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등 "독서 강제는 책읽기 본질 훼손"

경남교육청 추진 '독서인증제' 폐지 요구... 전국 교육위원·작가·교사·학부모 등 참여

등록 2009.05.12 15:17수정 2009.05.12 17:54
0
원고료로 응원
김종성 계명대 교수와 서정홍 시인,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 조월례 어린이책 비평가 등 작가와 교수들이 '독서인증제' 폐지와 건강한 책문화 조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독서인증제 폐지에 뜻을 함께하는 학부모·시민·교사 모임'은 12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경남교육청의 독서인증제 폐지와 건강한 책문화 조성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4월 16일 교육감 특별 지시 사항으로 올해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인증제 시행계획 공문을 시달했다. 또 지난 5월 4일 경남교육청은 '독서인증제 계획서 작성 시 유의사항 알림'이라는 공문으로 독서인증제 조기 정착을 유도하고 있으며, 권정호 교육감은 지난 5일 어린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강제로라도 책을 읽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은 강제로 책을 읽히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며 독서인증제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속에 어린이책시민연대를 비롯한 34개 학부모ㆍ시민단체와 '학교도서관을생각하는사람들의모임' 등 교사모임 35대 단체, 교육위원·작가·교수 20여 명이 연대하여 독서인증제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

이번 성명발표에는 김병우(충북), 민병희(강원), 박명기(서울), 이부영(서울), 이선철(울산), 이재삼(경기), 이언기(인천), 이청연(인천), 장휘국(광주), 정만진(대구), 정찬모(울산), 조재규(경남), 최창의(경기) 교육위원도 참여했다.

"강제로 읽히는 것은 책 읽기 본질 훼손"

이들은 "독서인증제를 폐지하고, 건강한 책문화 환경을 조성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강제로 하는 책읽기는 책읽기 본질을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결국 대학입시를 위한 평가와 도구로 전락시킬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즐거운 책읽기가 삶을 풍요롭게 한다"면서 "책읽기는 잠자고 먹는 일처럼 무의식적인 습관만이 아니라, 책을 선택하고 읽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책 속의 진리가 내면화되는 것이 중요하고, 책을 선택하고 읽는 그 자체가 기쁨이자 즐거움이어야 진정한 삶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제시했다.

또 이들은 "정형화된 틀 속에서 자기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인재양성은 불가능하다"며 "강제된 교육으로 이루어지는 독서인증제는 책읽기를 형식적으로 익숙하게 할지는 몰라도, 획일화된 방법으로 사고의 확장에는 걸림돌이 될 게 뻔하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아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책읽기가 강제라도 필요하다는 절박함이라면, 독서인증제라는 단순한 프로그램을 통한 형식적이고 획일화된 교육방식은 더욱 안 된다"면서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아이들이 책 읽는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여유와 공간을 마련해 주는 일이다"고 제시했다.

이어 이들은 "누구나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도서관을 가꾸는 일을 비롯하여 건강한 어린이 책문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현재 경쟁우월주의로 치닫고 있는 시장 논리 속에서 우리 삶은 황폐해지고 있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꿈꿀 수 있는 책읽기가 가능할 때, 개인의 삶과 사회가 함께 풍요로워지는 건강한 책문화가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둘운 "경남교육청이 계속해서 강제적인 책읽기와 독서인증제로 아이들의 자유로운 책읽기를 방해한다면, 더 이상 올바른 독서 교육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다양하고 강력한 독서인증제 폐지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독서인증제 #책읽기 #박종훈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라면 한 봉지 10원'... 익산이 발칵 뒤집어졌다
  2. 2 "이러다간 몰살"... 낙동강 해평습지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
  3. 3 기아타이거즈는 북한군? KBS 유튜브 영상에 '발칵'
  4. 4 한밤중 시청역 참사 현장 찾은 김건희 여사에 쏟아진 비판, 왜?
  5. 5 "곧 결혼한다" 웃던 딸, 아버지는 예비사위와 장례를 준비한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