거제대교로 자살하러 온 한 가정이 우연히 우리 집 소문을 듣고 아이를 맡긴 후 다시 자립하기 위해 돌아간 일이 장기양육의 시작이었어요. 아직 제가 키우고 있는데 아이들이 모두 공부도 잘하고 착하게 자라주고 있습니다." 장 원장이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

이처럼 공동생활가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아원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새로운 개념의 공간이다. 고아원이 부모가 없는(혹은 버린) 아이들이 모인 곳이라면 공동생활가정은 부모의 이혼·가출·빈곤·폭력 등으로 해체 위기에 있거나 해체된 가정의 아이들이 가정이 안정되어 다시 돌아갈 때까지 가정과 같은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부모와 함께 할 수 없는 아이들이 가정과 분리된 충격과 아픔에서 벗어나 밝고 건강한 어린이로 꿈과 희망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20명에 육박하는 우리는 대가족


아이들둥지 아이들은 원장 부부를 엄마, 아빠라고 부른다. 할머니는 할머니, 장 원장의 자녀 또한 형제, 남매가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둥지는 가족의 사랑을 그대로 전해주는 또 하나의 새로운 가정이기 때문이다.

또 특이한 점은 아이들이 '아이들둥지'에 입소해 있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우리 아이들은 학교 친구들도 거리낌없이 집에 데려와서 같이 놀아요. 시설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 집이라는 자부심으로 행동하니까 그 부분이 엄마로서 가장 자랑스럽죠"라고 밝혔다.

아이들둥지에서 보살핌을 받다 가정으로 돌아간 아이들이 총 8명, 그럼에도 현재 12명의 아이들이 남아 북적대며 생활한다. 공식적인 정원이 7명이기 때문에 7명까지만 정부지원이 나오지만 이미 위기상황이 발생한 가정의 아이들을 돌려보내면 그 아이들은 누가 봐주냐는 생각에 최대한 힘을 짜내고 있다.

장 원장은 "우리 아이들은 다 공부도 잘하고 옷도 깔끔하게 입혀요. 형편이 어려워 온 아이를 여기서도 어렵게 키울 수는 없으니까요. 아이들의 상처받은 마음, 자존심을 회복시켜 줄 수 있다면 제가 힘든 건 아무 것도 아니에요"라고 강조했다.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어리고 주로 미혼모, 부자가정, 조손가정 등의 처지에 있던 아이들이라 애정이 결핍되어 있어요"라며 "1:1결연 같은 지속적인 사랑을 전해주실 수 있는 분이라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꾸준히 아이를 찾아주신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고 말했다.

아이들둥지의 울타리가 되어주시는 여러분 "감사합니다"

효진이를 비롯한 12명의 아이들에게 행복한 어린이날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장 원장은 용기를 내어 통영유람선협회에 전화를 걸었다. 특별한 날이 있을 때마다 복지시설 원아들을 초대하여 봉사활동을 펼쳐 온 통영유람선협회는 이번에도 흔쾌히 유람선을 제공하고 이어 공룡엑스포 관람이라는 신나는 선물을 안겼다.

장 원장은 유람선협회에 감사를 표하며 더불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우리 아이들둥지를 매달 도와주시는 통영해수랜드, 뚜레쥬르 도남점, 스카이마트 도남점, 본안경, SLS조선, 반석건재 사장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둥지의 홍보와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시는 봉사자 박희진 선생님, 2년 동안 익명으로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독지가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사랑에 힘을 얻어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살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라는 끝인사를 전했다. <후원계좌 : 농협 872-01-016121 아이들둥지 ☏ 055)648-3621>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려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려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둥지 #그룹홈 #공동생활가정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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