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꽃.
이돈삼
옛날 경상도 어느 시골 마을에 마음씨 고약한 시어머니 밑에 한 며느리가 살고 있었다. 평소 잡곡밥만 짓던 그녀는 집안의 큰 제사를 맞아 쌀밥을 짓게 되었다. 모처럼 쌀밥을 짓게 된 며느리는 혹시 밥을 잘못 지어 야단을 맞을까봐 밥이 다 될 때쯤 뜸이 들었는지 보려고 주걱으로 밥알 몇 개를 떠서 먹어 보았다.
공교롭게도 그 때 부엌으로 들어오던 시어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쌀밥을 몰래 며느리가 먼저 퍼 먹는다"고 야단을 쳤다. 변명도 못하고 당한 며느리는 너무 억울해 그 길로 집을 나가 뒷산에서 목을 매고 죽었다. 동네 사람들이 이 며느리를 양지바른 언덕에 묻어주었다.
이듬해 봄. 그 며느리의 무덤에서는 '이밥'을 닮은 작은 흰 꽃이 많이 핀 나무가 돋아났다. '이밥'은 쌀밥의 경상도 사투리. 북한에서는 지금도 쌀밥을 '이밥'이라 한단다. 사람들은 이밥에 맺힌 한으로 죽은 며느리의 넋이 변해서 핀 꽃이라 해서 이 꽃나무의 이름을 '이밥나무'라 했다. 나중에 그 발음이 변해서 '이팝나무'가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